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평가 김길환 발행인

  마케팅활동을 핵심적인 단어로 정의하면 ‘기브 앤 테이크(Give & Take)’라고 할 수 있다. ‘가치’의 제공을 통하여 ‘목표’를 달성한다는 뜻이다. 회사는 상품과 서비스로 ‘고객가치’를 제공하여 ‘이익’을 얻는다.

  청춘남녀는 ‘사랑’을 주고 ‘사랑’을 얻는다. 종교도 마케팅의 관점에서 보면 ‘영원한 생명’을 주고 ‘새로운 신도’를 얻는 것이라 할 수도 있다. ‘목표달성’없는 ‘기브 앤 기브’는 자선사업이며, ‘가치제공’없는 ‘테이크 앤 테이크’는 ‘사기’와 다름없다. 또한 순서도 중요하다. ‘가치제공’이 먼저이고 ‘목표달성’은 그 다음이다. 만약 순서가 바뀌면 올바른 마케팅이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게 되어 식당업을 시작하는 분들을 자주 본다. 식당일도 ‘가치’를 주고 ‘이익’을 얻어야 하는 마케팅의 원칙이 중요하다. 식당의 고객가치는 ‘맛’이다. 맛있게 하면 손님은 저절로 온다. 서비스도 중요한 요소이지만 본원적 가치는 아니다. 하지만 많은 식당주인이 개업을 하면 먼저 메뉴의 가격과 하루에 얼마나 팔지를 헤아려 본다. 정말 맛있는 최고의 음식 맛을 내기위하여 몇 달이고 뜬눈으로 밤새워 요리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매출을 올리는 일에 더 관심을 갖는다.

  처음에는 지인과 호기심 많은 손님덕분에 매상이 올라가지만 곧 손님은 줄게 된다. 다급한 주인은 메뉴를 추가하게 되고 효과는 없다. 결국 사업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문을 닫는다. 식당업 종사자의 97%가 3년 내에 종목을 바꾸거나 폐업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목표’는 ‘가치’를 주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달성된다는 마케팅의 기본원칙을 몰랐기 때문이다.

  산업혁명이후 대량생산의 시대에는 마케팅이 필요하지 않았다. 공급이 수요보다 부족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공급과잉이 되면서 부터 마케팅의 개념이 등장했다. 마케팅의 처음단계는 모든 소비자를 잠재고객으로 하는 매스(Mass)마케팅이었다. 품질, 코스트 등의 조건이 평준화 되면서 매스마케팅은 타겟(Target)마케팅으로 변하게 된다. 시장을 세분화하여 목표고객에 최적화시킨 STP(Segmentation, Targeting, Positioning)마케팅전략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제 타겟마케팅 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시대가 왔다. 고객가치 10인 10색의 시대, 원투원(One to One)공감마케팅의 시대가 온 것이다. 고객은 원하는 방식으로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에게만 지갑을 연다.

 

  공유가치경영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마케팅전략으로 출발하였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기업 간 경쟁력을 좌우하는 큰 차별점이 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오래전에 예견된 일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대다수의 소비자가 이 문제에 대해 너그러웠다. 왜냐하면 품질이나 가격 등의 구매결정요인에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많이 바뀌었다. 품질과 가격 등의 조건이 비슷해지면서 그동안 관대하게 눈 감아 주었던 부분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오랜 동안 2등만 하는 기업이 1등을 따라 잡기는 쉽지 않다.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경쟁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이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으로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품질을 월등히 높이고 가격을 낮추는 방법은 엄청난 연구개발비와 마케팅비용이 투입되므로 그 어느 것도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소비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착하고 정의로운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를 원합니다.” 이러한 고객의 변화는 윤리적소비성향이 점점 더 구매결정에 영향을 미치게끔 만든다. 이 문제에 소홀한 기업은 이제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마케팅전략으로서의 ‘공유가치경영’은 ‘전사의 역량을 총 집결하여 1등이 되는 계획을 실천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시장의 판도는 공유가치경영을 잘 하는 기업중심으로 서서히 재편돼가고 있다.

 

  탐스슈즈(TOMS shoes)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신발 업체로서 회사의 설립자 블레이크 마이코스키에 의해 2006년 6월 창립되었다. 그는 아르헨티나 여행에서 맨발로 다니는 어린이들이 포장되지도 않은 거칠고 오염된 땅을 그대로 밟아 토양의 기생충에 감염되거나 상처로 인해 상피병 등 여러 가지 질병에 노출되는 것을 목격하였다. 게다가 유니폼의 하나인 신발이 없는 이유로 학교에도 가지 못해 교육조차 못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고 일회적인 기부가 아닌, 지속적인 도움을 줄 목적의 ‘내일을 위한 신발(Shoes for Tomorrow)’이라는 슬로건을 가진 탐스슈즈를 설립하였다.

  탐스슈즈는 창립 당시부터 ‘일대일 기부공식(One for One)’이라는 핵심 이념으로 시작하였다. 일대일 기부공식은 소비자가 한 켤레의 탐스슈즈를 구입하면 한 켤레의 신발을 제 3세계 어린이들에게 기부하는 것인데, 소비자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게 되어 탐스슈즈를 사회의 공익적 이슈를 기업의 마케팅과 연관시키는 코즈마케팅(명분마케팅: Cause Marketing)의 성공사례로 만들었다.

  초창기의 탐스슈즈는 기부 목표량이 200켤레였을 정도로 창업자 블레이크 개인의 소규모 사업장에 불과하여 다른 회사들처럼 신문이나 텔레비전 광고조차도 제작하지 않았지만 다양한 디자인과 편한 착용감 그리고 일대일 기부공식은 강력한 마케팅전략이 된 것이다. 탐스슈즈(TOMS shoes)는 2006년 6월 회사 창립 시 기부목표 200켤레에서 시작하여 사업시작 6개월 만에 10,000켤레를 기부하였고 100만 켤레를 기부하는데 5년도 걸리지 않았다.

  공유가치창출 노력에 ‘공감’하면 ‘자발적인 참여’가 일어나게 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선순환의 구조가 만들어 진다. 공유가치(CSV)경영을 돈이 많은 대기업의 일이라고 인식하기도 한다. 아마도 일방적인 기부 등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당연히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유가치경영은 꼭 자금력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CSV는 적은 돈으로도 할 수 있는 것이 많다. 거창한 프로젝이 아니더라도 기업의 일상 업무를 통하여 만들어 갈수 있다. 대기업과 같은 큰 조직이 공유가치경영추진에 여러 이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정확한 의사결정과 신속한 추진력은 오히려 작은 기업이 효율적일 수 있다. 어찌 보면 공유가치경영은 중견, 중소기업에게 더 적합한 혁신의 방법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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