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With Corona)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면서 오프라인 활동에 대한 기대감도 기지개를 펴고 있다. 오래간만에 들리는 설레는 소식에 한 동안 웅크리고 있던 몸부터 펴보고자 헬스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운동을 결심하는 순간 먼저 드는 마음은 ‘트레이닝복부터 스타일리시하게 바꿔볼까’ 이다. 운동은 장비 발이라고 했던가. 언젠가부터 “OO은 장비 발”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유행처럼 들린다. OO에는 운동, 요리, 살림, 골프, 캠핑, 농사 등등 다양한 활동들을 넣을 수 있다. 이 장비 발 릴레이에 ‘마케팅’도 한 자리할 모양새다.

‘-발’은 기세나 힘을 뜻하는 접미사로, 내실보다는 겉모습에 치중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양상을 말한다. 얼굴이 안되니 화장발이나 조명발에라도 기대고 싶은 심리라고나 할까. 명필가는 붓을 탓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실력이 안되니 장비 발로라도 해결하고 싶은 마음일터다. 좋은 붓을 갖췄어도 좋은 생각이 따라야 명필이 나오는 법인데, 좋은 붓만 들고 있어도 멋진 글이 절로 쓰여질 것이라는 근거없는 기대감에 쉽게 기대려는 심리다. 마케팅도 장비 발이라니 무슨 이야기인가? 특히 디지털에서 그렇다.

 

TV 광고에 진출하는 플랫폼 기업들

요즘 TV를 보면 제품 광고보다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로 애플리케이션 광고이다. 틱톡, 인스타그램, 오늘의 집, 지그재그, 트렌디, 머스트잇 등 디지털에서 한 가닥 하는 브랜드들이 지상파를 기웃거리고 있다. 디지털에서 놀던 이들이 왜 갑자기 대중매체로 진출하는 것일까?

옛날부터 TV가 갖는 명성이 있었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를 부르던 마음에는 ‘만인이 보는 무대 위에 선다는 특별함’ 외에, ‘만인 앞에 설 만한 남다른 능력을 갖춘 우월감’이 깔려 있었다. 바로 만인에게 인정받는 공신력이다. 이처럼 TV에는 다른 매체가 갖기 못한 대중을 사로잡는 강력한 힘이 있다. 플랫폼 기업들의 TV 침투가 의미하는 바는 뭘까? 플랫폼 기업들도 이제는 남다른 위상을 갖췄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아니 그러한 공신력을 갖추고 싶었기 때문일까?

좌: 틱톡 TV CF “그냥 너답게 즐기는 거야 편” / 우: 트렌디 TV CF “정품 스캐닝편” (사진 출처: TV-CF)
좌: 틱톡 TV CF “그냥 너답게 즐기는 거야 편” / 우: 트렌디 TV CF “정품 스캐닝편” (사진 출처: TV-CF)

내막은 따로 있다. 파편화된 채널로 연결된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하던 이들이 매스미디어로 나오는 이유는, 솔직히 디지털에서 더 이상 시장을 키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디지털에서는 기본적으로 타겟팅이 필요하다. 누구를 대상으로, 어디에, 어떤 광고를 내보낼 것인지가 기본 틀인데, 파편화된 접근으로 시장에 접근하려다 보니 적은 예산으로 롱테일의 시장 파이를 확보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노릇이다. 따라서 이들은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하는 방식으로 노출의 문을 열고 싶은 것이다. 롱테일 마켓이 어려우니 매스 마켓으로 진출해서 시장을 키우겠다는 노림수이다.

 

파편화된 디지털 공간을 대하는 바른 자세

이러한 접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디지털은 태생 자체가 유기적인 공간이다. 무수한 채널들이 계속 생겨나고 콘텐츠도 실시간 업로드 된다. 그러다 보니 디지털에서는 무수한 공간 중에 우리에게 맞는 공간을 찾아 콘텐츠를 ‘뿌린다’는 개념이 더 적합해 보인다. 디지털에 콘텐츠를 뿌리기 위해서는 상당히 디테일한 가이드가 필요하다. 어떤 채널에,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시간에, 어떤 메시지로 올릴 것인지, 그리고 이러한 행위들은 어떤 마케팅 목표를 얻기 위해 움직이는 것인지까지, 마케팅 활동에 대한 계획은 TV 광고에 비해 상당히 구체적이다. 디지털은 목표에 따른 타겟 설계, 채널 설계, 콘텐츠 설계, 효과 전환으로 타겟의 여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매체마다 다르게 작동되는 미디어 소비 행태도 잘 알아야 한다. 즉, 디지털에서는 롱테일 환경을 다루는 스킬과 안목이 필요하다. 확실히 디지털은 TV와는 다른 접근을 요구한다.

