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웰푸드, 칸쵸 '내 이름을 찾아라!' 이벤트 진행
놀이화·개인화로 젊은 세대 사이에서 열풍
마케팅 전략이 세대의 문법을 바꾸고, 브랜드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을까. 봉지를 뜯어 과자를 집어 먹는 평범한 행위에 ‘내 이름 찾기’라는 장치를 더하자, 그야말로 소비 열풍이 일어났다. 제품 출시 40주년을 맞아 롯데웰푸드가 선보인 ‘내 이름을 찾아라!’ 이벤트는 ‘추억의 과자’로 여겨졌던 칸쵸를 젊은 세대의 이목을 끄는 트렌디한 브랜드로 주목받게 했다. 칸쵸는 소비의 문법을 판매 촉진에서 참여형 놀이로 바꾼 것이다.
◈ 이름으로 맞은 새로운 전성기
1984년 출시된 칸쵸는 40년의 세월 동안 사랑받아 온 국민 과자 중 하나다. 하지만 장수 브랜드가 당면하는 과제는 늘 같다.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는 경쟁 환경 속에서 젊은 세대의 선택을 어떻게 다시 끌어낼 수 있을까.
롯데웰푸드는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색다른 40주년 기념 이벤트를 기획했다. ‘내 이름을 찾아라!’ 이벤트의 핵심은 단순하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등록된 신생아 이름 500개와 칸쵸의 공식 캐릭터 이름 4개(카니, 쵸니, 쵸비, 러비)를 과자 표면에 무작위로 새겨 넣은 것이다. 소비자가 칸쵸를 먹는 단순한 경험에서 자신의 이름을 발견하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벤트 참여 방식도 쉽고 직관적이었다. 소비자가 봉지를 열어 자신의 이름이나 가족·지인의 이름을 찾으면 SNS에 인증 사진을 올리고, 경품 이벤트에 응모할 수 있었다. 이러한 단순한 구조는 폭발적 반응을 불러왔다. 온라인에서는 #칸쵸이름찾기 해시태그가 빠르게 확산됐고, 품절 사태를 빚기도 했다.
그 결과 매출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벤트 시작 후 GS25의 칸쵸 일평균 판매량은 직전월 동기 대비 약 290% 증가했고, CU에서도 같은 기간 210% 이상 증가했다. 세븐일레븐 역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50% 증가세를 보였다. 칸쵸가 소비의 문법을 판매 촉진에서 개인 맞춤형 경험으로 변모시키는 데 성공한 셈이다.
◈ 팬덤 중심의 '놀이화'로 '관계성 소비' 유도
칸쵸 이벤트의 또 다른 흥행 요인은 팬덤 문화와 맞닿아 있다. Z세대 팬덤은 희소성, 체험 등에 기반한 경험 소비를 추구한다. 칸쵸 이벤트는 이러한 팬덤 심리를 탁월하게 공략했다. 그 결과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아이돌이나 유명인의 이름을 찾기 위해 대거 구매에 나서는, 이른바 ‘칸쵸깡’이 유행처럼 번졌다. 또한 이름이 쉽게 나오지 않자 과자의 글자를 잘라 붙여 새로운 조합을 만들거나, 과자 표면을 긁어 획을 지우는 등 인위적으로 만드는 문화까지 등장했다. 이처럼 칸쵸 이벤트는 개인의 경험을 넘어, 소비자들의 창의력이 더해지면서 팬덤 전체의 집단적 놀이로 확장됐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특정 아이돌의 이름을 찾았다는 게시물은 곧 팬덤 간 공유와 확산으로 이어졌고, 이는 또 다른 연쇄적인 소비를 자극했다.
이는 ‘관계성 소비’라는 새로운 흐름을 촉발했다. 소비자 개인을 타깃으로 삼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이 속한 관계망과 문화를 자극해 자발적인 확산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칸쵸 이벤트는 '이름'이 어떻게 공동체적인 열광으로 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 칸쵸 성공 비결, 브랜드 가치에 기반한 '개인화'
칸쵸의 성공을 가능케 한 비결은 ‘개인화’와 ‘놀이화’다. 제품 표면에 이름을 새기는 단순한 변화만으로 대량 생산품을 나만의 특별한 제품으로 느껴지도록 했다. 이는 소비자가 제품에 정서적 유대를 느끼게 하고, 단순한 간식 구매 행위를 개인적 경험으로 전환시켰다. 특히나 수많은 이름 중 원하는 이름을 찾는 과정은 ‘발견의 재미’라는 게임적 요소를 부여해 봉지를 뜯는 순간에 기대감을 심어줬다.
