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러움과 힙함의 상관관계

“긴머리보다 반듯이 자른 단발이 좋아, 오 왜그럴까 조금 촌스러운걸 좋아해” 아이유의 노래 팔레트의 가사 일부이다. 노래 속 가사처럼 최근 몇년간 뉴트로열풍이 이어지며 과거는 현재와 어우러져 하나의 아름다운 교향곡을 만들어 내는 듯하다. 촌스러움은 일종의 힙의 상징이 되었다.

촌스러움은 2022년에도 트렌디세터가 될 예정이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교수가 출판한 트렌드 코리아 2022에서 2022년을 이끌 10개의 유행 중 ‘러스틱 라이프’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러스틱 라이프는 시골의, 촌스러운을 뜻하는 rustic(러스틱)에 life(라이프)를 합친 합성어이다. 도시의 생활을 축소해놓은것 같은,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대부분의 것들이 갖추어져 있는 단독주택에서 시골의 논밭과 비포장도로를 보며 휴식을 취하는 모습은 러스틱 라이프를 대표하는 장면이다. 도시생활의 편리함을 영위하는 동시에 시골에서의 유유자적함을 느끼고 싶어하는 현대인들의 욕구가 투영된 경향이라고 할 수 있다.

에코프렌들리 카페에서 식물들/출처:기자 본인 촬영
에코프렌들리 카페에서 식물들/출처:기자 본인 촬영

 

러스틱 라이프 실천을 시도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한옥의 외형에 현대적인 내부가 결합한 옥캉스(한옥+바캉스)를 즐기며 아날로그 감성에 힙함을 부여한다. 빌딩숲 사이 푸릇한 식물들이 가득한 에코프렌들리 카페에 방문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촌스러움과 불편함을 자발적으로 찾고 이것을 색다름으로 받아들이며하나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러스틱 라이프가 2022년의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걸까?

▶코로나19로 인한 여행트렌드의 변화

코로나19가 유행하며 우리가 누리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는 요즘이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이전에는 가고 싶을 때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했다. 여행장소로 랜드마크, 대도시같은 밀집도가 높은 유명장소를 선호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단절을 겪어야 했다. 서로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집안에서 칩거해야 했고 전염병의 장기화로 지속되는 은거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은 집을 벗어나 훌쩍 여행을 떠나길 원했다. 인적을 피해 더 멀리 더 깊숙이 들어가는 여행방식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지쳐버린 도시인들

정보의 홍수 속 현대인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고 취사해야 하는 상황에서 극도의 피로함을 느끼고 있다. 도시인들은 받아들여야 하는 것도 많지만 해야 할 일도 많다. 빌딩숲에 둘러쌓여 하루를 꼬박 노동을 해야하며 러시아워 만원지하철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는 퇴근길에 올라야 한다. 이런 상황들은도시인들을 더욱 구석으로 몰아넣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이들은 항상 풍족함 속에서 살아왔다. 사실 풍족을 넘어서 그 양이 과도하게 많아 포화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그래서 느긋하고 조용한 시골에서 덜어내기를 결정했다. 러스틱 라이프가 유행하며 생긴 새로운 행동양식 불멍(불보며 멍때리기), 물멍(물보며 멍때리기)은 포화에 지친 도시인들의 덜어내기 행동양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이다.

제주도 2주살기를 하며 찍은 바다/출처: 기자 본인 촬영
제주도 2주살기를 하며 찍은 바다/출처: 기자 본인 촬영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러스틱 라이프 실천하는 방법으로 제주도 한달살기를 떠올릴 수 있다. 그렇다면 제주도를 3박4일동안 여행하는 것은 체류기간이너무 짧아서 러스틱 라이프를 실천하지 않는걸까. 러스틱 라이프의 범주는 도대체 어디까지인가 의문이 든다. 러스틱 라이프 실천방법은 네단계 떠나기,머물기,자리잡기,둥지틀기로 나눌 수 있다. 서로 다른 네개의 범주는 다양한 활동들을 러스틱 라이프에 내포하고 우리가 일상에서 생각보다 더 쉽게 러스틱 라이프를 실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러스틱 라이프의 첫번째 단계 떠나기는 1박2일 옥캉스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이 단계는 여행이라는 분야에 속하며 단기적이며 일회성을 띤다. 잠깐 여행 와서 휴식을 취하며 몸과 마음을 충전하고 현실의 고민과 걱정거리들은 놓아두고 온전히 여행을 즐기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떠나기는 단절성이라는 특성도 갖고 있다. 머물기는 일상생활을 시골로 그대로 옮겨올 수 있다. 머물기가 확산되며 워케이션(work+vacation)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코로나19로 일과 여가의 구분이 모호해지며 편안한 환경에서 근무를 하고 싶어하는 근로자들이 시골에 머물며 업무를 보는 러스틱 라이프를 묘사하는 단어이다. 유의할 점은 워케이션은 이벤트성 방문이라는 사실이다.

떠나기와 머물기는 기간의 차이가 있을 뿐 본질은 여행이다. 여행은 일회성이 크고 방문주기가 긴 편이다. 자리잡기를 택한 사람들은 시골에 자신의 공간을 마련하려는 시도를 한다. 휴식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시골로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러스틱 라이프의 자리잡기를 보여주는 단어로는 5도2촌이 있다. 일주일 중 5일은 도시에서 2일은 촌에서보낸다는 뜻으로, 시골이 생활터전에 속하게 되는 것이다. 둥지틀기는 귀농이다. 5도2촌처럼 도시와 시골을 넘나드는 생활을 넘어서 아예 시골에 정착하는 것을 의미한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경상북도의 귀농가구는 2,234가구로 2019년 2,136가구 대비98가구가 증가했다. 전국적으로 귀농하는 사람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으며 젋은세대의 귀농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러스틱 라이프를 동경하고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한적한 시골에서의 전원일기는 찻잔의 소용돌이에 아닐 것인가. 러스틱 라이프는 일년, 이년 이어지다 마는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고 메가트렌드가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앞으로 러스틱 라이프는 어떻게 이어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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