많은 디지털 마케터들이 퍼포먼스에 기반한 디지털 광고를 하다가, 매출이 정체되는 시기가 되면 브랜드 마케팅을 통해 매출 곡선에 탄력을 준다. 정체된 매출을 올리는데 ‘브랜드’ 만한 카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퍼포먼스와 브랜드의 연계처럼 보여지는 이러한 전략은 과연 맞는 수순일까?

디지털 마케터들이 언급하는 브랜드는 대체로 ‘노출’을 의미한다. 브랜드명을 계속 노출시켜서 구매 고려군에 브랜드명이 떠오르게 하려는 침투 전략이다. 소비자의 단기기억에서 사라지지 않게 해서 조금이라도 구입 버튼을 누르게 하려는 속셈이다. 브랜드명을 고지하기에 TV 만한 채널이 없기 때문에 이들은 궁극의 전략으로 TV 광고를 고려한다. 디지털 상에서 채널 쪼개기에 한계를 느낀 것이다. 여기에 디지털의 모순이 나온다. 디지털은 태생이 개인화 된 롱테일인데, 롱테일의 한계에 부딪혀 태생을 버리고 대중이 모여 있는 매스로 나오는 것이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아이러니 하게 브랜드가 필요하다. TV 광고의 꽃을 피웠던 브랜드가 디지털을 구원할 열쇠가 되는 순간이다. 브랜드는 노출을 위한 명함이 아니다. 그 이상이다. 브랜드의 본질을 보지 못하면 그 역량이 제대로 발휘될 리 없다. 디지털 마케터들은 그들이 놓치고 있는 브랜드의 진가를 디지털 안에서 찾아야 한다.

 

디지털에서 브랜드를 다루기 위해서는

그렇다면, 브랜드의 진가는 무엇일까? 브랜드에 대한 연구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에 초에 활발히 이루어졌다. 당시 많은 기업들은 기업활동에 높은 부가가치를 붙일 수 있도록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해주는 브랜드란 신세계를 도입하기 바빴다. 브랜드의 사전적 정의는 ‘특정 제품 및 서비스를 구분하기 위해 쓰이는 명칭이나 기호’로, 다른 것과의 구분을 위한 낙인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브랜드의 본질적 의미에는 ‘제품 이상의 무형의 가치’라는 깊은 뜻이 들어있다. 브랜드가 부여받은 임무는 제품을 둘러싼 기업활동에 부가가치를 더하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브랜드는 고객이 원하는 이미지를 제품에 붙여, 기능 이상의 심리적 가치로 소비자의 마음을 공략하는 새로운 전략이었다. 따라서 브랜드 전략의 핵심 목표는 우리만의 부가가치를 제공하여 다른 제품과 차별화를 꾀하는 것이다. 그리고 심리적 가치의 끝에는 항상 고객을 우리 기업에 붙들어 놓는 관계 마케팅이 존재한다.

브랜드의 태생에 ‘제품 이상의 가치’가 담겨져 있기 때문에, 마케터들은 브랜드를 고려할 때 항상 부가가치를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즉, 디지털에서 브랜드를 잘 쓰기 위해서는 디지털 공간에서 우리는 어떤 식으로 부가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많은 플랫폼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단순히 노출과 인지도를 확대하기 위해 브랜드를 도입하고 있지만, 브랜드의 역량을 백분 발휘하기 위해서는 디지털에서 브랜드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와 그 작동 원리를 알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몇 가지 벤치마킹을 통해 디지털에서 접근할 수 있는 브랜딩 전략들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① 나와 취향이 같은 ‘친구’ 찾기