무작위로 제공되는 이름들은 원하는 이름을 찾을 때까지 반복적인 재구매를 자발적으로 유도하고, 제품 구매가 곧 챌린지 형태의 놀이로 여겨지게끔 설계했다. 이로 인해 소비자는 칸쵸를 경험하는 브랜드로 인식하게 됐다. 이는 장수 브랜드가 새로운 세대와 접점을 만들기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기능적 차별화가 아닌, 경험적 차별화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칸쵸는 “사랑의 레시피로 지구를 사랑으로 가득 채우자”는 브랜드 이념을 바탕으로, 본인 이름 외에도 가족, 친구, 연인의 이름을 찾아 선물하거나 인증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장려해 관계를 매개하는 공유 문화를 촉진했다. 이는 제품 자체의 가치뿐만 아니라, 사람 간의 소통과 연결을 촉진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브랜드의 정서적 자산을 강화했다. 이는 브랜드 가치가 마케팅의 목적에 맞닿아 있을 때, 메시지가 더욱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 이름으로 세계를 흔들다, 코카콜라 'Share a Coke'
칸쵸의 전략은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입증된 성공 공식과 닮아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카콜라의 ‘Share a Coke’ 캠페인이다. 2011년 호주에서 처음 시작된 이 캠페인은 코카콜라 병 외부의 브랜드 로고 대신 소비자들의 이름을 인쇄해 ‘나만의 코카콜라’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단순한 아이디어였지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소비자들은 자신과 지인의 이름이 새겨진 병을 찾고 이를 SNS에 공유하며 놀이처럼 즐겼다. 이를 통해 코카콜라는 '사람 간의 교감을 촉진하는 매개체'로 자리매김했다. 그 결과 인구가 2,300만 명 남짓했던 호주에서만 2억5,000만 병이 판매됐고, 호주 1020세대의 코카콜라 소비량은 7% 증가했다.
그 후, 캠페인이 전 세계 150여 개국으로 확산되며 문화적 다양성까지 반영한 글로벌 성공 사례로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는 ‘우리 가족’, ‘행복해’, ‘친구야’와 같은 따뜻한 메시지를 삽입하고, 중국에서는 ‘내향형’, ‘관심받기를 좋아하는 사람’ 등 페르소나를 강조하며 이름 찾기를 넘어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로 재해석했다. 이 캠페인은 일상을 특별한 경험으로 전환하고,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관계를 넘어 소비자끼리의 관계 형성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코카콜라는 'Share a Coke' 캠페인을 통해 단순함 속 창의력이 큰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 칸쵸와 코카콜라, 평행선 속 교차점
코카콜라와 칸쵸는 모두 ‘이름’을 이용해 소비자와 브랜드 간의 관계를 강화했다는 본질적인 전략에서 유사하다. 두 사례 모두 대중적인 제품에 개인화된 정서적 가치를 부여해 제품을 소통과 연결의 매개체로 전환했다. 또한 SNS를 통한 자발적 인증과 공유를 유도해 바이럴 효과를 창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편, 두 캠페인은 제품 특성과 시장 상황에 따라 전략적 차이를 드러낸다. 코카콜라가 병이나 캔 라벨에 이름을 인쇄해 소유와 공유에 초점을 맞췄다면, 칸쵸는 과자 내용물에 이름을 새겨 넣어 개봉 해야만 발견 가능한 게임적 요소를 극대화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또한 칸쵸는 40주년을 맞은 장수 브랜드로써 브랜드 생명력을 연장하고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새롭게 구축한다는 목적인 반면, 코카콜라는 강력한 글로벌 브랜드 자산을 바탕으로 브랜드를 매개한 인간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 소비 열풍을 브랜드 자산으로 남기려면
칸쵸의 ‘내 이름을 찾아라!’ 이벤트는 작은 아이디어가 어떻게 소비자 경험을 바꾸고, 브랜드의 생명력을 연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름’이 소비자의 소유 욕구와 놀이 욕구를 자극했고, 이는 곧 팬덤 문화와 공유 문화와 결합해 확산되며 3배의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코카콜라의 ‘Share a Coke’ 캠페인과 마찬가지로, 칸쵸의 이벤트는 단순함 속에 강력한 가능성이 숨어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브랜드가 소비자와 정서적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꼭 거창한 메시지나 대규모 예산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소비자의 일상과 맞닿은 작지만 특별한 경험이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한편, 이러한 열풍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브랜드 자산과 가치와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칸쵸의 마케팅이 ‘사랑의 레시피’라는 브랜드 철학을 기반으로 하듯, 기업은 브랜드 정체성과 캠페인이 어떤 접점을 만들 수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결국 ‘이름’은 칸쵸가 소비자와 소통하는 새로운 접점이 되었고,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지속적으로 재구매와 참여를 이끄는 ‘경험 자산’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