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자라(ZARA)’는 지난 4월 증강현실(AR) 앱을 선보였다. 휴대폰으로 앱을 실행시킨 뒤 매장 안 곳곳을 비춰주면 올봄 신제품 의상을 입은 모델이 유유히 걸어나오는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화려한 무늬의 원피스를 입은 모델이 한 바퀴 돌아보며 포즈를 취한다. 치마 주름이 풍성하게 퍼지는 걸 감상하며 내가 입은 모습을 상상한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에서 원피스를 바로 주문할 수 있다. 며칠 뒤 집으로 택배가 온다. 휴대폰 속 모델 옆에 실제 사람이 가서 서 있으면 함께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을 수도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해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 있게 했다. ‘경험’을 중시하는 최근 젊은 층들의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마케팅 전략이다.

ZARA Augmented Reality Store

이는 자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패션 업계에서는 최근 증강현실 기술을 기반으로 한 마케팅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명품 브랜드들이 젊은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IT를 활용하고 나선 것이 시발점이었다. 지난해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은 국내에서 열린 ‘마드모아젤 프리베’ 전시회에서 AR 앱을 선보인 바 있다. 샤넬의 히스토리, 대표 제품 등을 보여주는 도구로 AR 기술을 선택한 것이다.

Burberry AR Runway

영국 명품 브랜드 버버리는  럭셔리업계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체크무늬와 트렌치코트의 대명사였던 버버리는 이제 단순한 패션 브랜드가 아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정보기술(IT)을 제품과 마케팅에 도입하고 소셜 미디어를 가장 잘 활용하는 디지털 기업으로 거듭났다. 버버리는 애플의 증강현실 개발 도구(AR Kit)를 활용해 버버리 앱에서 체험형 증강현실 기술을 선보였다. 앱을 통해 영국 출신 아티스트 대니 산그라 영화감독이 제작한 버버리 일러스트레이션을 AR로 체험하고 자신이 옷을 입은 모습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패션쇼를 고객들이 실시간으로 유튜브 시청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AR을 통해 그 자리에서 바로 옷을 살 수 있도록 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버버리는 브랜드 정체성 또한 패션 기업이 아닌 ‘디지털 미디어 컴퍼니’로 설정했다.

 

이처럼 증강현실(AR) 기술을 이용해 고객과 가까워지려는 패션 브랜드가 늘어나고 있다 현실세계와 디지털세계의 경계를 허무는 AR 기술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그 브랜드에 대한 색다른 경험을 체험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고객들이AR로 브랜드와 좀 더 친밀해지거나 제품을 미리 만나 보면 제품을 실제 구입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도 AR기술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패션 브랜드들이 많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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