디지털의 핵심은 타겟팅이다. 타겟팅은 디지털 공간을 쉴 새 없이 옮겨 다니는 소비자의 움직임에서 우리에게 딱 맞는 잠재고객을 잡아내는 일이다. 이 타겟팅 기법이 취향 기반으로 더 심화되고 있다. 디지털에서 우리 제품을 노출하기 위한 지면을 찾는데 타겟의 관심과 취향의 변수를 활용하는 것이다. 디지털에서의 시선은 관심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이는 상당히 유용한 접근이다. 파편화된 롱테일 중에서 옥석을 가르는 적절한 방법이다. 관심 타겟이 모인 공간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은 사람이 많이 모인 채널에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올리는 것보다 더 높은 효율을 보인다. 충분한 데이터와 잘 학습된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있다면 불필요한 곳에 마케팅 예산을 쏟는 일이 줄어든다.

취향 타겟팅의 성공 사례로 ‘왓챠플레이’가 많이 언급된다. 오징어게임으로 넷플릭스가 전세계를 대상으로 대박을 터트리는 와중에도, 왓챠플레이는 디지털에서 자신의 입지를 잘 구축해 가고 있다. 대중의 심금을 건드리는 메가 콘텐츠를 만나 잭팟을 터뜨리기만 기다릴 수는 없다. 대중의 시선을 끌기 어렵다면, 우리에게 맞는 취향 타겟을 선정해 그들과 끈끈한 관계를 맺고 그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편이 더 낫다. 이미 디지털은 무수히 다양한 플랫폼으로 롱~롱테일이 되고 있기 때문에 취향을 기반으로 하는 접근이 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OTT 플랫폼 전쟁에서 왓챠가 살아남는 방법은 본인들에게 진심인 ‘찐친(진짜 친구)’을 찾는 것이다. 왓챠는 ‘모두의 다름이 인정받고 개인의 취향이 존중받는 더 다양한 세상을 만드는 일’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 왓챠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세일즈맨이 아닌, 취향이 같은 친구 같은 느낌으로 고객에게 다가간다. 이들은 왓챠플레이를 콘텐츠 과몰입러들의 놀이터로 만들기 위해, 그들이 열광할 콘텐츠로 플랫폼을 채운다. 왓차의 브랜드 에센스는 “발견의 기쁨, 왓챠”이다. 취향에 기반한 마케팅은 강력한 고객관계를 만들 수 있는 디딤돌을 놓아준다. 나의 서비스와 스타일을 선호하는 찐친들을 찾아 그들의 취향을 충족시켜주는 것. 이는 메가 플랫폼에 대응하는 스몰 플랫폼의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또한 메가 플랫폼이 되기 전까지 스몰 플랫폼이 디지털 시장을 확보해 나가는 유일한 전략이기도 하다.

“#헐왓챠에_해리포터” 캠페인은 몰입도를 높여주는 다양한 이스터에그로 해리포터 덕후들에게도 인정받은 과몰입 콘텐츠 사례이다 (사진 출처: 트위터)
“#헐왓챠에_해리포터” 캠페인은 몰입도를 높여주는 다양한 이스터에그로 해리포터 덕후들에게도 인정받은 과몰입 콘텐츠 사례이다 (사진 출처: 트위터)

 

② 공감있는 콘텐츠로 친구들 사이에서 ‘인싸’ 되기

디지털에서는 TV의 공신력 못지않은 영향력을 행사시키는 힘이 있다. 바로 ‘바이럴(viral)’이다. TV가 대중매체의 전파력을 이용하는 것이라면, 바이럴은 소비자의 네트워크력을 이용한다. TV가 비싼 돈으로 매체를 구입해서 광고물을 올리는 것이라면, 디지털은 공감있는 콘텐츠로 네트워크의 링크를 촉발시켜 다양한 채널로 뻗어가는 확산구조를 활용한다. 한 마디로 디지털에서는 소문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화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화제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디지털에서는 공신력이 아닌 공감력이 힘을 발휘한다. 공감의 코드를 가지고 있는 콘텐츠는 화제를 일으킨다. 디지털에서의 화제는 ‘노출 이상’의 효과를 발휘한다. 브랜드를 알리는 것 외에 ‘브랜드가 가진 강력한 아우라’까지 함께 전달되게 한다. 강력한 아우라에 끌린 사람들은 바로 ‘브랜드와 관계맺기’를 시작한다. 일석삼조의 효과이다.

