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이라고 얕보다간 큰 코 다칩니다!

영화 속 나타나는 스파이더맨의 거미줄능력은 과연 상상 속의 소재일까?

영화 <스파이더맨> 누구나 한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스파이더맨, 사실은 평범한 청년이다. 우연히 유전자가 조작된 슈퍼거미에 물려 손에서 강력한 거미줄이 나오게 되고, 거미의 속성을 얻어 다가오는 위험에 초능력을 발휘하여 감지하게 된다. 그 후 많은 사람들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으로 주목을 받게 되고, 언론 속에서도 등장하게 되어 악당과 스파이더맨 사이로 쫓고 쫓기는 신경전이 계속돼 극 중 긴장감이 점점 높아지는 영화이다. 특히 영화 속에서 스파이더맨이 악당을 물리칠 때 거미줄 위력은 대단하다. 현실에는 눈에 잘 안보여 사람 손에 건드리기만 해도 끊어지는데 영화 속 거미줄은 뭔가 단단하고, 대단해보인다. 사실, 영화 속에 나오는 거미줄 능력은 터무니 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혹시 산업 속에서 거미줄 활약은 영화처럼 대단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거미를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징그러워 피하는 사람들이 많다. 끈적끈적한 거미줄로 먹잇감이 들어오면 돌돌 말아 잡아먹는 모습이나 생김새만 보면 호감을 주는 건 아니다. 하지만, 거미는 생각보다 이로운 곤충이다. 먹이사슬에서 부정적인 요소를 끼칠만한 각종 해충들을 잡아먹고 이롭게 만들어 천연 살충제라 불릴 정도이다. 또한, 농업 및 산림 생태계에서도 매우 유용한 존재로 자리잡고 있다. 거미 행동을 분석하여 기후변화 지표생물로도 쓰이며 독극물 검출에 이용되기도 하고 약까지 제조해 쓰일 수 있다니 이만하면, 거미는 축복받은 곤충이다.

3억 7백만년 전 부터 등장한 거미는 화석에서 거미줄이 발견되었는데 거미줄이 거미의 삶에 얼마나 중요했는지 증명해준다.

전 세계 거미는 4만 마리 종류가 분포해있다. 침팬지나 사람(7백만년전)이 나오기 전보다 3억 7천만년전 오래된 곤충인데, 당시 발견된 화석을 잘 보면 거미와 함께 굉장히 흐릿하게 검정색 줄이 가로지르며 발견되었다. 그 검정색 줄이 바로 거미줄이다. 가만히 살펴보면 화석에도 발견되있듯 거미줄이 얼마나 거미의 삶에서 중요한 것인지 증명해준다. 거미들은 거미줄을 여러 가지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동하기 위해 안전선으로 사용한다던가, 번식을 위해 알들을 싸메거나, 싸움을 할 때 방어수단으로 사용된다. 한 거미에 상황에 따라 7가지 서로 다른 거미줄 모양을 만든다. 어떻게 한 거미에 많은 양의 거미줄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거미 끝 부분을 보면 방적돌기라는 작은 구멍이 있다. 그 구멍을 따라 올라가면 각각의 분비샘들을 가지고 있는데 내부에 많은 거미줄 단백질을 지니고 있다. 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7개 큰 분비샘들로 분비되어 서로 혼합해 거미줄을 만든다.

거미 분비샘은 무려 7개 라는 사실! * 출처 : 한국생명과학원 홈페이지

거미줄은 탁월한 탄력성과 신축력이 뛰어나다. 특히나 차세대 신소재철강보다 10배 이상 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천연물질이다. 20년 넘게 거미줄 연구에 몰두해 온 캘리포이나대학교 생물학 교수 셰릴 하야시는 TED에 출현하여 거미줄에 대한 신비성을 강조했다. 그녀는 “거미줄의 강도는 정말 놀라울 정도입니다. 품질이 좋은 실이나 섬유소재를 만들 핵심 친환경 아이템이며 다른 소재와 홈합해 의료용, 산업용, 소비자 상품용 등 모든 용도로 사용될 수 있어 기대가 됩니다.” 라고 말한바 있다. 거미줄의 주성분을 이루는 아미노산 중에서 결합력이 무척 강한 글라이신이 40% 정도 포함돼 있어 고무줄과 비교하면 신축력이 무려 1000배에 달한다.

이런 이유로 과학자들은 거미줄 성분을 이용해 신소재를 만들어낸다. 방탄복 제조에 쓰여 초고분자 화학섬유인 케블라는 탄성력과 복원력이 16%에 반해 거미줄은 무려 31%나 된다. 그래서 의학분야에서 이미 이 거미줄을 응용해 상처 치료용 외과 붕대나 인공 인대, 사람의 힘줄을 재생시키는데 사용하고 있다.

