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흥행과 팬덤 문화, 그리고 콜라보가 만들어낸 새로운 스포츠 소비

팬덤 구조의 변화

자동차 경주 대회인 F1은 오랫동안 한국에서 일부 마니아만의 관심사에 머물렀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달라졌다. 드라이버를 아이돌처럼 소비하는 문화, 영화 흥행으로 촉발된 대중 관심, 브랜드 협업이 겹치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F1 팬의 40% 이상이 여성으로, 신규 팬의 4명 중 3명이 여성이고 이 가운데 18~24세 비중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팬들은 이제 경기 성적뿐 아니라 드라이버의 패션, 소셜미디어 활동, 출근길 모습까지 소비한다. 응원 방식 역시 아이돌 콘서트를 닮았다. 해외 언론은 이를 ‘K-popification of F1’이라 명명하며, 팬덤 문화가 모터스포츠에 접목되는 현상으로 분석했다.

한국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중계보다 드라이버 관련 포토카드, 밈, 출근길 캡처 같은 2차 콘텐츠가 SNS에서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팬들은 더 이상 수동적 관람자가 아니라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고 확산하는 주체로 자리 잡았다.

 

영화가 만든 대중적 확산

극장가에서는 영화 ‘F1: 더 무비’가 열기를 더했다. 6월 말 개봉한 이 작품은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고, 8월 중순 누적 관객은 400만 명을 넘어섰다. 은퇴한 베테랑 드라이버가 루키와 팀을 이루는 서사를 담았으며, 실제 경기 주간 서킷에서 촬영해 현장감을 높였다.

관객들은 중계로는 느낄 수 없는 엔진음, 차체 진동, 초고속 추월 장면을 극장에서 체험하며 “IMAX와 4DX에서 봐야 한다”는 반응을 남겼다. 스포츠 영화로는 드문 장기 흥행이었다.

흥행은 단순한 영화 성과로 끝나지 않았다. 기존 팬에게는 외부 서사를 확장해 주었고, 일반 대중에게는 F1 입문 통로가 되었다. 관객들은 “F1은 단순히 경기 결과가 아니라 감각적·문화적 콘텐츠로 즐길 수 있는 대상”이라는 인식을 새롭게 가지게 됐다. 한국에서 F1이 마니아 영역을 넘어 대중적 화제로 옮겨가는 데 영화가 중요한 계기를 제공한 셈이다.

 

협업과 굿즈의 결핍 효과

영화 개봉 시점에 맞춰 브랜드 협업도 이어졌다. 가장 화제가 된 것은 라틴아메리카에서만 판매된 맥도날드의 ‘F1 더 무비 세트’다. 영화 디자인 패키지와 다이캐스트 미니카를 포함해 단순 식사가 아닌 수집용 굿즈 성격을 띠었다. 한국에는 출시되지 않았지만, 이 사실이 오히려 직구와 리셀 거래를 촉발하며 화제를 키웠다.

F1 공식 스토어에서도 영화 로고와 팀 로고가 결합된 티셔츠, 모자, 액세서리가 한정판으로 판매됐다. 팬들은 영화 관람과 동시에 굿즈를 구매·인증하며 경험을 확장했다. 여기에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드라이브 투 서바이브’가 다시 회자되며 극장과 스트리밍 콘텐츠가 동시에 소비되는 흐름도 나타났다.

 

K-popification of F1, 한국의 과제

최근 F1이 한국에서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팬덤 구조가 젊은 여성 중심으로 바뀌었고, 영화가 대중 입문 통로 역할을 했으며, 협업과 굿즈가 결핍 효과를 일으켰다. 여기에 국내 개최 논의까지 더해지며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해외 언론이 언급한 ‘K-popification of F1’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팬덤과 소비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에서 F1은 더 이상 소수 스포츠가 아니다. 영화관, 매장, 온라인을 통해 일상 속으로 들어왔고, 새로운 방식의 팬 경험을 만들고 있다. K팝을 통해 형성된 팬덤 소비 방식이 세계 스포츠에 반영되고, 다시 한국으로 역수입되며 새로운 반향을 일으키는 중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관심을 일회성으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영화와 굿즈로 형성된 열기를 실제 경기 관람과 체험 행사로 이어갈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일이다. 

저작권자 © 소비자평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