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아정, 커스텀 신발, 와츠인마이백... 초개인화 시대, 나의 개성을 드러내는 방법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소비자는 남들과 같은 옷을 입거나, 같은 것을 먹고, 같은 행동을 하는 것에 더 이상 만족하지 않는다. 마치 소품종 대량 생산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트렌드가 변화하던 과거의 모습을 계승한 것처럼, 이제는 개인화보다 더 개인화된 ‘초개인화’ 사회가 도래했다. ‘초개인화’는 사람들을 하나의 무리로 나누는 것이 어렵고, 점점 각 개인이 다른 모습을 보이기에 개인화를 이어 붙여진 이름이다.
사람들은 이제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하고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기존 제품과 서비스를 나만의 스타일로 맞춤화시키려는 욕구가 커지고 있다. 이전에도 가방이나 화장품, 필기구에 단순한 각인을 하곤 했지만 이제는 기존 제품을 조합해 나만의 개성을 보여주는 조합을 만들거나, 직접 취향을 담아 제품을 변형하거나 디자인하여 주문제작하는 모습을 보인다.
초개인화 시대, 기업이 제시하는 커스터마이징
앞서 언급했듯, 현 시대는 ‘초개인화 시대’라고 불릴 만큼 소비자들이 자신의 필요와 취향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시대이다. 각 소비자들은 뚜렷한 개성을 갖고 있고, 자신만의 색깔을 추구하기 때문에 기업은 개개인의 취향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우리에게 친숙한 유튜브 및 광고 알고리즘 등에서도 알 수 있듯 기업은 소비자의 데이터를 분석해 개개인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는 자신의 관심사와 생활 패턴에 맞는 경험과 상품을 기업에게 바라며, 기업은 이러한 소비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선택지나 직접 조합이 가능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저 정해진 대로, 기업이 주는 그대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과 개성을 듬뿍 담은 자신만의 맞춤형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를 통해 소비자는 '나의 개성'을 드러내고 남들과 자신을 차별화하며 만족감을 얻는다. 이처럼 커스터마이징은 초개인화 시대의 핵심 소비 방식으로 자리잡고있다.
내 취향이 가득한 커스터마이징 제품들
많은 기업들은 변화하는 소비자의 모습에 맞춰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제품을 만들고 구매할 수 있다. 많은 소비자들은 다양한 분야의 여러 기업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여 일상 속 많은 부분을 자신만의 취향으로 구성해나가고 있다.
1. 신발: 나이키의 'NIKE BY YOU' 서비스
여러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는 소비자들이 신발의 색상, 소재, 끈까지 각 부분을 개인이 선택하여 신발을 디자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나이키’는 ‘NIKE BY YOU’ 서비스를 통해 신발의 밑창, 갑피, 끈 등등 원하는 색상을 선택하고 조합하고 자신이 원하는 문구를 삽입하여 나만의 운동화를 주문제작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미국과 일본 등등 국가에서 'NIKE BY YOU' 서비스를 통해 본인이 직접 디자인한 신발을 구매할 수 있고, 한국에서는 강남, 명동, 동대문 등등 대형 매장에서 모자나 의류에 와펜이나 프린팅을 통해 나의 취향을 담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자신이 신을 신발을 직접 디자인하는 경험을 통해 소비자는 단순한 구매자가 아니라 디자인의 주체인 창작자가 되기에 자신의 취향을 현실 속의 제품으로 만들어내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2. 자동차: BMW INDIVIDUAL과 테슬라의 커스터마이징 서비스
자동차 산업 역시 신발처럼 커스터마이징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BMW의 “BMW INDIVIDUAL” 프로그램이 있는데, 소비자들에게 100개 이상의 다양한 색상 옵션과 내부 인테리어 재질 및 옵션을 선택할 수 있게 해 양산형 차가 아닌 나의 취향을 담은 나만의 차를 구매할 수 있게 한다. 특히 자동차를 사용하는 목적이 개인별로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자신이 필요한 옵션만 추가하여 자신의 생활에 꼭 맞는 차를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점이 큰 인기의 요인이다.
또한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는 차의 주행거리를 결정하는 배터리 크기를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각자가 차량을 이용하는 거리와 용도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여 차를 실용적으로 맞춤 사용할 수 있게 한다.
3. 삼성전자의 '비스포크(BESPOKE)'
또한 일상에서 매일 사용하는 또 다른 분야인 가전제품에도 커스터마이징 서비스가 존재한다. 바로 삼성전자의 비스포크인데, 비스포크 가전제품은 소비자가 원하는 색상, 재질, 기능을 조합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제품을 구성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기존 단색 제품들 위주의 시장에서 사용자들이 자신의 주방 인테리어에 맞는 색상과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게 해 큰 호응을 얻었다. 직접 색상을 선택하여 나의 필용 맞는 가전제품을 만드는 것은 제품을 기능 뿐만 아니라 인테리어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게 한다. 또한 소비자는 자신의 선택이 반영된 제품을 통해 단순히 물건을 사용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며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2019년 처음 출시된 비스포크 냉장고는 2024년 6월 기준으로 국내 누적 판매량 300만 대를 돌파했다고 한다. 이 수치는 지난 5년동안 평균적으로 1분에 1대씩 판매된 수준의 기록으로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한경닷컴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3년 미국 생활가전 시장에서 매출과 판매량 모두 1위를 기록했는데, 특히 비스포크 라인업이 판매량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고 한다. 이처럼 기능 뿐만 아니라 커스터마이징을 통한 자신의 취향을 반영하는 것은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할 때 큰 부분으로 작용함을 알 수 있다.
