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브랜드 구찌, 구설수에 오르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가 정신병원과 정신질환 환자들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의 패션쇼를 선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9월 23일 밀라노 패션 위크 기간 구찌는 2020 SPRING/SUMMER READY-TO-WEAR 패션쇼에서 모델들에게 ‘구속복(정신병원에서 폭력성이 짙은 환자를 제압하기 위해 입히는 옷)’과 같은 스타일의 흰색 의상을 입혔다. 이날, 해당 쇼의 모델 아이샤 탄 존스는 손바닥에 ‘Mental health is not fashion(정신 질환은 패션이 아니다)’라는 문구를 적어 캣워크 도중 침묵시위를 선보였다.

구찌 2020 SPRING/SUMMER READY-TO-WEAR 패션쇼 / VOGUE RUNWAY

아이샤 탄 존스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우울증, 불안, 조울증, 정신분열증 등의 영향을 받은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나 자신도 정신적 건강과의 투쟁을 경험한 아티스트와 모델로서, 구찌 같은 주요 패션 기업이 이 (정신병원) 이미지를 순식간에 사라지는 패션쇼의 순간을 위한 콘셉트로 쓰는 것은 상처가 되고 둔감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구찌가 마치 공장의 고깃덩어리처럼 컨베이어 벨트에서 모델들이 나오게 하고 정신병 환자들을 암시하는 구속복과 (그 밖의) 의상 이미지를 사용한 것은 나쁜 취향”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의상을 팔기 위해 (정신병과) 투쟁하는 이들을 소품으로 쓴 것은 천박하고 상상력 부족을 보여주며 세계 수백만 사람들에게 불쾌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탄 존스는 다음날 인스타그램에 또 다른 글을 게시하여 쇼에 출연한 다른 모델들과 더불어 구찌로부터 받은 출연료 일부를 정신 건강과 관련된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모델들도 비슷한 불쾌한 감정을 가졌다며 그렇지 않았다면 자신이 혼자 평화롭게 시위를 벌일 엄두도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찌 2020 SPRING/SUMMER READY-TO-WEAR 패션쇼 / VOGUE RUNWAY

이에 대해 구찌 크레이티브 디렉터 알렉산드로 미켈레는 “흰옷은 현대사회의 억압받고 조종당하는 이들을 극단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라며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덧붙여, "어떻게 권력이 삶을 단련시키는지, 자기표현에 대한 생각을 밝히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의상은 이번 패션쇼를 위한 것으로 판매 목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구찌가 구설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흑인 얼굴을 연상케 하는 검은색 터틀넥 스웨터를 890달러에 선보였다. '블랙페이스(얼굴을 검게 칠하고 흑인 흉내를 내는 흑인 희화 또는 비하 행위)' 논란이 붉어지자 사과 성명을 내고 제품을 회수했다. 이 같은 사과 성명이 무색하게 5월에도 논란에 휩싸였다. 시크교도들이 착용하는 터번과 비슷한 790달러의 ‘헤드피스’ 디자인이 문제가 됐다. 당시 시크교도 연합회는 "터번은 단지 패션 액세서리가 아니라 성스럽고 종교적인 신앙 물품"이라고 구찌를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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