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형 프로그램으로 전통 공간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다
최근 한국민속촌이 여러 특색있는 프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다. 1974년 개관한 한국민속촌은 조선 시대의 풍경을 복원한 전통문화 테마 공원이다. 전통 마을과 박물관, 공예 체험장 등 전통문화를 온전하게 느낄 수 있다. 주목받은 부분은 바로 근 몇 년간 진행 중인 특색있는 프로그램과 축제들이다.
대부분의 현대 청년 소비자들은 소셜 미디어를 필수적으로 이용한다. 게시물뿐만 아니라 숏폼, 릴스 등 영상 매체도 매일매일 창작해 나간다. 어두운 밤의 민속촌은 평소에 우리가 보기 힘든 풍경으로 그 자체로도 콘텐츠로 적합한데, 특수분장과 음산한 분위기, 공포 요소가 들어간 이야기가 추가되면 민속촌은 최적의 공포 체험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1억 뷰를 기록한 숏폼 영상은 한국민속촌에 방문한 어린아이와 처녀 귀신의 첫 만남을 다룬 영상이다. 귀신을 처음 본 아이가 유모차 안으로 숨고 우는 모습을 담았다. 아이의 트라우마를 걱정하는 댓글도 있었으나, 프로그램의 목적이 사람을 놀라게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부모도, 배우도 모두 웃었다. 이렇게 체험을 통해 만들어진 소셜 미디어 콘텐츠는 방문객들의 소셜 미디어에 업로드되며 한국민속촌이 자본을 들이지 않고도 자발적 홍보 효과를 만들어 낸다.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한 달간 진행한 여름 축제 ‘심야공포촌’에는 가수 안예은과의 콜라보 기획 공연이 있었다. 가수 안예은은 ‘창귀’, ‘가위’ 등 납량 특집 시리즈의 노래들로 무대를 꾸몄다. 특색있는 창법을 사용하는 가수 안예은과의 협업은 한국민속촌의 축제를 대중들에게 더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앞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큰 인기를 끌며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린 바 있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사례와 같이 한국민속촌의 축제 기획들은 전통 자산이 현대의 콘텐츠 마케팅과 만나 다시 빛을 보는 모습을 만든다. 전통이 살아있는 공간의 매력을 온전히 활용하며 현대 소비자의 성향을 충분히 파악한 한국민속촌의 축제들은 점점 더 사랑받게 되었다.
한국민속촌의 성공 요인은 전통을 보존이 아닌 재해석에 초점을 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민속촌은 공간을 훼손하거나 철거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민속촌은 이 한계를 극복하는 데 ‘공포’라는 이야기 요소를 사용한 것이다. ‘고요한 조선의 새벽, 마당에서 발견된 시신에 대한 진실을 암행어사가 되어 밝혀보자’라는 내용의 이벤트 ‘조선살인수사’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현재 진행 중인 ‘귀신사바 귀신놀이’는 귀신의 물건을 찾아주면 보답한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구성한 프로그램이다. 귀신 술래잡기, 보은제단 등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했다. 한국민속촌에서는 몰입형 콘텐츠 이외에도 ‘목인형 만들기’, ‘호신팔찌 만들기’ 등 만들기 체험 콘텐츠도 즐길 수 있다. 축제 공간에 설치되어있는 수많은 포토존도 한국민속촌이 준비한 콘텐츠를 더 극대화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이를 통해 소비자를 단순한 소비 주체가 아닌 참여자로 만드는 몰입형 콘텐츠는 현대사회의 마케팅 필수 요소라고 볼 수 있다.
한국민속촌의 사례는 전통 자산도 마케팅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보존이 아닌 재해석을, 단순 관람자가 아닌 참여자로 만나는 콘텐츠가 현대와 미래의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한국민속촌이 앞으로도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며 더 많은 참여자가 방문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