디지털에서 화제가 되었던 브랜드 중에 ‘모베러웍스(Mobetterworks)’ 라는 기업이 있다. 모베러웍스 앞에는 작지만 강한 브랜드, MZ세대가 사랑한 브랜드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모베러웍스는 ‘More better works(더 나은 일)’의 약자로, 퇴사가 꿈인 시대에 우리가 진정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브랜드이다. 이들이 파는 것은 제품도 서비스도 아닌 ‘일하는 정신’이다. 이들은 회사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 노동자인 '프리워커스(free workers)' 콘셉트에 기반하여, ASAP(As Soon As Possible: 가능한 빨리)가 아닌 ‘ASAP(As Slow As Possible: 가능한 천천히)’, 지상최대의 효율을 표현한 'Small Work Big Money', 더 이상 아젠다에 파묻혀 살지 말자는 'No Agenda', 이제 그만 회사로부터 탈출하자는 'Out of Office'의 메시지를 통해 시대정신을 판다. 이들은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매 시즌 포스터로서 티셔츠를 만들고, 맥주를 만들고, 가구를 만들고, 심지어는 누룽지를 만들어 팔기도 한다.

이 작은 회사가 보여주는 힘은 고객을 팬으로 만드는 기술이다. 모베러웍스의 메시지에 열광하는 젊은 워커들은 이들의 위트있고 힙한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스스로 ‘모쨍이(모베러웍스의 찐팬)’가 되길 자청한다. 모베러웍스는 홍대 오브젝트에서 노동절 잔치를 개최하고, 팬들과 함께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는 새로운 방식의 팀워크를 보여주며, 브랜딩 여정을 고객과 함께 한다. 모베러웍스의 사례에서 우리는 어떻게 디지털에서 브랜딩을 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다. 어디에도 없는 매력적인 브랜드는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우리가 그들을 찾지 않아도 우리가 있는 곳으로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는, 결국 우리의 절대적인 지지자로 만드는 에너지는 매력적인 브랜드에서 나온다. 마치 재미있는 광고를 보면 TV 채널을 돌리지 않고 끝까지 시청하는 것처럼, 브랜드는 많은 사이트 중에서 우리 사이트의 빛을 발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좌: 모베러웍스 마스코트 모조 ©모빌스그룹 / 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백수듀오'를 표방하는 '두낫띵클럽'과의 협업으로 완성된 모베러웍스 굿즈 (사진 출처: 폴인)
좌: 모베러웍스 마스코트 모조 ©모빌스그룹 / 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백수듀오'를 표방하는 '두낫띵클럽'과의 협업으로 완성된 모베러웍스 굿즈 (사진 출처: 폴인)

 

③ 친구들의 생활에 서서히 ‘스며들기’

‘가랑비에 옷 젖듯이’라는 표현이 있다. 여기에는 강력한 한 방이 아닌, 작지만 울림있는 반향이 어느새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TV가 소비자에게 접근하는 방법은 강력한 한방이다. 빅 아이디어를 정교하게 다듬어 시청률이 높은 채널을 임팩트 있게 공략한다. 디지털은 좀 다르다. 디지털은 채널이 워낙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예산이 넉넉하지 않고서야 집중적인 액션을 취하기 어렵다. 하루 종일 모바일에서 생활하는 소비자의 적정한 타이밍을 잡는 것조차 무수히 지나가는 일상 속에서 모래알 같은 순간을 잡는 일처럼 느껴진다. 이때 필요한 것이 서서히 생활로 침투하는 전략이다.

소비자의 생활에 침투하려면 생활의 면면을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TPO가 필요하다. TPO는 고객의 시간(time), 공간(place), 상황(occasion)에 대한 정황을 파악하게 해주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의 일상을 세분화하며 시장을 쪼개서 관리, 확대시키는 섬세한 전략이기도 하다. 스타트업 중에 TPO에 기반한 시장 확대 전략으로 매출을 끌어올린 기업이 있다. 꽃의 일상화를 추구하는 플라워 브랜드 ‘꾸까(kukka)’이다.

