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 블랙으로 알아보는 잘못된 포지셔닝의 결과

 (소비자평가=남기목기자) 마케팅 전략에 있어 포지셔닝은 브랜드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소비자는 브랜드를 특정 이미지와 연결해 인식하며 특정 이미지를 연상시키게 만드는 성공적인 포지셔닝 전략은 브랜드 경쟁력 제고와 장기적인 매출 증가로 이어진다. 특히 경쟁으로 포화되어 가는 현재 시장에서 남들과 다른, 우리 브랜드만의 유니크함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잘못된 포지셔닝 전략은 마케팅 실패로 이어져 의도치 않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국내 라면 대표 브랜드 농심이 야심차게 내놓은 ‘신라면 블랙’이 그러한 경우이다.

신라면 블랙 (출처: 농심)

 라면은 한국을 대표하는 서민 음식이다. 그러한 라면 시장에 농심은 ‘프리미엄’ 라면을 선보였다. 발매 초기 신라면 블랙은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과 같다는 문구를 앞세워 맛과 영양에서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하지만 당시 언론과 식품 전문가들은 이러한 신라면 블랙의 영양정보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설렁탕 대비 신라면 블랙의 지방 함유량은 약 3.3배 높았으며 고혈압을 유발하는 나트륨 함유량 역시 1.2배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신라면 블랙을 허위/과장 광고로 결론지었으며 신라면 블랙의 건강 이미지와 브랜드 이미지 역시 큰 타격을 입었다. 

 마케팅적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신라면 블랙의 실패는 과한 욕심으로 볼 수 있다. 프리미엄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신라면’ 브랜드명을 그대로 사용했으며 가격은 기존의 2배로 책정했다. 서민음식으로 강하게 포지셔닝된 신라면에 2배가 넘은 가격을 내고 구매를 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신라면 블랙이 신라면이라는 브랜드명을 사용하지 않고 건강이 아닌, 아예 색다른 포지셔닝 전략을 활용했다면 그 결과는 어땠을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불짬뽕, 짜왕 등은 완전히 새롭게 브랜드 론칭을 시도하였고 불맛, 면발 등의 새로운 요소를 강조하며 프리미엄 전략을 시도했다.

 가격은 상대적이다. 시중 라면에서 맛볼 수 없었던 불맛을 위해 600원을 더 지불할 소비자는 많지만, 검증되지 않은 영양 정보를 위해 기존의 브랜드명과 같은 제품에 2배 이상의 가격을 지불할 고객은 많지않다. 이는 결국 소비자의 인식 속에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는가, 즉 포지셔닝의 차이로부터 시작된다고 본다. 철저한 고객 분석과 트렌드 분석을 통해 정확한 포지셔닝 전략을 구상하는것만이 경쟁사로부터의 차별화를 이루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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