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자사 IP로 초기 다수의 시청자 수 확보...
그러나 현지화의 실패로 추가적 유입 어려워

디즈니+의 컨텐츠들 / 출처 디즈니
디즈니+의 컨텐츠들 / 출처 디즈니

얼마 전만 해도 OTT(Over the Top, 다채널 미디어 제공 서비스) 업계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던 플랫폼이 있었다. 바로 초거대 미디어 기업 디즈니에서 제공하는 ‘디즈니 플러스 (이하 디즈니+)’이다. 디즈니+는 미국 기준 2019년 11월에 출시되었으며, 서비스 런칭 이후 2년이 채 되지 않아 1억 가구의 이용자수를 확보하며 체급을 키웠다.

이는 전 세계 OTT 서비스들과 비교해 보아도 넷플릭스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수치로, 현재 디즈니+가 가지고 있는 독자적 콘텐츠의 힘은 매우 강력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런 ‘컨텐츠 거인’이 한국에서는 힘을 잘 쓰지 못하고 있다. 본 기사에서는 디즈니+가 부진한 이유에 대해서 알아본다.

 

- 디즈니 플러스의 성공 이유

디즈니가 제공하고 있는 컨텐츠들 / 출처 디즈니
디즈니가 제공하고 있는 컨텐츠들 / 출처 디즈니

 

디즈니 플러스가 가지는 강점은 단연 막강한 IP(지적재산)의 힘이다. 디즈니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들은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가지고 있다. 전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역대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IP,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디즈니 소속이다. 해당 영화는 국내에서도 1300만명의 관객을 기록하며 역대 해외수입영화 흥행 2위를 기록하는 등, 한국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는데도 성공하였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막강한 힘을 발휘하며 한때 ‘겨울왕국’ 붐을 일으켰던 디즈니 자체 애니메이션의 경쟁력도 만만치 않다. 이외에도, 넓은 팬층을 거느린 장기 방영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이나 다큐멘터리 컨텐츠 최강자 ‘내셔널 지오그래픽’ 역시 디즈니 산하의 컨텐츠들이다. 가히 컨텐츠 거인이라는 평가가 아깝지 않은 정도다.

 

디즈니 산하의 해당 컨텐츠들이 가지는 공통점은 ‘이용자들이 가지는 충성도’이다. 디즈니의 컨텐츠들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단순한 컨텐츠 시청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캐릭터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스토리를 예측하며, 유저 사이의 커뮤니티에서 이와 관련된 의견을 나눈다. 뿐만 아니라, 본인이 선호하는 캐릭터가 나온 굿즈를 구매하거나, 회사에 제품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렇게 2차 시장까지 이어지는 소비자들의 활발함은 이미 시청이 끝난 컨텐츠에도 활력을 불어넣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디즈니+ 유저들은 시청자인 동시에, 열렬한 팬이기도 한 셈이다. 이렇게 쉽게 식지 않는 화제성은 자연스럽게 디즈니 오리지널 컨텐츠의 확장으로 이어졌고, 많은 사람들이 속편을 보도록 유도했다. ‘팬심’은 디즈니+의 핵심 성공 요소인 셈이다.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어벤져스 : 엔드게임 / 출처 마블 스튜디오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어벤져스 : 엔드게임 / 출처 마블 스튜디오

 

이런 성공 요소는 한국 런칭 초창기에 이용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앞서 말했듯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시청자 수는 1300만 명으로, 한국의 4명 중 1명은 이 영화를 본 셈이다. 화제성 역시 대단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대한 많은 관심은 자연스럽게 해당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디즈니+로 옮겨갔다.

실제로 디즈니+의 컨텐츠 중 한국에서 가장 많은 시청 비율을 보이는 것은 단연 마블 캐릭터들을 주제로 한 영상물들이다. 결국 마블을 필두로 한 한국의 디즈니+는 발매 첫날 일간이용자수 약 60만명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입소문을 타기 전부터 꽤 많은 시청자가 몰린 것이다.

 

 

- 왜 한국에서의 디즈니+는 힘을 잃었는가

넷플릭스의 초대형 히트작 '오징어 게임' / 출처 Netflix
넷플릭스의 초대형 히트작 '오징어 게임' / 출처 Netflix

 

하지만 ‘디즈니 +’의 돌풍은, 적어도 한국에서는 빠르게 잦아든 듯하다. 발매 초 60만명이라는 일간 이용자수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40만명까지 곤두박질쳤다. 3분의 1의 이용자가 떨어져 나간 것이다. 감소세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현지화 실패’ 라고 할 수 있다.

국내 디즈니+의 이용자 중 절대 다수는 마블 시리즈의 팬덤이다. 이들은 분명 마블 시리즈에 대해 열렬한 관심을 보이지만, 그 컨텐츠를 다 봤을 때 디즈니+에서 제공하는 다른 컨텐츠에는 흥미가 덜한 편이다. 뿐만 아니라, 이런 강성 팬덤의 수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므로, 다른 장르에서 시청자들을 끌어와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마블 시리즈’를 제외하고 봤을 때 한국 시청자의 정서에 맞는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그 이유는, ‘국내 제작 시리즈의 부족’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자국의 컨텐츠를 선호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일단 자막을 빼고 볼 수 있어서 연기에 집중할 수 있고, 자국의 문화나 말투를 들었을 때가 더욱 익숙해서 작품 감상에 몰입이 된다.

현지화에 성공한 사례는 디즈니+의 주 경쟁자이자 OTT 업계 최강자 넷플릭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해외 컨텐츠도 제공하지만, 한국 시청자에게 한국어 컨텐츠를 제공하는 비율도 만만치 않으며 흥행을 이끄는 힘 역시 훨씬 강력하다. ‘D.P’를 필두로 ‘오징어 게임’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등 한국어 컨텐츠의 연타석 히트는 많은 시청자의 관심을 넷플릭스로 쏠리게 만들었다. 컨텐츠 확장성에 있어서 ‘마블’에 갇혀있는 디즈니+에 비해, 국내에서 훨씬 다방면의 시청자를 끌어온 것이다.

디즈니 역시 이러한 사태를 파악하고 뒤늦게 현지화 행보를 보였지만 아직은 녹록치 않다. 마동석 배우를 중심으로 한국에 어필한 ‘이터널스’는 히로시마 옹호 논란과 함께 순탄치 않은 행보를 겪었고, 이제 막 ‘너와 나의 경찰수업’ 등을 제작하며 태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 앞으로 디즈니+의 행보와 현지화의 중요성

디즈니+가 한국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현지화에 집중할 것은 자명한 사실로 보인다. 실제로 수많은 한국 오리지널 컨텐츠들을 런칭하고 있으며, 오역 논란이 있던 많은 자막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디즈니가 기존 명가인 ‘마블 시리즈’와 한국 컨텐츠 모두 양질로 제공한다면, 지금 박스권에 갇혀있는 이용자 수를 확장할 희망도 보인다. 하지만, 두 컨텐츠 모두 실망스러운 퀄리티로 등장한다면 오히려 실망으로 인한 시청자 수 감소의 위험도 있다.

결국 어떻게 선택하고 집중하는지에 따라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디즈니+의 현 상황이 시사하는 점은 분명하다. 마케팅에 있어서 세계화는 물론 중요하지만, 현지화의 중요성 역시 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세계가 교류하며 하나가 될수록, 다양성은 더 커진다. 그리고 다양한 재료에는 그에 맞는 요리법이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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