꾸까는 유럽 감성의 아름다운 꽃을 좀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좀더 편안하게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이다. 이들의 미션은 한국에 새로운 꽃 문화를 전파하는 것이다. 초기에 꾸까는 ‘당신의 일상이 아름다운 꽃과 함께 할 수 있도록’이라는 콘셉트로, 꽃배달 서비스나 플로리스트 숍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꽃 정기구독’ 서비스를 런칭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새로운 서비스의 런칭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꾸준한 노출과 새로운 콘텐츠가 필요한 디지털에서 매달 제철 꽃들로만 사이트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홈페이지에 진열되는 꽃 개수가 늘어나는 대신, 제품 라인업은 복잡해지고 꽃 정기구독 서비스에 대한 개념은 희미해지면서 브랜드는 정체기를 맞았다.

애초에 목표했던 꽃의 일상화를 되찾기 위해 꾸까가 취한 처방은 고객의 일상을 연구해서 꽃 정기구독 서비스를 강화하는 일이었다. 이들이 고집한 꽃 정기구독은 꽃과 함께하는 일상의 행복을 선물처럼 제공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꽃 카테고리의 시즌/비시즌을 재정비하여, 신상품 꽃 단위로만 홍보하던 마케팅을 TPO 기반으로 구조화시켰다. 꽃의 일상화를 위한 <정기구독 캠페인>, 꽃의 특별함을 상기시켜주는 <시즌별 꽃다발 캠페인>, 회원 DB를 확보하기 위한 <비시즌 웰컴키트 캠페인> 등으로 상품 라인업을 정비하고 마케팅 전략을 다양화했다. 꽃과 컬러의 콜라보레이션, 꽃으로 떠나는 랜선 여름 휴가등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도입하며, ‘꽃’이라는 뭉뚱그러진 시장을 세분화된 TPO로 쪼개자 매출도 덩달아 올랐다. 꾸까의 TPO 전략은 그들의 브랜드 비전에 따라 다양한 삶의 공간과 상황에 꽃을 놓도록 하는 것이었다.

꾸까 꽃 정기구독 서비스 (사진 출처: 오피노마케팅)
             꾸까 꽃 정기구독 서비스 (사진 출처: 오피노마케팅)

 

디지털 생태계에 맞는 브랜드 작동 원리를 찾아야

브랜드의 본질과 작동원리를 모르면 디지털에서 브랜드가 발휘할 수 있는 진가를 놓친 채, 비싼 돈을 주고 매스미디어에 몸을 기대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다. TV 광고도 나름의 역할이 있다. 하지만 디지털이란 새로운 환경이 열린 이상, 적어도 디지털 안에서 우리 브랜드의 부가가치를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지부터 고민해 보는 것이 디지털에 적응하는 올바른 자세이다.

취향으로 파편화되는 개인들을 언제까지 방치해 둘 것인가? 무수히 많은 개인들 중에 우리 브랜드와 같은 느낌과 분위기와 가치를 찾는 우리의 찐친들이 없으리라는 법은 없다. 그들의 열정과 에너지를 브랜드 몰입의 재료로 삼아 그들과 깊은 관계를 맺는데 힘을 써보자. 그들이 가진 네트워크 파워를 무시하지 말자. 고객과 소통하는 기쁨에서 우리 브랜드의 존재 이유는 더 힘을 받는다.

우리가 추구하는 취향을 가진 진짜 고객을 찾고, 그들을 우리의 취향으로 불러 모으며, 그들의 생활 면면에 스며들어 그들의 일상에 존재하는 것. 그것이 디지털에서 브랜딩을 하는 방식이다. 단단한 팬층을 확보한 뒤에도 시장에 움직임이 없으면 그때 매스 미디어의 힘을 빌어도 좋다. 과거에 브랜드가 제품 이상의 가치로 제품을 구원했듯이, 오늘날의 브랜드는 찐친들의 힘을 빌어 디지털의 파편화된 채널 커버리지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보탠다. 단, 마케터가 해야 할 일은 디지털 생리에 맞게 브랜드를 작동시키는 것이다. 브랜드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네임 이상의 큰 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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