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 쿠팡의 배송 혁신을 뛰어넘는 "무엇"

"위기는 생각보다 빨리 오고 기회는 생각보다 늦게 온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 SNS에 올라온 게시글 / 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지난 6월 말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경영전략회의에서 한 말이다. 정용진 부회장 말대로 이마트는 사상 최초로 29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대형마트 시장의 위기감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이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의 업체들은 적자, 영업이익 반 토막이라는 최악의 상황이었고, 마지막까지 살아았던 이마트까지 무너지며 이들은 공식적인 위기를 인정했다.
 

한때 유통업계의 최강자 자리를 지켜오던 대형마트의 위기는 사실 2년 전부터 암묵적인 인정이 있었다. 유통업계 자체의 위기였지만, 올해 2분기 이마트의 적자 성적표가 그들의 위기감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1인 가구 중심의 마케팅 전략을 펼친 마켓컬리 / 마켓컬리 공식 유튜브


그렇다면 국내 대형마트는 도대체 언제부터, 왜 흔들리게 된걸까. 소비자 관점에서 쉽게 생각해보면 대형마트에 가지 않아도 될 만큼 온라인 시장에서 누릴 수 있는 서비스의 힘이 대단해졌다. 마켓컬리, 쿠팡을 선두로 오프라인을 대체할만한 합리적인 서비스가 지금 이 순간도 치열하게 경쟁하는 중이다. 가령 마켓컬리에서 내세운 새벽 배송만 해도, 오늘 밤에 주문한 물건을 내일 아침에 받아볼 수 있으며 재미있는 마케팅 전략까지 더해져 합리적인 소비를 이끈다. 단순한 편리함을 넘어서 국내 배송 서비스의 혁신을 낳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새로운 경쟁 유통채널의 탄생은 대형마트의 적자에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및 가족 구성의 변화가 온라인 시장의 성장에 가속 페달을 걸었다. 1~2인 가구의 증가, 여성의 적극적인 사회활동, 4인 이상 가구의 감소라는 가족 구성원 측면의 트렌드가 확실해지며 소비트렌드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 대부분의 식료품 소비자들이 더이상 대형마트에 의존할만한 이유가 없어지며 자연스레 쇼핑 자체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이다. 즉, 온라인 시장이 내세우는 편리함의 요소는 현 시점의 사회 분위기가 원하던 서비스 형태를 띄고 있다.
 

대형마트 위기의 돌파구, 어디에 있는걸까?

소비 트렌드 자체의 문제라면 국내 대형마트의 위기는 점차 가속화될텐데, 주요 대형마트 업체들은 이대로 몰락하는 것일까? 아니다. 일각에서는 대형마트 업체가 어떠한 판단을 하느냐에 따라 그렇지 않을거라는 분석을 내고 있다. 단순히 온라인 시장에서 환영 받는 그들의 전략을 따라하기 보다는, 오프라인에서만 볼 수 있는 강점을 통해 변신에 성공한다면 기회는 찾아온다는 것이다.
 

은은한 조명으로 마트에 진열된 상품의 신선함을 부각시키는 공간마케팅 / 롯데 공식블로그

대형마트나 백화점의 경우 소비자들에게 매장 체험이라는 감성적인 측면의 경험 전달이 가능하므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현장에서만 시도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매체를 통해 다시 방문할만한 이유를 제시한다면 다시금 '전성기'는 찾아올 것이다. 단순히 온라인 시장, 새벽배송 열풍에 대한 트렌드를 100% 쫓아가기 보다는 오프라인이라는 강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지난날에 대해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미 A 온라인 서비스의 매력에 퐁당 빠진 소비자들을 데려오려고 애쓰는 것보다, 우리 대형마트에서만 맛볼 수 있는 공간의 패러다임을 유행시키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질 필요가 있다. 마켓컬리, 쿠팡, 위메프 등에서 선보이는 서비스를 능가하는 새로움을 선사하기 보다는, 온라인과 함께 성장하여 고스란히 그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나눠주면 어떨까?

온라인 시장이 편리함 측면의 감동을 고객들에게 제공했다면, 오프라인은 고객들에게 체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결국 방법에 차이가 있을 뿐,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돈과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면 흔쾌히 지갑을 연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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