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몸무게, 즉 ‘무게’ 를 재는 체중계도 디지털 체중계로 변신한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그렇다면, ‘길이’를 재는 자는 디지털화될 수 없을까? 그 의문을 해결한 스타트업이 바로 ‘베이글랩스’이다.

 지름 8㎝, 두께 3㎝ 줄자. 언뜻 보면 평범한 줄자지만 이래봬도 재기 어려운 것들의 길이까지 모두 잴 수 있는 스마트 기기다. 일반 줄자처럼 줄을 쭉 빼면 디지털 화면에 길이가 표시된다. 곡면 등 어떤 형태 물건도 측정할 수 있다. 통상적인 상황에서는 두 팔 길이가 넘어가면 줄자를 꺾어가면서 몇 번씩 재야 했던 불편함이 있었지만 베이글랩스는 그러한 불편함을 해소시켜준다. 휠 모드로 바퀴를 굴리는 만큼 길이를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베이글랩스의 상품인 베이글에는 초음파 기능도 있다. 닿기 힘든 먼 거리에 있는 물건을 향해 빨간 빛을 쏘면 음파가 반사되는 속도를 베이글이 감지해서 길이가 측정된다. 측정된 길이 정보는 블루투스를 통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전송된다. 마지막으로 베이글에 음성인식 기능도 있다. 줄자에 대고 '책상 가로'라고 말하면 스마트폰 앱에 책상 가로라는 이름으로 측정값이 저장된다. 

  박수홍 베이글랩스 대표(32)는 "디지털 줄자, 블루투스 줄자는 있지만 이처럼 세 가지 기능을 갖춘 스마트 줄자는 베이글이 최초"라며 "어떤 상황에서든, 어떤 물건이든 길이 측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가 낸 아이디어는 사소한 불편함에서 비롯되었다. 삼성코닝정밀소재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박 대표는 각종 실험장비를 다루다가 줄자를 내팽개치고 싶은 충동을 수어번 느꼈다. 그는 "줄자로 길이를 재고 그걸 옮겨 적고 다시 입력하려니 너무 번거로웠다"며 "두 손으로 잴 수 없는 길이는 두세 번 추가로 재야 했다"고 말했다. 저울이 스마트 체중계로 바뀐 게 벌써 몇 년 전. 시계, 온도계도 모두 '스마트'라는 수식어를 달았는데 줄자만 예외였다. 박 대표는 "줄자를 디지털화하고 인터넷에 연결하면 분명 비즈니스 모델이 나올 것으로 자신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오게 된 베이글랩스는 지난 6월 미국 최대 크라우드펀딩 업체 킥스타터를 통해 투자금을 유치했다. 한 달여간 진행된 모금에서 135만달러를 모았다. 원래 베이글랩스의 목표는 3만달러였다. 하지만 별다른 차질 없이 베이글랩스를 향한 모금은 반나절 만에 목표 금액을 채우더니 킥스타터 역대 30만개 프로젝트 중 상위 0.04%에 해당하는 모금액을 기록했다.

 사소한 불편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불편이 여러 사람들의 편리함을 낳은 ‘베이글’이 앞으로 다양한 산업체와 개인들에게 유용하게 사용될 예정이다. 베이글랩스의 밝은 미래가 기대된다.
 

저작권자 © 소비자평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