첵스 초코 광고 (출처: 켈로그 홈페이지)

(소비자평가=남수진기자) 농심 켈로그의 시리얼 브랜드 ‘첵스’는 발매 후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첵스 초코’ 제품은 한국에서 판매하는 ‘첵스’ 브랜드 제품 중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첵스 초코 설빙’으로 설빙과 콜라보를 해 큰 화제가 되었으며 지난 3월에는 베리에이션 제품인 ‘첵스 초코 요구르트볼’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렇듯 한국 시리얼계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브랜드 ‘책스’는 지난 2004년, 마케팅 실패로 고난을 겪은 적이 있다.

 

 2004년 농심 켈로그는 시리얼 브랜드 ‘첵스’의 홍보 마케팅 차원으로 투표 이벤트를 진행했다. 초콜릿 맛 첵스 상징 캐릭터 ‘체키’와 파 맛 첵스 상징 캐릭터 ‘차카’를 후보로 하여 초코왕국 대통령을 뽑는 내용의 투표 이벤트였다. 투표를 위해 별도의 광고 영상과 인터넷 홈페이지가 개설되었고, 광고에서 체키는 '더 진하고 부드러워진 밀크 초콜렛 맛을 첵스초코 안에 넣어 줄게'라 이야기하고, 차카는 '내가 대통령이 되면 첵스초코 안에 파를 넣어주지'라며 두 캐릭터가 각자의 공약을 내세웠다. 켈로그는 당선된 후보의 공약에 따라 ‘첵스’ 제품을 생산하겠다는 문구를 광고에 실어 투표를 독려했다.

 

 투표 초기에는 회사의 의도대로 체키가 앞섰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 알려진 후 투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차키가 이기면 정말 파 맛 첵스가 나타날 것인지 흥미를 가진 이용자들이 차카에 표를 주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회사의 의도와는 달리 차카의 득표수가 체키를 훨씬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다급해진 농심 켈로그는 보안업체에 의뢰하며 비정상적인 표를 제거해내기 시작했다. 농심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4명이 약 4만 7천표가 넘는 표를 행사했다고 한다. 농심은 이 표를 전부 무효처리하고 온라인 투표 영향을 줄이기 위해 ARS 투표와 현장투표를 추가로 진행했다. 농심의 부단한 노력 끝에 기획 의도대로 무사히 체키가 당선되며 ‘첵스 파 맛’은 등장하지 않고 ‘첵스 초코’가 계속 생산되게 되었지만, 네티즌들이 ‘부정선거’임을 주장하며 농심을 비난함에 따라 이 사건은 마케팅 실패 사례로 꼽히게 되었다.

 

 ‘초코왕국 대통령 선거’가 큰 화제를 낳으며 역으로 노이즈 마케팅에 성공했다는 평 또한 존재하지만, 부정선거이자 소비자 기만이라는 비판도 존재했다. 갑작스럽게 ARS와 현장 투표를 도입한 것 자체가 부정선거라는 주장이다. 당시 여러 방법을 동원하여 체키의 당선을 이끌어냈기에 망정이지, 농심의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수치로 ‘차카’가 승리했다면 농심은 실제로 ‘파맛 첵스’를 생산해내야 하는 매우 곤란한 상황에 빠졌을 것이다. 치밀하지 못한 투표 이벤트가 어떤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건 이후 투표 이벤트를 진행한 많은 브랜드들은 어느 쪽이 당선되어도 상관없는 방향으로 이벤트를 구성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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