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우유빵의 인기,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편의점 진열대에서 한 번쯤은 본 적 있는 ‘연세우유 크림빵’. 놀랍게도 이 빵은 연세우유가 직접 만든 제품이 아니다. 제조사는 바로 베이커리 전문기업 푸드코아다. 푸드코아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을 돌파하기 위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했고, 젊은 세대 사이에서 높아진 크림빵 수요에 주목했다. 이에 연세우유와 손잡고 협업을 진행하면서 지금의 ‘연세우유 크림빵’ 시리즈가 탄생했다.

첫 제품인 ‘우유 생크림빵’을 시작으로 초코, 말차, 황치즈, 옥수수 등 다양한 맛이 연이어 출시되며 편의점 디저트 붐을 이끌었다. 그러나 연세우유 크림빵의 진짜 경쟁력은 맛보다 '콜라보레이션 전략'에 있었다.

 

나폴리 맛피아X연세우유, ‘연세우유 밤 티라미수 생크림빵’

▲ 연세우유 밤 티라미수 생크림빵. / 사진 = BGF 리테일 캡쳐
▲ 연세우유 밤 티라미수 생크림빵. / 사진 = BGF 리테일 캡쳐

2024년,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에서 나폴리 맛피아(권성준 셰프)가 선보인 밤 티라미수가 화제가 되자, 연세우유 크림빵은 빠르게 협업에 나섰다. 그 결과 탄생한 제품이 바로 ‘밤 티라미수 컵’과 ‘연세우유 밤 티라미수 생크림빵’이다. 이 두 제품은 출시 직후 CU 편의점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권성준 셰프가 직접 레시피 개발에 참여해 흑백요리사 속 디저트의 맛을 그대로 구현한 것이 매력 포인트였다. ‘밤 티라미수컵’은 예약 판매 기간 동안 하루 평균 1~2만 개가 20분 만에 완판되는 기록을 세우며, 포켓CU 론칭 이래 최단 시간·최다 판매량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뒤이어 출시된 ‘연세우유 밤 티라미수 생크림빵’ 역시 3주 만에 누적 판매 70만 개를 돌파하며 흑백요리사 인기에 힘입은 성공적인 협업의 사례로 꼽혔다. 결국 이 제품은 TV 속 세계관과 현실의 제품을 연결한 '콘텐츠-소비 연계형 콜라보'의 대표 사례로 자리했다.

 

두산베어스X연세우유, ‘연세우유 먹산 생크림빵’

▲ 연세우유 먹산 생크림빵. / 사진 = CU 페이스북 캡쳐
▲ 연세우유 먹산 생크림빵. / 사진 = CU 페이스북 캡쳐

연세우유 크림빵은 스포츠 업계와도 손을 잡았다. 지난 3월, CU는 업계 단독으로 두산베어스와 협업한 ‘연세우유 먹산 생크림빵’을 선보였다. ‘먹산’이라는 독특한 이름은 두산베어스 팬들 사이에서 ‘먹성 좋은 두산’을 뜻하는 별칭에서 따왔다. 먹산 생크림빵은 출시 직후 포켓CU 인기 검색어 1위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고, 불과 6일 만에 12만 개 이상 판매, CU 디저트 매출 1위에 올랐다.

흥미로운 점은 판매 지역 비율에서도 확인된다. 전체 판매의 절반 이상인 약 54%가 서울 지역에서 발생했는데, 이는 두산베어스의 연고지와 정확히 겹친다. 야구 시즌 개막과 맞물려 팬심을 자극한 이 협업은, 스포츠 팬덤 마케팅의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교보문고X연세우유, ‘연세우유 교보문고맛 빵’

▲ 연세우유 교보문고맛 생크림빵. / 사진 = 교보문고 이벤트 페이지 캡쳐
▲ 연세우유 교보문고맛 생크림빵. / 사진 = 교보문고 이벤트 페이지 캡쳐

그리고 올해 가을, 연세우유 크림빵은 또 한 번 예상 밖의 협업으로 돌아왔다. 바로 ‘연세우유 교보문고맛 생크림빵’이다. 지난 9월 24일 출시된 이 제품은 2주 만에 25만 개 이상 판매, 기존 제품보다 같은 기간 판매량이 약 5만 개 많았다.

‘서점의 맛’이라는 다소 엉뚱한 콘셉트가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CU 측은 “빵의 부드러운 질감은 북커버를, 크림의 풍미는 서점의 따뜻한 감성을 표현했다”고 설명한다. 출시 전부터 SNS에서는 “커피 향이 날까?”, “교보문고 회전문 돌 때 나는 냄새 아닐까?”와 같은 온갖 추측이 쏟아졌다. 실제 제품은 폭신한 시폰빵 속에 헤이즐넛 초코 크림이 듬뿍 들어 있었고, 포장 안에는 11종의 랜덤 책갈피가 동봉돼 있었다. 이로 인해 10~20대 사이에서는 ‘굿즈형 디저트’로 인식되며 구매 열풍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를 ‘놀이형 소비’로 분석한다. 명확한 맛 설명 없이 소비자 스스로 해석하도록 여지를 남긴 전략이 퀴즈처럼 즐기는 소비 심리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음식 칼럼니스트 정동현은 이번 교보문고와 연세우유의 협업을 “기본적인 맛이 검증된 브랜드라는 신뢰 위에, 전혀 다른 세계관을 접목시켜 밈처럼 확산된 사례”라고 평가했다.

 

콜라보의 진짜 힘은 '재미'와 '참여감'

연세우유 크림빵 시리즈의 잇따른 성공은 단순한 제품력이 아니라, '소비자와 함께 노는' 브랜드 전략의 결과다. 콘텐츠, 스포츠, 서점 등 서로 다른 문화 코드를 제품에 접목해 소비자 스스로 ‘의미를 찾아가는 경험’을 제공한 것이다.

즉, 연세우유 크림빵은 맛보다 스토리를 파는 브랜드로 진화했다. 소비자가 “이번엔 어떤 맛일까?” “다음 콜라보는 누구일까?”를 기대하게 만드는 그 자체가, 이 브랜드의 가장 강력한 마케팅 자산이 된 셈이다. 결국 연세우유 크림빵의 이색 협업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MZ세대의 ‘놀이형 소비 문화’를 정확히 짚어낸 결과라 할 수 있다. ‘먹는 재미’를 넘어 ‘참여하는 재미’를 제공한 브랜드, 그것이 바로 연세우유빵의 진짜 성공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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