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신으로 재건에 성공한 버버리 / 자체제작

많은 기업이 디지털 마케팅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오늘날, 10년 전부터 디지털로 중무장하여 브랜드의 가치와 정체성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1856년에 설립되어 2014년 Interbrand의 Best Global Brands 리포트에서 73위를 기록한 영국 명품 버버리(Burberry)이다. 트렌치코트로 유명한 버버리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브랜드 정체성이 희석되고, 마케팅 전략의 부족으로 휘청거렸다. 하지만 2009년 버버리 전(前) CEO 안젤라 아렌트(Angela Ahrendts)가 디지털 경영 전략을 선언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1990년대 후반 버버리는 지나친 라이선스(license) 남발과 사업 품목 확장으로 브랜드의 통일된 정체성을 잃어갔다. 라이선스 덕분에 세계 각국에서는 유명한 버버리 제품을 자체적으로 디자인하여 판매할 수 있었다. 게다가 트렌치코트로 유명한 명품 패션 브랜드인데, 개 목줄이 상점에 진열되어 있었다.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브랜드가 사라질 즈음, 전 CEO 아렌트가 영입되고, 그녀는 당시 수석 디자이너였던 베일리(Christopher Bailey)와 함께 버버리를 디지털 브랜드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실시간으로 패션쇼를 SNS로 전송하는 버버리, 옷 정보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 사진출처 : dailymail

당시 LVMH, PPR(현재는 Kering)과 같은 대형 명품 기업체들은 해외에 진출하여 사업을 확장하기에 바빴다. 이러한 빈틈을 노려 아렌트는 트렌치코트 위주로 상품을 정리하고, 인터넷과 디지털에 친숙한 밀레니얼 세대(Millenials)을 타겟으로 경영 전략을 바꾸었다. 이 세대는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물질적으로 여유롭지 않았지만, 버버리가 주목한 것은 이들의 개인적인 소비 성향이었다. 남들과 차별되는 것을 좋아하는 이 세대에게 오래된, 시대에 뒤떨어진 트렌치코트가 아닌 현대적이고 세련된 트렌치코트를 선보였다. 또한, 패션업계 최초로 SNS를 통한 패션쇼 실시간 방송을 진행하였고, 패션쇼에서 본 옷을 당일에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살 수 있게 유통방법 또한 개선했다.

이러한 버버리의 디지털 전략은 성공을 거두었고 2011년에는 영업이익이 39%, 그다음 해에는 24%가 증가하였다. 무엇보다도 디지털 전략의 정수는 현재 런던 리젠트 거리에 있는 버버리의 세계 최대 플래그쉽 스토어(Flagship store, 주력 상품을 모아둔 매장)이다. 입구부터 6.7미터의 대형 스크린이 고객을 맞이하고, 직원은 아이패드로 고객에게 버버리의 브랜드 가치와 3주에 걸쳐 장인이 제작하는 트렌치코트 제작 과정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서 옷에 RFID가 장착되어, 피팅룸에 가서 옷을 입으면 옷의 탄생부터 진열까지의 과정을 들려준다.

 

런던 리젠트 거리의 버버리의 플래그쉽 스토어 / 사진출처 : wallpaper

문제는 이와 같은 디지털 전략의 효력이 점차 약화하고 있다는 것과 소비자의 행동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이 점차 보편화되면서 다른 명품업체도 디지털을 넘어서 AI를 적용하여 가상으로 옷을 입어보는 스마트 미러(Smart Mirror)를 선보이고 있다. 또한, 소비자는 단방향으로 기업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을 매개로 양방향으로 소통하기를 선호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2017년부터 CEO를 맡게 된 고베티(Marco Gobbetti)는 브랜드 가치가 사라진 미국 시장을 정리하는 동시에 온라인 상점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또한, 트렌치코트 외에 핸드백을 주력상품으로 내세우면서 디자인 변화와 상품의 다각화를 소비자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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