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요리가 그렇듯 물을 끓이며 시작한다. 현재 바깥 온도는 31도. 벌써 땀이 툭 튀어져 나온 광대뼈를 지나 턱 밑에서 아롱진다. 겉 포장을 뜯고 부스럭, 거리며 그 안의 내용물을 꺼낸다. 송송 끓인 물에 넣는다. 현재 물의 온도는 100도 일 것이다. 휘리 휘리 건더기가 아래에 달라붙지 않도록 젓는다. 5분이면 되려나. 한낮의 열기와 물의 열기가 합쳐져 내 손을 빨간색으로 물들인다.

 뭔가 거창한 요리를 기대했는가? 사실 이번에 소개할 제품은 라면이다. 매우 흔한 음식이지만, 이 만큼 우리나라에서 전 국민에게 사랑받는 식품도 드물 것이다. 국내에 출시된 라면 종류만 해도 총 300여 가지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연간 라면 소비량 34억 개, 1인당 한 해 소비량은 70개로 세계 1위의 라면 선진국(?)에 속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명품'라면은 무엇일까, 한국의 명품라면, 오뚜기의 진짬뽕을 소개한다.

진짬뽕의 시작은 '어떻게 하면 중국식에서 먹는 짬뽕의 맛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을까'에 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마침 굵은 면발과 자연스러운 중화풍에 대한 선호가 라면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기도 했다. 수프 개발 경력 25년인 오뚜기 라면 연구소 김규태 책임연구원을 비롯한 5명의 특별팀(TFT)은 곧바로 연구에 착수했다. TFT는 고온에서 채소를 볶아 내면서 나오는 불맛을 최대로 구현한 진짬뽕만의 수프를 개발했다. 진짬뽕의 진한 육수 맛 발현을 위해 닭 육수와 사골육수를 사용했는데, 특히 닭 육수는 연구원들이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랭킹 1위 짬뽕 맛집을 여러 차례 방문해 시식하며 만들었다. 각고의 재현 실험을 통해 직접 닭을 끓여 추출한 육수를 만들 수 있었다. 또한 시원하고 진한 해물 맛을 내기 위해 짬뽕 전문점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는 해물을 조사하여 좋은 품질의 홍합, 미더덕, 게, 다시마, 굴을 첨가해 짬뽕의 특징적인 해물 맛을 낼 수 있는 최적의 함량을 맞췄다. 연구원들은 실제 짬뽕 전문점의 면을 재현하고자 기존 라면시장에서는 없는 ‘태면’을 개발해 진짬뽕을 만들었다. ‘태면’은 라면의 면 폭이 3mm 이상인 면을 말하는 것으로 진짬뽕 연구원들은 면발이 굵어질수록 자칫 겉 부분만 익고 속은 덜 익은 식감이 발현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수백 번의 면을 뽑는 실험을 해 겉은 부드럽고 속은 쫄깃쫄깃한, 탱탱하고 두꺼운 진짬뽕만의 ‘태면’을 탄생시켰다.

오뚜기 진짬뽕은 출시 1년 만에 1억7000만 개가 판매되었으며 2017년 9월까지 누적판매량 2억1000만 개를 돌파하며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아마 이러한 인기의 비결은 철저한 연구와 유명 영화배우 황정민을 기용한 파격적인 광고에 기인하는 것 같다.

한편, 오뚜기는 동남아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프리미엄 짬뽕 성공과 진라면 국내 성공전략을 발판삼아 동남아 시장 진출을 노린다. 오뚜기 관계자는 “아직 다른 기업에 비해 걸음마 수준이지만 해외공장을 신설하고 수출에도 성공한 바 있다”며 “국내에서 이룬 성공전략을 무기로 동남아 시장을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진짬뽕이 과연 한국을 넘어선 세계의 명품라면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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