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부터 럭셔리 기프트까지
12월을 기다리는 사람들
12월이 오면 매일 열어보아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다양한 기업에서 브랜드의 개성을 담아 출시한 어드밴트 캘린더이다. 어드밴트 캘린더란, 12월 1일부터 24일까지 24칸으로 구성된 상자에 선물을 담아두는 상품이다. 어드밴트 캘린더는 원래 기독교에서 크리스마스 전 24일 동안 작은 선물이나 초 등을 확인하는 달력 형태의 제품이었다. 매일 하나씩 열리는 작은 선물인 것이다. 현대 기업들은 이 전통을 상품화했다. 이때 기존의 달력 형태에서 벗어나, 한정판의 이점을 잘 살릴 수 있는 개성 있는 형태로 제작했다. 서랍 형태의 상자 안에는 한정판 아이템이나 샘플 제품, 출시 예정 신제품 등을 담아 기다림과 발견, 일일 루틴이라는 모든 소비자 경험을 선사했다.
어드밴트 캘린더는 최근 몇 년간 특히 뷰티 브랜드에서 연말 '머스트 해브'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 분만 아니라 합리적 가격의 브랜드들도 어드밴트 캘린더 하나에 자신들의 모든 역량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소비자의 12월을 사로잡은 어드밴트 캘린더엔 무엇이 있을까?
어드밴트 캘린더는 단순 선물이 아니다.
어드밴트 캘린더는 앞서 말했듯 기독교 전통에서 유래되었다. 독일의 루터교 전통에서 19세기경 처음 등장했는데, 기독교 달력의 한 종류로 성탄절을 기다리며 문을 열도록 만든 달력이었다. 전통을 떠나 상업적 형태로 등장한 것은 Liberty London이 뷰티 어드밴트 캘린더를 출시하면서이다. 이후 샤넬과 조말론, 디올 등 럭셔리 브랜드부터 고디바와 레고, 양키캔들이나 킨더같이 식품업계와 장난감 업계도 어드밴트 캘린더 제작에 뛰어들었다.
어드밴트 캘린더는 자녀들과 지인,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 되었다. 매일매일 하나씩 열어보는 어드밴트 캘린더는 사람들이 내일을 기다리게 했고, 선물 포장이 되어있는 각각의 칸의 제품들은 소비자의 기대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어드밴트 캘린더는 제품의 희소성과 시즌 한정 상품이라는 속성으로 구매를 유도하며, 실제로 매해 구매에 실패한 대기자가 생길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열어본다는 루틴화가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이자 셀링 포인트가 되었다. 또한 매일 상자를 열어도 매일 다른 제품이 나오는 것도 소비자의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제품을 구매한 사람들은 언박싱 콘텐츠를 제작해 SNS에 올리기도 한다. 실제로 12월이 되면 #adventcalendar 해시태그가 급증하기도 한다. 브랜드의 특성을 잘 살린 어드밴트 캘린더를 출시한다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소비자에게 전파할 수 있다. 또한 여러 제품을 하나의 캘린더에 담음으로써 다양한 제품을 체험시킬 수 있고, '랜덤'이라는 명목으로 남은 재고를 소진할 수도 있다.
다만, 다소 실망스러운 구성품이 포함되면 브랜드 이미지에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메이크업 브랜드의 어드밴트 캘린더를 구매했지만, 거울이나 팔찌 등 조잡한 굿즈가 나와 소비자들이 실망한 사례도 있다. 이처럼 구매자에게 평소 경험할 수 없던 희소성 있는 제품을 선보이는 것도 좋지만, 브랜드의 정체성을 너무 떠나 예산을 절감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면 소비자에게 반감을 살 수밖에 없다.
공들여 어드밴트 캘린더를 출시하는 이유
브랜드들은 어드밴트 캘린더를 제작하려고 일부러 미니 사이즈의 제품을 출시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과정에서 따로 제품을 제작하면서 손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매해 어드밴트 캘린더를 출시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것은 미니 화장품의 기획세트와 비슷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어드밴트 캘린더를 통해 미니 사이즈의 제품을 체험해 본 소비자들은 본품을 찾는다. 24개의 제품을 효율적으로 구성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제품들로 채우는 것이 브랜드들의 가장 큰 목표인 것이다.
또한 성인 구매자들은 어드밴트 캘린더를 통해 유년 시절의 추억을 다시 떠올릴 수 있다. 반복되는 크리스마스를 맞으며 그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낮아지고 설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드밴트 캘린더를 열다 보면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기 마련이다. 이처럼 어드밴트 캘린더는 소비자를 유년기로 돌아간 것처럼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제품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맞게 되는데, 동시에 브랜드와 유대감을 쌓게 된다. 올해의 크리스마스는 해당 브랜드와 함께 보낸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다.
앞서 뷰티 브랜드들뿐만 아니라 간식 업계나 장난감 업계들도 어드밴트 캘린더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킨더는 기차처럼 생긴 어드밴트 캘린더를 출시해 아이들에게 매일 하나씩의 간식을 열어보는 경험을 선사했다. 이처럼 구성품보단 디자인에 집중하는 브랜드들도 있다.
영화 해리포터의 굿즈를 담은 해리포터 어드밴트 캘린더와, 구성품으로 크리스마스 풍경을 꾸밀 수 있는 레고 어드밴트 캘린더처럼 어드밴트 캘린더는 분야와 형태 구분 없이 발전하고 있다. 포트넘 앤 메이슨이나 카렐 차펙처럼 티 브랜드들은 24종의 티백을 담은 어드밴트 캘린더를 통해, 개봉해서 나온 티백으로 한 잔의 차를 마시며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만들기도 했다.
뷰티 브랜드들은 샘플이나 미니 화장품을 구성하는 것을 넘어, 손거울이나 스티커, 석고 방향제같이 굿즈를 포함하기도 했다. 이 제품들은 어드밴트 캘린더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제품들로 희소성을 극대화한다. 시장에서 차별점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안하고 있다.
크리스마스는 사라지지 않는다
12월이 되면 크리스마스가 온다. 이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로, 어드밴트 캘린더를 출시하는 브랜드는 매해 12월이 되면 고정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어드밴트 캘린더는 기다림과 선물 개봉의 경험을 브랜드 자산으로 전환해 소비자의 매일에 선물로 다가갈 수 있는 좋은 전략이다.
어드밴트 캘린더를 활용해 소비자와 접점을 만들고 유대감을 형성하려면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캘린더 내부 구성과 패키징이 브랜드의 메시지와 개성에 일치하는 것을 가장 큰 우선순위로 두고, 유행만 좇는 게 아닌 충성 고객을 위한 굿즈도 포함해야 한다. 또한 한정판이라는 희소성과 SNS 확산력에 집중해 캘린더 구매로 제품을 체험한 다음, 본품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가격에 맞는 가치 있는 제품으로 구성해야 한다.
뷰티 분야뿐만 아니라 펫 용품, 식품,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 확대되는 어드밴트 캘린더의 영향력에 주목해 타 산업에서도 발 빠르게 시장에 참가해야 한다. 어드밴트 캘린더의 선물 하나가 소비자와 브랜드의 지속적 연결고리로 발전한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