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최저임금 인상률 논쟁이 격렬하다. 자영업자들은 현 최저임금인상률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릴레이 거리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게다가 2분기 경제성장률이 0.7%를 기록하는 등 경제 상황도 좋지 않다. 기업과 소비자, 각각 인건비용과 소비 비용을 줄여야 하는 필요가 겹쳐진 지금, 이를 충족하는 트렌드가 있다. 바로 ‘언택트 마케팅’이다. 접촉(contact)을 뜻하는 콘택트에 언(un)이 붙어 ‘접촉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등 비대면 형태로 정보를 제공하는 마케팅을 말한다. 즉, 키오스크, VR(가상현실) 쇼핑, 챗봇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판매 직원이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지 않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금융/VAN/무인자동화기기 등의 매출은 103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껑충 뛰었다. 최근 디지털 연결망이 더 촘촘해진 덕에 즉각적 만족을 원하는 소비자와 스마트폰 등을 통해 스스로 얻은 정보를 더 신뢰하는 태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대면 접촉을 피하고 싶은 현대인의 욕구와 어우러져 ‘2018년 10대 소비 트렌드'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이 배경을 바탕으로, 언택트 마케팅의 성공을 결정짓는 4가지 요소를 탐구해보기로 했다. 트렌드 코리아 2018을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 즉시성

최근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가면 이전과는 다소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주문하려면 먼저 점원의 눈치를 살펴야 할 필요 없이, 무인단말기로 가서 먹고 싶은 메뉴와 음료수까지 선택해서 결제해 자신의 번호가 불리면 음식을 가지고 가면 끝이다. 사람이 없을 때는 3분 안에 모든 절차가 완료될 수도 있다. 이 같은 단말기를 키오스크라고 하는데, 최근 최저임금의 여파와 비대면 접촉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취향이 키오스크 열풍을 이끌고 있다. 롯데리아는 전국 1350여 개 매장 중 대략 60%의 점포에서 키오스크가 운영한다. KFC와 버거킹 역시 키오스크를 전면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KFC는 올해 안에 전체 201개 매장에 키오스크를 설치하기로 했다. 버거킹은 올해 말까지 특수 매장을 제외한 200여 곳의 직영 매장을 대상으로 키오스크 도입을 결정했다.

즉시성을 강조한 서비스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24시간 아무 때나 세탁물을 맡길 수 있는 코인워시 365에선, 세탁부터 건조까지 1시간이면 해결할 수 있고, 세제와 섬유 유연제도 자동으로 무료 투입돼 별도로 챙기거나 기다렸다 넣을 필요가 없다. 처음 방문하는 이용객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조작법이 간편하며, 세제와 섬유유연제가 무료로 자동 투입돼 비용 부담도 줄였다. 라이클리닝, 가죽세탁, 특수세탁 같은 세탁서비스를 무인으로 위탁하고 찾아갈 수 있어서 바쁜 직장인이나 맞벌이 부부도 24시간 활용할 수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 직행성


문을 열고 슈퍼마켓에 들어선다. 이 가게에는 계산대와 계산원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당황스럽진 않다. 매장에 들어가기 전 앱을 켜고 QR코드를 출입문에 대기만 하면, 이후 사고 싶은 상품을 고르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천장에 달린 수많은 카메라와 블랙박스 센서(저스트 워크 아웃 과학기술)들이 소비자가 어떤 상품을 선택했는지 자동 감지하고 앱에 연결된 신용카드로 비용을 청구한다. 쇼핑하다가 골랐던 물건을 다시 진열대에 가져다 놓으면 계산에서 제외되며 반품이나 환급도 앱을 통해 가능하다. 아마존이 운영하는 세계 최초의 무인 매장인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고’의 쇼핑 풍경이다. 우리나라에도 대규모 무인매장과 드론 배송이 곧 선보일 전망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아마존과 손잡고 ‘미래형 백화점 매장’을 2020년 여의도에 열기로 했다. 5층 실내 정원에 앉아 모바일로 6~8층 디저트 매장의 음료를 주문하면 드론이 배송해 주는 시스템도 갖출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제 ‘단순히 온·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Online to Offline)를 넘어 ‘오프라인을 위해 온라인과 연결하는’ O4O(Online for Offline)로 유통산업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고 분석한다. O4O는 온라인 기재가 보유하고 있는 고객 정보와 자반을 기반으로 오프라인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면서 새로운 매출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플랫폼을 가리킨다. 기존의 020이 단순히 온라인과 온라인의 연계, 혹은 중개에 머물렀다면 O4O는 오프라인에 더 방점을 찍으며 오프라인의 활성화를 위한 온라인 데이터 활용에 더욱 적극적이다. 이러한 O4O 개념을 뒷받침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술이 직행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언택트 기술이다.

