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만 수험생 모십니다”…수능 마케팅’ 돌입
수험생 할인은 기본
승부는 결국 ‘톤 앤 매너’에서 난다
지난 13일,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나면서 유통·서비스 업계가 55만 명이 넘는 수험생들을 잡기 위한 ‘수능 마케팅’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백화점과 외식 브랜드는 물론, 호텔·극장·테마파크·통신사까지 전 산업군이 수험생 전용 할인과 이벤트를 내놓으며 연말 소비심리 선점을 노린다.
백화점·H&B(Health&Beauty)업계, "수험생 할인은 기본, 쿠폰은 보너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수능 응시자는 총 55만4174명으로 7년 만의 최대 규모다. 이에 백화점 업계는 수험표 인증 시 패션 브랜드를 중심으로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롯데백화점은 16일까지 세터·슈퍼드라이·유니폼브릿지·무신사스탠다드 등 90여 개 브랜드를 최대 30% 할인 판매한다. 비슬로우·니티드 등 K-패션 브랜드에는 수험표 제시 시 추가 10% 혜택이 붙는다. 타임빌라스 수원에서는 F&B 즉시 할인 쿠폰도 제공한다. 신세계백화점 또한 스파오·에잇세컨즈·탑텐 등 SPA 브랜드 인기 상품을 최대 20% 할인한다.
뷰티 업계도 본격적인 수험생 타켓 마케팅에 나섰다. 10대의 핵심 구매 채널인 올리브영도 ‘수능 OFF, 혜택 ON!’ 이벤트를 열었다. 만 14~19세 ‘올리브 하이틴 멤버스’ 대상 2만 원 이상 구매 시 4천 원 할인쿠폰을 지급하고, 10대 선호도가 높은 미니 틴트 구매 시 본품 미니 틴트를 추가 증정하는 등 색조 중심의 혜택을 강화했다.
외식·호텔 업계, “고생했다” 위로 마케팅
외식 브랜드들도 수험생 맞춤 메뉴와 할인 행사에 나섰다. SPC그룹은 배스킨라빈스에서 하프갤론 구매 시 5천 원 할인, 파스쿠찌에서는 겨울 음료 11%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를 운영하는 다이닝브랜즈그룹은 수험표 인증 시 시그니처 메뉴 ‘오지 치즈 후라이즈’를 무료 제공해 눈길을 끈다.
호텔 업계에서는 신라스테이가 수험생 전용 패키지 ‘클락 아웃, 칠 아웃’을 출시했다. 객실 1박과 조식 2인을 포함하고, 수험생은 중식·석식 뷔페를 50%, 동반 성인은 30% 할인받을 수 있다. 가족 단위 ‘힐링형’ 수능 패키지가 올해도 강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고된 수험 생활 끝에 여느 때보다 행목한 연말을 보낼 수험생과 그 가족들을 타겟으로 한 패키지이다.
극장·테마파크, “수험생 특가로 연말 수요 잡는다”
극장 3사(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는 7천 원대 관람권을 중심으로 한정 할인에 돌입했다. CGV는 이달 30일까지 수험생·청소년 대상으로 영화관람권을 7,000원에 판매하고, 롯데시네마는 팝콘 반값 쿠폰을 추가로 제공한다. 메가박스는 10대뿐 아니라 20대 수험생까지 혜택을 확대해 차별화에 나섰다.
연말 방문객 비중이 높은 테마파크의 수능 마케팅도 치열하다. 에버랜드는 방문객 400명에게 ‘수능 응원 부적 카드’를 배포하고, 최대 5만솜까지 지급되는 혜택을 연계했다. 수험생 본인은 2만 원, 동반 3인은 3만 원에 입장할 수 있는 특별 우대도 마련했다. 롯데월드와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은 각각 2만6,000원·2만 원 특가를 운영하며, 아쿠아리움·서울스카이도 5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서울랜드(55% 할인)와 경주월드(반값 종일권)도 수험생 프로모션 대열에 합류했다.
통신사까지 가세…SKT, ‘0 수능 페스티벌’ 오픈
통신업계도 향후 장기 고객 확보를 위해 수능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18~20세 수험생이 휴대폰을 구매하면 추첨을 통해 ‘T 우주패스’ 5개월권을 제공하는 ‘0 수능 페스티벌’을 진행한다. 아이폰17·갤럭시 S25 시리즈·Z 폴드7 등 주요 프리미엄 스마트폰 구매 시 올리브영 상품권·버즈3 프로 구매 쿠폰 등 사은 혜택도 쏟아진다.
또한 e스포츠 팀 T1의 롤드컵 3연패 기념 굿즈 래플, ‘태양의 서커스 <쿠자>’ 공연 50% 할인, T 멤버십 버킷리스트 이벤트 등 휴대폰 구매 여부와 관계없이 체감할 수 있는 참여형 혜택을 늘렸다.
수능 마케팅,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이렇듯 모든 업계에서 나서서 머지않아 미래의 고객이 될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모션을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수능 마케팅은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접근해야 할까? 수능 마케팅은 단순한 시즌성 프로모션을 넘어, 브랜드가 어떤 말투로 소비자에게 다가가느냐의 문제다. 수험생을 응원하는 메시지는 흔하지만, 억지스러운 위로나 상업적 의도가 과하게 드러나면 금세 역효과가 난다.
따라서 결국 수능 마케팅의 승부는 ‘말의 결’에서 난다. 과장되지 않은 온기, 과도하게 들러붙지 않는 위로, 그리고 상업성을 최소화한 존중의 태도. 브랜드가 수험생의 긴 여정을 함께 기억해준다는 감각을 전달할 때, 사람들은 비로소 브랜드를 신뢰하고 마음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