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지속되는 고물가·고금리 현상 속에서 지갑을 닫는 소비자가 많아진 요즘, 이와는 반대로 국내 백화점의 우수고객 (VIP)의 수는 급증하고 있다. VIP 고객 수가 늘어나면서 우수 고객 선정을 위한 기준 변경안에서 VIP 등급 기준을 상향하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 고물가 현상이 빚어낸 소비 양극화로 명품 소비 경향이 확대된 탓이다. 소비를 주춤하는 소비자를 위한 새로운 혜택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외려 VIP 고객 유치를 위해 기업이 힘을 쓰고 있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V.I.P는 Very Important Person, 매우 중요한 사람의 약어로, 기업에겐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고객을 의미한다. VIP 마케팅은 특정 고객층인 VIP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전략적인 마케팅 방법론이다. 일반적으로 VIP 고객은 브랜드에 대해 높은 충성도를 보이며, 높은 가치의 매출을 생성하고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친다. 그렇기에 VIP 마케팅은 VIP 고객들을 대상으로 특별한 혜택이나 서비스를 제공하여 고객 경험을 최적화하고,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향상시키고 고객을 유치하여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VIP 마케팅은 일반적으로 VIP 고객들을 선별하고 그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급화된 고객 데이터 분석과 전문적인 관리, 개인화된 커뮤니케이션을 활용한다.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빌 프레도 파레토는 ‘이탈리아의 인구의 20%가 이탈리아 전체 부의 80%를 가지고 있다’는 주장을 했다. 파레토의 법칙은 즉, 소수의 부유계층 20%의 소비자가 전체 매출 80%를 담당한다는 것이다. 물건이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베블런 효과’로도 기업이 VIP 고객 유치에 집중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기업의 수입 측면에서도 VIP 고객은 고가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기 때문에 그들을 유치하는 것은 직접적인 매출과 이익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발렛 주차, 한정판 제품 선 구매, 전용 라운지 이용 등 VIP 고객을 위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백화점 업계이다. 실제로 VIP 고객들은 연간 수백만원에서 수억원 이상 쓰는 고객으로 특별관리 대상이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구매 고객 중 VIP의 비중은 49.9%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덕분에 신세계백화점은 매출 3조원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의 미래를 좌우할 VIP고객을 위해 등급을 세분화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올해 소비심리가 지난해보다 더 악화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백화점들이 VIP고객 이탈을 막는데 집중 관리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 입장에선 1인당 구매력이 더 높은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 매출을 올리는 편이 유리하기 때문에, VIP 고객 선별작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