매일유업과 유한킴벌리,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고 신뢰를 택하다

▲  매일유업과 유한킴벌리 로고 / 사진 = 매일유업, 유한킴벌리 공식 홈페이지
▲  매일유업과 유한킴벌리 로고 / 사진 = 매일유업, 유한킴벌리 공식 홈페이지

세상의 모든 기업은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이윤을 추구한다. 기업이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눈앞의 이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일에 기꺼이 뛰어드는 기업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단기적인 수익성보다는 사회의 필요를 먼저 살피고, 기업의 역량을 활용해 문제 해결에 동참한다. 겉으로 보기엔 당장의 손실로 여겨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신뢰도를 구축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 전략적인 선택이 되고 있다.

 

매일유업, 경제성보다 생명을 지키는 특수 유아식

▲  선천성 대사이상 환아를 위한 특수 유아식 / 사진 = 매일유업 공식 홈페이지
▲  선천성 대사이상 환아를 위한 특수 유아식 / 사진 = 매일유업 공식 홈페이지

 

매일유업은 이러한 기업 정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선천적으로 신진대사에 이상을 가지고 태어나는 환아들을 위한 특수 유아식을 생산하고 있다. 신생아 5만 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선천성 대사이상 환아들은 아미노산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하거나 생성되지 않아 모유는 물론 고기, 생선, 심지어 쌀밥에 포함된 단백질조차도 마음대로 섭취할 수 없다. 매일유업은 이 환아들을 위해 특정 아미노산을 제거하고 비타민, 미네랄 등 필수 영양 성분을 보충한 특수 유아식 8종 12개 제품을 순수 자체 기술로 개발, 1999년부터 공급해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아미노산 대사이상 질환용 특수 유아식을 개발 및 생산하는 기업은 매우 드물며, 국내에서는 매일유업이 유일하다. 해당 제품은 수요가 극히 적어 기업 입장에서 생산할수록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다. 하지만 매일유업은 경제성을 넘어 아이들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기업 정신을 발휘하여 제품 개발을 이어갔고, 그 결과 전국 각지의 환아들에게 생명과 직결되는 이 특수 유아식을 꾸준히 공급하고 있다.

 

유한킴벌리, 이른둥이를 위한 초소형 기저귀 생산

▲  이른둥이 기저귀와 일반 기저귀의 사이즈 비교 / 사진 = 유한킴벌리 공식 홈페이지
▲  이른둥이 기저귀와 일반 기저귀의 사이즈 비교 / 사진 = 유한킴벌리 공식 홈페이지

위와 비슷한 사례로, 유한킴벌리는 ‘이른둥이’를 위한 전용 기저귀를 생산하고 있다. 이른둥이란 임신 37주 미만이거나 출생 체중 2.5kg 이하로 태어나는 조산아를 일컫는 말로, 전체 신생아의 약 8~9%를 차지한다. 이른둥이는 면역체계가 취약하고 질병에 노출될 위험이 높아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에서 집중적인 보살핌을 받게 된다.

▲  이른둥이 기저귀 무상 제공 추이 / 사진 = 유한킴벌리 공식 홈페이지
▲  이른둥이 기저귀 무상 제공 추이 / 사진 = 유한킴벌리 공식 홈페이지

유한킴벌리의 하기스 브랜드는 이른둥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배려를 확산하기 위해 2017년부터 이른둥이용 초소형 기저귀를 개발하고 공급해왔다. 일정 기간 병원에서 생활하는 이른둥이 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종합병원 및 대학병원 신생아 집중치료실(NICU)과 유한킴벌리 자사몰 '맘큐'를 통해 소형 사이즈를 무상 지원한다. 하기스 이른둥이 캠페인을 통한 누적 기부량은 2019년 처음 100만 패드를 넘어섰고, 지난 5월에는 600만 패드를 돌파했다. 이를 통해 건강하게 성장한 아이들 역시 4만 명을 넘어섰다.

이른둥이 기저귀는 직접적인 테스트가 어렵기에 간호사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제품 특성을 살폈고, 생산 효율 또한 높지 않은 편이다. 생산 준비에 일반 기저귀의 두 배 이상 시간이 소요되고, 생산 속도도 30% 이상 낮아 경제성 측면에서는 비효율적이다. 유한킴벌리 대전공장은 약 2개월마다 기존 제품 생산을 중단하고 이른둥이용 초소형 기저귀를 생산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한다. 더욱이 이 기저귀는 판매되는 것이 아니다. 소재와 생산 설비 중단 및 교체 등 막대한 비용을 들이고 있음에도 유한킴벌리는 이를 무상으로 기부하며, '사명감'을 가지고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이른둥이 기저귀는 NICU를 운영하는 30여 곳의 종합병원과 대학병원에 무상 공급되고 있다.

 

기업 CSR의 중요성

위의 사례처럼 기업이 경제적 이윤 추구 외에 사회와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 노력하는 활동을 CSR. 즉,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CSR은 단지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브랜드 신뢰도와 충성도를 향상시키기도 하며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현대사회에서 소비자와 투자자의 긍정적 평가를 유도하여 경쟁 우위를 확보한다. 그리고 기업 내에서 직원들의 자부심과 업무 만족도를 높여 우수 인재 유치 및 유지에 기여하기도 한다.

더 이상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현대사회에서 기업이 장기적으로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윤 추구를 넘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기업은 소비자의 외면을 받고,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CSR은 기업의 지속적인 생존과 성장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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