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뇌리에 자리 잡은 한마디…

(기술이 발전하며 점점 전 세계적인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 사진출처 = Leaderonomics)

제품수명주기가 짧아지고 그로 인해 신제품의 등장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시장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제품도 많은 것이 현 시장 상황이다. 이미 대부분 시장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을 넘어 더 들어갈 미세한 구멍조차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로 인해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새로움을 주고자 더욱 노력하고, 소비자들 또한 기존과 다른, 참신하고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것을 원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는 방법도 있지만, 기존의 제품 출시∙판매 전략을 조금만 바꾸어도 해당 시장을 공략해 볼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그중 하나의 방법이 바로 언어의 힘을 이용한 ‘슬로건 마케팅’이다.

(지역 특색을 잘 담아낸 전주의 슬로건 / 사진제공 = 전주시)

슬로건은 단순히 한 문장으로 제품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짧은 몇 마디의 문장 속에 표현하고 싶은 모든 것을 담아내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많은 정보를 집어넣으려고 하면 가독성과 전달력이 떨어져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은 여러 중요한 것 중 꼭 알리고 싶은 단 하나, 바로 ‘컨셉’을 슬로건에 표현해야 한다. Q&A 마케팅 연구소의 김종훈 대표는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포지셔닝이다. 그중에서도 Brand Slogan을 잘 구성해야 한다.”라며 “일관성 있는 브랜드 관련 메시지 제공을 통해 소비자에게 명확한 브랜드 이미지를 제공함으로써 브랜드 자산이 구축되기 때문”이라 하였다. 즉 다른 제품과는 차별화되면서 고유의 가치를 찾아 짧은 문장 속에 함축적으로 담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브랜드 슬로건의 대표적 성공사례 Nike / 사진제공 = Nike)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인 Nike(이하 나이키)는 슬로건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JUST DO IT”, 직역하면 ‘그냥 한 번 해봐’라는 의미이다. 나이키는 JUST DO IT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미리 겁먹지 말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라는 나이키의 스포츠 정신을 담아내었다. 당시 이 문구를 내세우기 전 나이키는 경쟁자인 리복에 밀려 운동화 점유율이 18%에 그치는 등 힘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1988년 ‘JUST DO IT’의 문구를 선보이며 캠페인을 진행한다. 이 캠페인에서 나이키는 ‘도전 정신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라는 메시지를 선보이며 운동화 부문 시장점유율을 43%까지 끌어올리게 된다. 기존 브랜드 이미지와 잘 조화시키며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이키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의미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KT의 브랜드 슬로건 PEOPLE TECHNOLOGY / 사진제공 = 직접촬영)

국내에서도 슬로건을 통해 마케팅 하는 기업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KT의 경우 ‘사람을 위한 기술, People Technology’와 ‘Hi Five, 5G’, 청정원은 ‘자연에 정성만을 더합니다’라는 문구로 주력상품의 핵심을, CJ의 햇반은 ‘엄마가 갓 지어준 밥’의 문구를 내세우며 성공적으로 경쟁사를 따돌리고 입지를 다졌다. 하지만 앞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브랜드 슬로건의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슬로건이라도 성공적인 마케팅 효과를 보지 못한다.

(우주비행시 먹었다는 점을 강조하였으나 소비자의 공감을 사지 못했다 / 사진제공 = 오뚜기)

'오뚜기 밥'의 경우 슬로건 마케팅의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꼽힌다. CJ에서 햇반을 출시하자 오뚜기에서는 그에 대항하기 위해 '오뚜기 밥'을 내세우며 ‘지하 암반수로 지은 우주인의 밥’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다. 지하 암반수로 지었다는 것과 우주인의 밥이라는 것에 소비자들은 연관점을 찾지 못하였으며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였다. 또 다른 실패사례로는 롯데의 커피 브랜드 중 하나인 칸타타이다. 출시 초기 칸타타는 유명 연예인들을 앞세운 광고와 함께 ‘칸타타의 맛과 향 그대로’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다. 하지만 이는 맥심의 슬로건인 ‘부드러운 맛과 향’과 유사하였으며, 이미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맥심의 광고처럼 느껴져 오히려 칸타타의 광고가 맥심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역효과가 나타났다.

(성공적인 브랜드 슬로건 마케팅을 한 칠성사이다 / 사진제공 = 칠성사이다)

브랜드 슬로건을 이용한 마케팅은 소비자의 뇌리에 강렬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그와 동시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소비자들이 이끌릴 수 있는 요소를 주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짧은 문장 속에 담아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현 시장 상황에서 브랜드 슬로건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는 것이 레드오션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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