커스터마이징 관련 콘텐츠: 와츠인마이백 #나를 보여주는 물건들
커스터마이징 트렌드와 연관있는 콘텐츠로 와츠인마이백(What's in my bag)이 있다. '보그', 'GQ', 'W', 'Allure' 등 패션 매거진을 운영하는 회사의 유튜브 채널을 필두로 만들어진 콘텐츠인데, 각각 콘텐츠 이름이 'MY ESSENTIALS', 'IN MY BAG'등 조금 다르지만 콘텐츠 양식은 동일하다. 유명인의 인터뷰로부터 시작해 이제는 일반 대중들도 자신의 SNS에 '#와츠인마이백', '#whatsinmybag' 등 해시태그를 동반한 게시물을 올릴 만큼 전 세계적으로 나를 표현하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주로 미국에서는 할리우드 배우부터 유명인들이, 한국에서는 아이돌부터 가수, 배우, 화제의 인물들이 등장하여 자신의 가방 속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 소개하는 콘텐츠이다. 이 콘텐츠는 초개인화 시대에 개성을 표현하는 트렌드와 큰 연관이 있다. 현대인은 단순히 물건을 소유하는 것을 넘어 자신만의 취향과 삶의 방식을 나타내는 물건들을 통해 개성을 드러내는 것을 즐긴다.
‘와츠인마이백’ 콘텐츠는 유명인이 사용하는 물건들을 통해서 그들의 취향과 가치관 등을 알 수 있는 하나의 창구로 작용한다. 또한 각각의 물건 뿐만 아니라 그 물건들의 조합을 통해 그 사람의 특성과 성격이 드러나기에 이 콘텐츠에 흥미를 갖는 사람들이 많다. 나의 일상, 관심사와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유튜브, 틱톡 등 SNS플랫폼에서 자기표현을 하고자 하는 일반인들에게도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다.
취향이 담긴 맛, 식품 분야의 커스터마이징
식품 분야에서도 나의 취향을 담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음식 트렌드가 유행중이다. '요아정', '마라탕', '서브웨이' 등 자신이 직접 재료를 골라 만들어 먹는 식품이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이 음식들은 단순히 음식의 부수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재료를 기호에 따라 첨가하거나 빼는 것이 아니라, 음식의 주가 되는 재료들을 직접 선택한다는 특징이 있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주 재료를 선택하여 음식을 구성하기에 수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하고, 남들과는 180도 다른 조합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요아정'은 요거트 아이스크림 위에 각종 과일, 초콜릿, 벌꿀, 시리얼 등 토핑을 올린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디저트 브랜드이다. 소비자가 기본 아이스크림 위에 올라갈 토핑을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정할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자신이 개발한 조합이나 시도한 레시피를 SNS 상에 ‘요아정 꿀조합’으로 공유하는 트렌드도 함께 유행하고 있다. 유튜버 '입짧은햇님', '침착맨', 가수 '강민경', '오해원' 등 여러 연예인들도 직접 만든 조합을 팬들과 공유하며 소비자는 여러 '꿀조합'을 시도해보고 만드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한 몇 년 전부터 생일이나 기념일 등 특별한 날에 기성품 케이크를 사서 주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디자인과 문구를 넣어 디자인한 '레터링케이크'를 주문 제작해 선물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레터링케이크를 주문제작하게 되면 케이크의 모양, 색상부터 각종 문구, 캐릭터 그림과 사진 등 다양한 디자인 요소를 정하고 추가할 수 있다. 이처럼 케이크에 개인의 개성과 진심을 담아 꾸밀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에게 매력을 느끼게 한다.
카페 프랜차이즈 투썸플레이스는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하여 2023년 연말 ‘나만의 디자인 케이크’를 출시하기도 했다. '나만의 디자인 케이크'는 기본 흰색의 생크림케이크와 함께 직접 꾸밀 수 있는 부자재들을 동봉하여 판매하는 제품으로, 소비자가 직접 자신의 케이크를 꾸밀 수 있다는 점 덕분에 큰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의, 식, 주 같이 우리 삶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 분야까지도 '커스터마이징' 트렌드가 깊숙히 영향을 끼치고 있다.
커스터마이징 소비, 앞으로의 전망
초개인화 시대의 도래와 개성과 자기표현을 중시하는 현대인들의 영향으로 커스터마이징 소비 트렌드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디지털 기술과 정보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의 발전은 개인별로 맞춤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특히 기업은 다양한 분야에서 AI와 머신러닝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 개개인별 취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별 맞춤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커스터마이징 소비는 우리 일상에 더욱 더 깊숙히 들어오고 있으며,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앞으로 더욱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커스터마이징 케이스를 주 상품으로 하는 테크 악세서리 브랜드 '케이스티파이'는 런칭 이후 연평균 성장률 +70%를 기록하였다. 브랜드의 CEO 웨슬리 응(Wesley Ng)은 한 인터뷰에서 "케이스티파이 제품은 '자기표현'을 위한 캔버스와 같다." 라고 말했는데, 이처럼 커스터마이징을 통한 자기표현을 무기로 하는 다양한 기업은 가파른 성장세로 사업을 확장하고 시장 점유율을 올리며 초개인화 시대에 새로운 대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미래에도 커스터마이징 트렌드가 지속되며 획일화된 상품이나 서비스 모델이 아닌, 개인이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직접 구성할 수 있게 되며 더 만족스러운 소비를 할 수 있게 된다. 앞으로 발전된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소비자와 기업이 함께 소통하고 협력하여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