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방식으로 소구되는 광고들 / 자료 : 게티이미지뱅크
다양한 방식으로 소구되는 광고들 / 자료 : 게티이미지뱅크

현대 광고는 단순한 메시지전달을 넘어 다양한 방법으로 발전해왔다. 때로는 감동적인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향수를 자극하기도 하고 감각적이고 화려한 영상미가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한다. 노골적인 광고 표현은 광고의 효과도 높지 않고 오히려 거부감을 줄 수 있기에 다양한 방법으로 광고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기업들의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성 상품화, 인종차별, 젠더 이슈 등 광고의 윤리에 관련된 문제들도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곰인형을 이용해 어린아이를 성상품화 했다는 논란이 있었다. / 자료 : 픽사베이
곰인형을 이용해 어린아이를 성상품화 했다는 논란이 있었다. / 자료 : 픽사베이

지난 24일 발렌시아가는 신상품인 곰인형 가방을 안거나 들고 서 있는 어린 아이 모델을 내세운 광고 캠페인 사진을 공개했다. 문제는 그냥 곰인형 가방이 아니었단 점이다. 곰인형은 가죽 하네스로 묶여 있고 자물쇠도 채워졌으며 마치 가학적인 성적 행위(BDSM)중에서 속박(bondage) 행위를 연상케 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아이를 성적 대상화 한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발렌시아가가 성명을 통해 사과문을 발표하고 광고를 삭제했다. 하지만 최근 반 유대인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힙합 가수 예(Ye) 웨스트와 협업 중단을 선언하고 일론 머스크의 인수 후 트위터 계정을 삭제하는 등 윤리적 행보를 이어온 기업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었을 것이다.

 

이 밖에도 지난해 12월에는 여성을 '젖소'로 비유하고 '불법 촬영'을 연상시키는 광고로 논란이 불거진 서울우유 측이 사과문을 게재한 바가 있었다. 동일한해 4월에도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인 MLB는 모자와 여성의 쌩얼에 대한 광고를 선보였는데 성차별 논란이 일어 결국 광고 게시를 중단한 바 있다.

 

광고의 표현 방식에 있어서 점점 자유도가 높아지고 다양한 콘텐츠가 생산되고 있는 것은 맞으나, 그에 따른 소비자의 의식이 함께 높아지고 있다. 고의가 아니더라도 소비자의 입장에서 메시지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면밀하게 분석하고 광고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이러한 광고의 윤리적 이슈는 디지털 광고 기법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페이스북에서 흑인을 영장류로 분류해 논란이 있었다. / 자료 :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페이스북에서 흑인을 영장류로 분류해 논란이 있었다. / 자료 :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지난해 9월 페이스북은 흑인 남성과 백인 경찰이 말다툼하는 동영상을 본 사용자에게 원숭이 등을 일컫는 영장류에 관한 동영상을 계속 볼 것인지 묻는 문구를 띄워 인종차별 논란이 있었다. 게시자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잘못된 AI 광고 알고리즘에 의해 사람을 영장류로 오분류하는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기존 페이스북은 약 4만 개 데이터 세트를 구축하고, 조명에 따른 피부색 인식 작업까지 거치면서 나름대로 AI 최신화 과정을 거쳤지만, 이따금씩 발생하는 AI의 편향은 해결해야할 과제로 남게 되었다.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미 부동산투자 스타트업 리알파테크는 머스크를 딥페이크해 합성한 광고 영상을 선보였다. 딥페이크란 딥러닝과 '페이크'(fake)를 합성한 말로, AI를 기반으로 얼굴 생김새나 음성 등을 실제처럼 조작한 영상 등을 말한다. 딥페이크 기술 자체로는 불법이 아니여서 딥페이크 당사자의 허락을 맡고 딥페이크를 활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문제는 당사자들의 동의 없이 광고를 선보이는 경우가 있어서 저작권 문제와 브랜드에 대한 법적, 운리적 문제가 새롭게 생겨났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에서 딥페이크와 관련된 법제화가 이루어지고 있고, 선거 운동과 리벤지 포르노 (보복성 음란물)에 대해서는 딥페이크 사용을 금지해왔다. 하지만 광고 영상에 사용되는 딥페이크 활용에 대한 법률은 없고 당사자의 동의를 받는다는 가정 하에는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 시간적, 물질적 비용이 단축된다는 이점이 있어 순기능과 역기능을 모두 고려한 법제화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표현 방식이든 기술적인 문제든 광고 윤리에 대한 논의는 계속될 것이고 기업 자체적으로 광고나 프로세스를 세밀하게 검열하여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사전에 예방하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해 보인다. 물론 관련된 법 제정이나 규제가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광고의 창작 과정에 있어서 광고의 자유도는 보장되어야하고 광고 효과를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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