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 시장 등장한 프리미엄, 고급화 바람

개·고양이 등의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1500만 명에 이르렀다. 세 집 건너 한 집꼴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셈. 1인 가구의 증가, 저출생 및 고령화의 영향으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익숙하게 되었다. 코로나19도 이러한 변화에 한 몫 했다. 팬데믹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과 함께 반려동물 입양이 늘어나는 현상은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에서는 ‘팬데믹 퍼피’, ‘팬데믹 펫’ 등의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이다.

 

함께 등장한 트렌드인 ‘펫 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은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서 자식처럼 여기는 풍조다. ‘펫 휴머니제이션’은 펫시장에 가치소비와 고급화에 대한 바람을 불어넣고 시장 규모가 급팽창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결과 2012년 9천억 원이던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지난해 5조8천억 원으로 확대됐고, 올해는 6조 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4조 원대를 기록한 국내 유아용품 시장 규모를 크게 앞지른 규모이다.

 

확대된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과 서비스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다. 반려동물 전용 미용실은 물론, 수영장이 딸린 호텔, 사진관, 장례식장, 가구까지 등장했다. 과거 건식 사료에만 치우쳤던 펫푸드도 아이스크림, 케이크 등으로 메뉴가 다양해졌으며, 질 낮은 단백질로 만들던 건식 사료도 천연·유기농 소재나 사람이 먹어도 되는 고급 원료로 바뀌는 추세다.

 

뉴트리플랜 / 동원F&B
뉴트리플랜 / 동원F&B

 

식품업계는 이러한 추세에 너도나도 ‘프리미엄 펫푸드’ 출시에 나섰다. 하림은 계열사로 분리한 후 제조 공정과 설비를 일반 식품 수준으로 구축했고, 사람이 먹어도 되는 품질과 재료를 활용한 ‘더 리얼’을 출시했다. 동원F&B는 펫푸드 전용 브랜드 ‘뉴트리플랜’을 출시하고 고양이 사료와 강아지 사료 외에 병원용 사료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했다. 올해는 기존 동원몰에서 분리한 펫 전문몰 '츄츄닷컴'까지 선보였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해 5월 선보인 펫 브랜드 ‘잇츠온펫츠’를 통해 펫푸드 시장을 공략한 바있다. 이에 앞서 정관장도 자사의 시그니처 원료인 6년근 홍삼 성분을 함유한 반려동물 건강식 브랜드 ‘정관장 지니펫’으로 펫 푸드 시장에 진출했다.

 

다양한 등급의 사료가 나오는 수입 업체들에 비해 국내에선 프리미엄 사료인 '휴먼그레이드(사람이 먹을 수 있는 원료로만 만든 제품)'를 둘러싼 경쟁에 활발하다. 가격 경쟁력과 노하우에서 격차가 있는 중저가 사료 시장보다는 펫 휴머니제이션의 바람을 탄 고급화로 가겠다는 전략. 향후 성장성이 크고 식품기업의 강점이자 노하우를 십분 활용할 수 있는 휴먼그레이드 사료는 펫팸족들의 요구에도 부응한다.

 

프라다에서 출시한 반려견용 레인코트 / 프라다
프라다에서 출시한 반려견용 레인코트 / 프라다

 

한편, 글로벌 명품업계도 반려동물을 새로운 고객으로 반기고 있다. 루이비통은 300만 원대의 캐리어를, 프라다는 패딩 조키와 재킷 등에 이어 50만 원대의 목줄과 300만 원대의 캐리어 등을 내놔 호응을 이끌었다.

 

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 시장은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외로움 등을 반려동물과의 유대를 통해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등의 영향으로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경제력과 소비 수준이 높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가성비 보다는 반려동물의 안전과 건강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소비 행태가 바뀌고 있는 등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선호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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