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말을 줄이는 것을 넘어 짧은 단어 안에 상품 정체성까지...

[좌] 걱정은 지우개 [우] 때를 기다려(출처: 박지후 개인전)

 언어를 재치 있게 주무르고 다듬은 언어유희는 사람들에게 재미와 웃음을 선사한다. 하지만 말장난에는 단순한 웃음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억 촉진 효과도 있다. 말장난으로 ‘재미’와 ‘흥미’를 느끼게 되면 웃음이 나오게 되고, 이 웃음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 수치를 낮춰 준다. 이것을 뇌 과학적 측면에서 보면 말장난이 사람을 웃게 만들어 암기해야 하는 스트레스를 낮추고 뇌에 가는 부담을 줄이기 때문에 오히려 애써 외우지 않아도 저절로 해당 내용이 머릿속에 각인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것은 기업의 이윤 창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왜냐하면 상품 광고에 나오는 재미있는 말장난을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따라 하면서 해당 상품의 인지도나 광고의 지속성이 높아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단순히 말을 줄이는 것을 넘어 짧은 단어 안에 상품 정체성까지 담는다는 점에서 이전 마케팅 기법보다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SSG의 ‘쓱’ 마케팅

ssg닷컴 '쓱'광고(출처: 유튜브)

 신세계 계열 이마트와 백화점을 온라인 상에 한곳에 모은 SSG닷컴은 출범 2년이 됐지만 그동안 이름을 알리기 어렵다는 평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신세계는 명칭은 그대로 유지하되 'SSG'를 한글 '쓱' 으로 표현한 광고를 전면에 내세웠다.

 SSG 의 광고는 실제로 역동성이 존재하지 않고, 광고 출연자들은 입모양도 뻥끗하지 않으며, 오로지 ‘쓱’ 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신세계몰이 얼마나 좋냐’ 가 아니라 ‘신세계몰이 있다’라는 메시지 하나만 부각시킨 것이다. 온라인 몰을 핸드폰으로 쉽게 스와이핑하는 동작을 연상시키는 ‘쓱’은 소비자들의 뇌리에 강력하게 남게 되었다. 이렇게 간결하고 재미있는 광고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패러디를 낳게 되면서 바이럴 마케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 결과 광고 전과 비교하여 온라인 몰 인지도는 90% 신장, 매출은 30%나 증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SSG닷컴 '쓱어'광고(출처: 유튜브)

 박인규 크리에이티브디렉터는 성과에 대해 "광고 집행 절대량이 많지 않은 편이었지만 SNS, 극장 등을 위해 별도의 버전이 없이 원콘텐츠(한 가지 버전)로 운영한 점이 되레 강렬하게 소구된 듯 하다"며 "광고업계에서도 인지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기쁘다"고 말을 전했다. 최근 SSG는 9월 13일 자에는 ‘쓱어’를 만들어 다시 한 번 큰 관심을 받았다.

 

-SK텔레콤의 '폼'

출처: SK텔레콤

 SK텔레콤은 지난 21일 통합미디어플랫폼,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생활가치 플랫폼 등 3대 플랫폼을 ‘폼’이라는 키워드에 담아 광고 시리즈를 시작했다. 여기서 ‘폼’은 플랫폼을 줄인 말이기도 하고, ‘폼 나다’의 외래어인 ‘폼(겉으로 드러나는 멋)’을 뜻하기도 한다.

 

-롯데면세점의 '냠'

출처: 롯데면세점

 국내 1위 면세점인 롯데면세점이 ‘쇼핑을 맛있게 사다 냠’이라는 새로운 광고 캠페인을 시작했다. ‘냠’은 롯데면세점(Lotte Duty Free)의 영문 첫 자인 LDF를 한글로 형상화한 것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기분이 좋아지면 ‘냠냠’ 소리를 내는 것처럼 롯데면세점에서 기분 좋은 쇼핑을 하라는 의미를 담았다. 롯데면세점은 친근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키워드를 통해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겠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말장난, 즉 말이나 글자를 소재로 하는 놀이를 ‘언어유희’라고 한다. 이러한 언어유희의 방법은 다양하다. 동음이의어를 활용할 수도 있고 말의 배치를 바꾸거나 발음의 유사성을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방법이든 시대와 유행을 읽어 내는 날카로움이 있어야 하고,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절묘함도 들어 있어야 한다. 또 대중의 웃음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그 이면에 대중이 ‘공감’할만한 요소도 숨어 있어야 한다. 만약 언어유희를 핑계로 지나치게 자극적인 말을 하거나 서로 맞지 않는 말을 억지로 끼워 맞추기만 한다면 사람들에게 공감은커녕 도리어 불쾌감을 줄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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