 

3. 익명성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인생이 오기 때문이다."

- 정현종(시인), "방문객" 中

정현종 시인의 말처럼,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타인을 만날 일이 없는 집에서는 씻지도 않고 해진 옷을 입을 수 있지만, 간단한 음료수 사러 편의점에 갈 때도, 점원의 시선을 쓰면서 최대한 ‘모나지 않은 사람’으로 잊히길 바란다. 게다가 최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대두되며, ‘사람을 감춘’ ‘아무도 모르게’ 할 수 있는 다양한 무인서비스들을 속속 선보여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현대모터스튜디오 디지털을 열었다. 이곳은 직원도, 자동차도 없는 자동차 전시장이다.

 여기서 고객들은 터치스크린으로 원하는 자동차와 옵션, 컬러를 선택하여 나만의 자동차를 만들고, 대형스크린을 통해 실제 자동차의 크기와 소리를 느낄 수 있다. 자동차가 마음에 들면 차량 견적 후 상담 예약까지 가능하다. 숙박업계에도 이 같은 바람이 불고 있는데, 일본에 있는 나가사키 하우스텐보스에 있는 헨나 호텔은 일본어로 이상한 호텔이란 뜻이다. 이름 그대로 이 호텔은 방문객들에게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 안내대의 직원에서부터 짐을 옮겨주는 포터까지 모두 로봇이기 때문이다. 사생활 노출 걱정도 덜 수 있고 가격도 싸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4. 개별성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발달에 힘입어, 이를 통해 개인의 특성과 선호를 정확하게 겨냥한, 이른바 ‘맞춤형’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저스툰 같은웹툰 사이트, 멜론 앱 같은 문화 콘텐츠를 활용하는 서비스들도 For you 라는, 이용자의 특성을 고려한 서비스들을 개발하고 내놓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기술이 사람을 대체하고 있다. 특히 로보어드바이저가 주목받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란, 로봇을 의미하는 로보와 자문 전문가를 의미하는 어드바이저의 합성어로 투자자가 입력한 투자 성향 정보를 토대로 알고리즘을 활용해 개인의 자산 운용을 자문하고 관리해주는 자동화된 서비스를 일컫는다. 신한 은행은 금융 포트폴리오 전문가와 로보어드바이저가 제공하는 포트폴리오 모델을 제시한 결과 80%가 로보어드바이저의 포트폴리오를 선택했다.

  이 로봇은 고객이 자신의 정보를 제공하기만 하면 개인 생애 주기에 따른 맞춤형 자산관리까지 제안할 수 있다. 자산 관리를 사람의 개입 없이 수행해 고객 만족을 이끄는 것이다.

 사람의 직접적인 도움 없이 고객의 요구를 수행할 수 있는, 언택트 마케팅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첫째는 언택트 디바이드다. 어떤 그룹을 둘로 나눌 때, 무엇을 할 수 있느냐와 없느냐로 나누는 것을 ‘디바이드(divide)’라고 말한다. 즉, 언택트 디바이드는 언택트 기술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점차 무인화되어가는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함에 따라 삶의 질이 저하되고 불편해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실제로 키오스크를 설치한 가게에서 노인들은 이를 이용하지 못해 불편함을 호소하는 광경도 볼 수 있었다. 언택트 마케팅을 활용할 때는 이런 층의 소비자 입장도 고려해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주객전도다. 소비자를 위한 언택트가 아니라, 무조건 ‘언택트’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춰 무분별하게 언택트 기술을 남용하는 상황 말이다. 언택트 기술은 모든 소비과정에 적합한 기술은 아니다. 한때 자동화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헬프미 법률사무소의 마케팅 담당자와 인터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는 법률상담 쪽에서는 기계가 직접 상담하는 것보다는 사람이 상담하는 쪽이 더 반응이 좋다고 말했었다. 그는 ㅡ적어도 이 분야에서는―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공감해주는 존재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런 감정적인 부분에서는 아무래도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긴 힘들 것이다.

  날로 소비자들의 요구가 복잡하고 다양해지는 이 시대에, 언택트 기술을 어떻게 적용하고 적용하지 않을 것인지 명확히 구분 짓는 현명함이, 모든 마케팅 전략은 소비자의 이익을 고려해야 하는 점을 잊지 않는 섬세함이, 경쟁의 승패를 가르는 요점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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