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그 이상의 가치를 말하다

▲ 스토리를 제품에 잘 녹여낸 이니스프리의 '제주탄산미네랄'라인

미래학자인 롤프 옌센은 문화 산업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면서 정보화 시대 이후에는 지성이 아닌 감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드림 소사이어티(The Dream Society)’의 도래를 예견했다. 이는 단순히 상품이 아니라 그 상품 속에 담긴 이야기가 새로운 부가가치를 형성하며 이를 기반으로 시장이 움직이게 될 거라는 의미다.


사람들은 이제 단순히 상품을 구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에 주목하며 이를 즐긴다. 우리가 ‘스토리텔링 마케팅(Storytelling Marketing)’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스토리텔링 마케팅’이란 브랜드가 가진 특징과 어울리는 이야기를 통해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여 마음을 사로잡는 전략을 말한다. 기업들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소비자로 하여금 브랜드에 호감을 느끼도록 만들며,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감성’이라는 또 다른 가치를 제공한다.


국내 스토리텔링 마케팅의 성공적인 사례로는 ‘이니스프리’가 있다. 현재 ‘이니스프리’는 2010년부터 업계 1위를 고수했던 ‘더페이스샵’을 무서운 속도로 추월하는 중이다. 2010년 초반에는 업계 5위 안에도 미치지 못했던 ‘이니스프리’가 이처럼 1위로 부상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제주’를 브랜드 전면에 내세운 ‘스토리텔링 마케팅’과 이를 뒷받침하는 뛰어난 제품 경쟁력에 있었다.


‘제주’는 중국인에게 청정하며 신비로운 섬이라는 인식이 강한 곳이다. 진시황이 서복(徐福)에게 불로초를 찾아오라고 동쪽으로 보낸 땅이 바로 ‘제주’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환경 오염 탓에 깨끗한 원료에 대한 갈망이 강한 중국에서 ‘이니스프리’가 특히 폭발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니스프리’와 동일하게 자연주의를 내세운 ‘더페이스샵’은 2010년도 초반까지만 해도 ‘미샤’나 ‘에뛰드하우스’ 등 색조에 특화된 브랜드들 사이에서 깨끗한 느낌의 콘셉트가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그러나 이제는 자연주의라는 콘셉트가 흔해져 버린데다가 타브랜드들과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 두 브랜드의 희비가 갈리는 것은 마케팅과 제품 기술력 때문”이라며 “이니스프리는 국내 브랜드들이 못한다고 평가받았던 ‘스토리텔링’을 상당히 잘한데다가 제품의 질까지 담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화장품 시장이 점점 성장하며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더페이스샵의 변화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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