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입법 공백으로 인한 사회 혼란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66년 만에 낙태죄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대체입법안의 공백으로 인해 낙태를 둘러싼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
현재 낙태죄는 처벌조항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대체 입법을 촉구했지만, 시한 내인 2020년 12월 31까지 개정안이 마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혼란 섞인 반응들이 빗발치고 있다.
여전히 임신중단 시술은 자유롭지 않다.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선별적 낙태 거부’를 선언하며 자체적인 지침을 마련했다. 공동으로 마련된 지침에는 ‘조건 없는 낙태수술은 임신 10주 미만에만 시행할 것’과 ‘태아가 22주 이상일 경우 낙태 허용 불응’등의 내용을 담았다. 임신 14주 이내라면 아무 조건 없이 낙태를 허용한다는 법무부의 개정안과 달리 의료계는 낙태시술이 가능한 주 내에서만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무조건적인 수술 거부를 방지하기 위해 의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수술 진료를 거부할 경우, 환자는 현행 의료법에 근거해 고발이 가능하다. 하지만 의사 개인의 상황이나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낙태 수술을 거부할 경우 환자들은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을 찾아가야 하는 상황이다.
낙태죄가 효력을 잃음에 따라 낙태약 또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여전히 낙태약 사용은 불가능하다. 그간 미프진과 같은 유산유도제는 국내에서 불법에 해당했다. 많은 여성들은 대부분 해외 직구 등을 통해 불법적인 경로로 유산유도제를 들여왔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유산유도제 합법화 관련 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약물을 이용해 낙태하려는 여성들은 여전히 불법적인 경로로 낙태약을 들여올 수밖에 없다.
임신중절 약물이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유통되려면 식품의약안전처로부터 낙태약 품목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아직 식약처에 낙태약 품목허가를 신청한 국내 제약사가 없어 국내에서 낙태약이 도입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대체입법안의 공백으로 인해 앞으로도 낙태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21년은 여성이 안전하게 임신중단을 할 수 있도록 법의 울타리를 마련해 입법공백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