미국 패션 스타트업 <볼트 쓰레드>에서 거미줄로 만든 옷을 만들었다. * 에띠 ETI 포스팅

최근 들어 패션업계에서는 거미줄에 주목을 했다. 미국 스타트업 기업 볼트 트레드 <Bolt Thread>는 효모 안에 거미줄을 만드는 유전자를 삽입한 후 발효해 거미줄 성분의 단백질을 추출, 섬유로 가공시켜 옷을 만들었는데 인공 거미줄 생산 기술을 상용화시키는데 성공했다. 이 기업은 몇 년 전 거미줄로 옷을 만들어 화재가 된 적이 있다. 마다가스카르에서 서식하는 황금 무당거미줄을 이용해 만들었다. 이 옷을 만든 80명의 장인들은 4년 동안 마다가스카르에서 황금 무당거미를 모으고, 거미들에게서 추출한 거미줄로 옷을 만들었다. 그 덕분에 케블라 보다 더 큰 인성(파괴를 견디는 정도)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튼튼하면서도 실크 소재의 옷과 같은 부드러움을 가질 수 있어 친환경적인 옷을 생산했으며 관리가 더욱더 쉬워진다.

이 옷을 만들면서 어려움도 많았다. 누에와 달리 거미는 누에처럼 대량으로 사육할 수 없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불가능하다. 2m의 망토나 카페트를 만들려면 100만 마리가 넘는 거미가 필요하며 만드는데 무려 8년이라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합성해서 제조하는 것이 수월 할 뿐, 천연적으로 대량 생산하는 시스템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이 주장에 반박 해 성공한 기업이 있다. 캐나다 <넥시아 바이오테크놀러지>는 거미줄 대량생산을 위해 지난 10년간 거미 유전자를 염소 유방세포에 주입해 우유에서 거미줄 단백질 추출연구에 성공을 한다. 조사 결과 천연 거미줄에 비해 강도가 약간 떨어질 뿐 대부분의 특성이 천연거미줄과 흡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농축된 우유에서 18 km에 달하는 실을 뽑아낼 수 있는 단계까지 성공했는데 “바이오 스틸”이라 이름을 짓고, 조만간 의학과 군사 장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거미줄의 단단함과 탄력성을 살려 부러진 뼈를 접착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현재는 거미줄 성분에서 흔히 발견되는 “실크 피브로인”이라는 단백질을 활용해 만든 합성물이 부서진 뼈를 복원하고 하중을 견디기 위한 물리적 금속판을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 이 성분은 과거에 신선식품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보존 코팅용으로 사용된 바 있으며 뛰어난 생체 적합성을 보여 포유류 세포에 대한 조직 재생에도 사용돼 주목된 신소재였다. 이 합성물이 서서히 녹아 뼈를 저절로 부착함으로써 별다른 제거 수술이 필요 없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놀랍게도 한국에서 무당거미를 이용해 화장품을 개발한 사례가 있다! * 사진출처 : 이라자임 공식 홈페이지

한편, 놀랍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거미줄을 이용해 제품을 탄생시킨 사례가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진은 무당거미를 이용해 “아라자임”이라는 화장품을 개발했다. 무당거미가 먹이를 섭식, 소화할 때 분비하는 매우 강력한 소화액은 생체분비와 함께 장내 미생물에 의해서 생성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 세계 최초로 무당거미의 장내 공생 미생물로부터 고효율 천연단백질분해효소를 분리해냈다. 아라자임은 항생, 항균 능력을 가지고 있어 죽은 단백질을 피부에서 분리하는 효능이 있다.

또한, 바이오스틸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국제화장품원료로 등록된 바 있다. 다만, 이 원료가 방탄복, 낙하산, 외과용 실, 인대, 특수 케이블에 사용될 뿐, 피부미용을 위한 다양한 개발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평가를 뒤집고 바이오벤처기업 넥스젠바이오텍이 개발한 인공거미줄 단백질 화장품이 상용화되었다. 바이오스틸 단백질과 콜라겐의 콜라보는 다양한 스킨케어 적용이 가능한 바이오 스마트 소재로 개발시킨다. 국내 최초로 인공거미줄 단백질 성분이 함유되어 선보여지는 3종 세트 <스파이더 실크 1>, <다이하드>, <테슬라>의 베이스는 어떤 성분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알지 못하는 식물추출물을 일절 배제하고, 일회용 패킹으로 천연적 멸균제품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우리가 생각한 거미줄은 상상 그 이상으로 다양한 산업에서 콜라보가 대단하고, 쓰임새가 대단하다. 위 사례에서 보았듯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가져다주는 거미는 이제 혐오감을 주는 존재가 아니다. 또한, 영화 속에서 신기하게만 느껴졌던 스파이더맨이 쏘는 거미줄은 더 이상 상상 속 능력을 발휘하는 소재가 아니다. 자연이 가져다 준 하나의 선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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