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중요시하는 '그린 팬슈머'
'친환경'을 바탕으로 기업까지 공략하다

지난해 우리를 덮친 코로나 팬데믹 이후 배달음식 이용이 늘어남에 따라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소비자들의 문제의식이 커졌다. 당면한 상황 앞에서 그린 팬슈머는 단순히 소비자로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

팬슈머는 팬(Fan)과 컨슈머(Consumer)의 합성어로, 단순히 상품이나 브랜드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소비자를 의미한다. 이들은 해당 브랜드를 소비하면서도, 비판과 간섭도 망설이지 않는다. 그린 팬슈머는 이 비판의 잣대를 바로 ‘그린’에 두고 있는 소비자들이다. 그린 팬슈머들은 적극적으로 친환경 제품에 대한 선호 의사를 기업에 표시하고, 이를 통해 기업의 기조를 친환경으로 바꾸는데 일조하고 있다.

 

빨대가 제거된 패키지 적용, 매일유업

빨대가 제거된 '상하목장 유기농 멸균우유'/출처 매일유업
빨대가 제거된 '상하목장 유기농 멸균우유'/출처 매일유업

그린 팬슈머가 업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단적인 예는 바로 매일유업의 빨대를 제거한 ‘엔요100’ 제품과 ‘상하목장 유기농 멸균우유’ 제품이다. 2020년 2월, 소비자들 사이에서 일어난 ‘빨대 반납 캠페인’은 매일유업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오픈 채팅방 ‘쓰레기 없는 세상을 꿈꾸는 방’의 사람들은 매일 유업의 대표 상품인 ‘엔요 100’에 붙어 있는 일회용 빨대와 손편지를 회사에 부쳤다. 사용하지 않는 빨대의 환경적 불편함이 그 이유였다.

매일유업은 이와 같은 소비자들의 움직임에 응답해, 2020년 7월부터 ‘엔요 100’의 일회용 빨대를 없앴다. 뿐만 아니라 당시 매일유업 김진기 임원은 “빨대를 사용하지 않아도 편리하게 마실 수 있는 구조의 포장재를 연구 중”이라고 편지에 답장하며 소비자의 요구를 즉각적으로 반영했다.

‘엔요 100’은 당시 유일하게 빨대를 부착한 요구르트 제품으로서, 50%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따라서 빨대를 제거한다면 요구르트 시장에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매일유업은 자사의 매출보다는, 친환경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적극적으로 응답하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엔요 100’에서 빨대를 제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매일유업은 올해 초 ‘상하목장 유기농 멸균우유’ 제품에서도 빨대를 제거했다. 환경을 중시하는 그린 팬슈머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매일유업은 점차 빨대를 제거해 나가며, 환경을 중시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폐필터 수거 재활용 프로그램의 시행, 브리타 코리아

'브리타 어택 캠페인' 포스터/출처 알맹상점 블로그
'브리타 어택 캠페인' 포스터/출처 알맹상점 블로그

그린 팬슈머가 영향을 미친 업계에는 ‘브리타 코리아’도 있다. 지난해 8월 십년후연구소, 알맹상점 등을 중심으로 소비자들은 ‘브리타 어택 캠페인’을 진행했다. 브리타 코리아의 폐필터가 버려지면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것이 골자였다.

브리타는 1992년부터 독일, 영국 등 해외에서 필터 수거, 재활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브리타 코리아는 “재활용 쓰레기로 버리면 된다”라며 수거 및 재활용 프로그램을 도입하지 않았다.

이에 소비자들은 ‘브리타 어택 캠페인’을 진행해 총 1만 4545명의 서명을 받아 브리타 코리아 측에 서명 결과를 보냈다. 국내에서도 폐필터 수거 및 재활용 프로그램을 도입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브리타 코리아는 “2021년 중으로 필터 수거 재활용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충전재를 환경에 유해하지 않게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하겠다”고 공식 입장문을 통해 밝혔다.

 

친환경 포장재로의 전환, 마켓컬리

'올페이퍼 챌린지'/출처 마켓컬리
'올페이퍼 챌린지'/출처 마켓컬리

그린 팬슈머가 영향을 끼친 또 하나의 영역은 바로 ‘친환경 배송’이다. 마켓컬리의 소비자들은 오래 전부터 재활용되지 않는 ’EPS 박스’에 대해 비판하며 불필요한 포장재를 없앨 것을 요구했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부름에 대해 마켓컬리는 ‘친환경 포장재로의 전환’으로 응답했다. 마켓컬리는 ‘올페이퍼 챌린지’를 통해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로 포장재를 전환한다고 밝혔다. 냉동 제품 포장용 스티로폼 박스를 종이 박스로 바꾸고, 비닐 완충재는 종이 완충재로, 아이스 팩은 워터 팩으로 변경했다.

마켓컬리가 ‘종이’로 포장재를 전환한 것은 소비자들의 친환경에 대한 목소리를 고려한 판단이다. 마켓컬리는 이제 종이 포장재로의 완전한 전환을 통해 환경의 지속가능성까지 고려하는 친환경 기업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이렇듯 그린 팬슈머는 개인적으로 환경 보호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뿐만 아니라, 많은 분야에서 업계 자체의 기조를 바꾸는 데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린 팬슈머의 적극적인 움직임과 함께 기업들은 친환경 상품이나 브랜드 생산을 향해 점차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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