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놀라는 이유 중 하나는 ‘빠른 배달’이다.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K-배달문화’를 이끈 주역 중 하나가 배달앱 ‘배달의민족’이다. 배달의민족은 ㈜우아한형제들(대표 김범준)이 2010년 출시한 배달음식 플랫폼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1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였으며, 배달의민족 앱 누적 다운로드 수 5,400만 회를 돌파하는 등 대한민국 배달 업계에서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전엔 ‘배달음식’ 하면 치킨, 피자, 중식 등의 메뉴만을 떠올렸지만, 이제는 회, 똠양꿍, 빙수를 배달시켜 먹는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처럼 배달의민족은 배달음식의 경계를 허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또한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재치있는 광고 문구를 통해 ‘한국인=배달의민족’ 공식을 전세계에 알리고 있다.

배민아카데미의 '베트남 외식업 도전기' 프로젝트 / 우아한형제들 제공
배민아카데미의 '베트남 외식업 도전기' 프로젝트 / 우아한형제들 제공

우아한형제들은 한국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에도 힘써왔다. 먼저 베트남에서는 2019년 ‘BAEMIN’이라는 이름으로 호치민과 하노이에서 서비스를 개시하였으며, 진출 1년 만에 베트남 배달 산업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배달의민족 특유의 재치있는 B급 감성 브랜딩에 베트남어 서체 개발과 같은 현지화 마케팅이 더해진 결과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음식점 사장님들이 베트남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맞이할 수 있게끔 배민아카데미를 통해 ‘베트남 외식업 도전기’ 교육생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선발된 교육생에게는 베트남 진출에 대한 기회와 정보를 제공하며, 사업 준비 과정까지 철저히 도울 예정이다.

우아한형제들의 일본 겨냥 배달 서비스 '푸드네코' / 우아한형제들 제공
우아한형제들의 일본 겨냥 배달 서비스 '푸드네코' / 우아한형제들 제공

두 번째 타깃은 일본이다. 사실 우아한형제들의 일본 진출 도전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2014년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LINE)과 함께 ‘라인와우’라는 이름으로 일본 진출을 시도하였으나 음식 배달에 대한 보수적인 분위기 탓에 1년여 만에 철수한 이력이 있다. 그러나 일본 배달음식 시장의 성장, 베트남에서의 성공 등을 긍정적 신호로 보았고, 실패 5년만인 작년 12월 ‘푸드네코(FOODNEKO)’란 이름의 서비스를 런칭하였다. 푸드네코는 서비스료, 기본 배달료, 최소 주문 금액이 없는 3무(無)정책과 쿠폰 공세를 통해 현지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지만, 런칭 5개월만인 지난달 27일 서비스를 종료하고 딜리버리히어로(DH)가 운영하는 푸드판다(FoodPanda)에 통합되었다.

푸드네코와 푸드판다의 통합은 우아한형제들의 일본 철수로 보기에는 어렵다. 그 이유는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의 관계에 있다. ‘딜리버리히어로(Delivery Hero)’는 독일에 본사를 둔 글로벌 푸드테크 기업이며, 지난 2019년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였다.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은 각각 50대 50으로 지분을 투자해 싱가포르에 ‘우아DH아시아’를 설립함으로써 아시아 진출의 본격적 토대를 마련할 예정이다. 즉, 푸드네코와 푸드판다가 합쳐진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의장이 우아DH아시아의 아시아지역 15개국 사업을 총괄하게 된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우아한형제들은 국내 선도 기업이자, 아시아 경영을 펼치는 기업으로서 소비자 요구 변화, 시장경쟁 상황 변화를 민감하게 관찰하면서 혁신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K-배달문화의 확산을 주도할 이들의 이후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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