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즈 마케팅은 이렇게∙∙∙큰 이슈를 이용할 줄 아는 나이키

인종차별 항의시위를 벌여 미국프로풋볼(NFL)에서 사실상 퇴출된 콜린 캐퍼닉 전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쿼터백을 나이키 광고 모델로 기용해 미국에서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나이키는 ‘저스트 두 잇(Just Do It)’ 캠페인 30주년 모델로 테니스 선수 세리나 윌리엄스, 미국프로농구(NBA) 르브론 제임스 등과 함께 캐퍼닉을 발탁했다. 

 

<그의 얼굴에는 "무언가를 믿어라. 그게 모든 걸 희생하는 일을 의미할지라도"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 출처: 나이키>

 

노이즈 마케팅을 노리는 나이키

 

캐퍼닉은 2016년 경찰이 흑인을 과잉진압해 사망에 이르게 하자 이에 항의하는 의미로 경기 전 국가 연주 때 무릎을 꿇었다. 국가 연주 시 바로 선 자세를 규범으로 여기는 미국에서 캐퍼닉의 행동은 비애국적이고 무례한 것으로 간주됐다. 스포츠계 안팎에서 뜨거운 찬반 논쟁이 일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나서 캐퍼닉에겐 애국심이 없다고 공격했다. 전·현직 군인들 중 일부는 캐퍼닉의 시위가 군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캐퍼닉은 "흑인과 유색인종을 탄압하는 나라의 국기에 존경을 표하기 위해 일어설 수 없다"고 말했다.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있다. / 출처 : 인사이드에디션>


2017년 FA 자격을 취득한 캐퍼닉은 어느 팀과도 계약을 하지 못했지만 나이키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 노이즈 마케팅을 노렸다고 볼 수 있다. 나이키의 노이즈 마케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6년 21세의 골프 천재 타이거 우즈가 등장한 광고 캠페인 ‘안녕 세상아(Hello world)’도 직설적이고 신랄한 문구로 화제가 됐다. 우즈는 이 광고에서 “여전히 미국의 일부 골프클럽은 피부색을 이유로 내가 플레이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을 꼬집었다. 우즈는 “세상은 내가 준비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당신들은 나를 맞을 준비가 됐는가”라는 도발적인 대사로 젊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흔들고 지갑을 열었다.

 

캐퍼닉 모델 발탁 후 일부 소비자들은 나이키 제품을 불태우기도 하고 트위터에서는 ‘#보이콧나이키’ 등 20만건을 넘어서는 반대 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캐퍼닉이 지닌 상품성이 이런 리스크를 상쇄할 만한 수준이다. 캐퍼닉은 지난해 2분기 NFL 공식 유니폼 판매 순위에서 39위에 올랐으며 이는 캐퍼닉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나이키는 이번 광고로 온라인 매출 31% 증가했고 최소 4300만 달러 (한화 약 480억)의 광고효과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조사기관 NPD그룹에 따르면 미국에서 나이키를 입는 소비자 중 2/3는 35세 이하 청년들이다. 열린 사고 방식과 인종 구성이 다양한 세대이기 때문에 캐퍼닉의 시위에 호의적일 가능성이 크다. 나이키는 도전적이고 반항적인 태도를 대변해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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