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

'밤양갱'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가수 비비 / 딩고 뮤직 유튜브 캡쳐
'밤양갱'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가수 비비 / 딩고 뮤직 유튜브 캡쳐

 최근 음원차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노래들의 공통 키워드는 바로 '이지 리스닝'이다. k-pop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게 되면서 몇 년 전만 해도 퍼포먼스 중심의 강렬한 비트와 심오한 가사를 바탕으로 한 '하드 리스닝'이 인기를 끌었던 것과 달리 지금은 언제 어디서나 듣기 쉽고 편안한 이지 리스닝이 대세로 떠올랐다.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사운드와 청량함을 바탕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5세대 대표 보이그룹 투어스와 라이즈부터, J-pop 감성의 사운드와 일상적인 한국어 가사로 역주행에 성공한 (여자)아이들, 편안한 멜로디와 우리 말로만 이루어진 가사로 데뷔 후 처음으로 음원차트를 석권한 비비까지 가요계는 지금 확실한 '이지 리스닝' 시대다.

 

K-POP 성공 키워드로 자리잡은 '이지 리스닝'

뉴진스(NewJeans) / 출처: 뉴진스 공식 인스타그램
뉴진스(NewJeans) / 출처: 뉴진스 공식 인스타그램

 이지 리스닝이 최근 K-pop의 메인 장르로 자리 잡게 된 것에는 걸그룹 뉴진스의 성공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뉴진스는 2022년 데뷔 이래 '어텐션', '디토', 'OMG' 등의 이지 리스닝 계열의 노래들을 공개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뉴진스에게는 기존 케이팝 아이돌의 관습처럼 여겨졌던 인위적인 컨셉이나 세계관이 없었고, 그들의 노래 속에는 강렬한 사운드와 케이팝 특유의 고음 파트도 없었다. 뉴진스는 그저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이지 리스닝 음악을 앞세웠고, 그 결과 팬덤과 대중을 모두 사로잡으며 전국적인 뉴진스 신드롬을 일으켰다. 

FIFTY FIFTY(피프티피프티) 역시 이지 리스닝을 활용한 성공 사례다. 피프티피프티는 '진정성 있는 보편적 음악'을 앞세워 친숙하고 듣기 편한 멜로디의 이지 리스닝 계열 음악을 선보였고, 별다른 프로모션 없이도 중소 기획사 최초로 빌보드 핫 100에 진입하는 성공을 이뤄냈다.

걸그룹이 보여준 아이돌 이지 리스닝의 성공 가능성은 최근 보이그룹까지 전해져 'TWS(투어스)', 'BOYNEXTDOOR'(보이넥스트도어), '라이즈' 등 과도한 컨셉이나 세계관 구축보다는 친숙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로 대중에게 어필하며 이지 리스닝 음악을 추구하는 보이그룹들이 늘어나고 있다.

K-pop의 해외 시장 확대를 위해선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음악이 중요해진 현재, 이지 리스닝은 대중을 끌어들일 확실한 성공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이지 리스닝'의 인기 요인은? 

TWS(투어스) / TWS 공식 인스타그램
TWS(투어스) / TWS 공식 인스타그램

 케이팝 시장이 성장하면서 한동안은 강력한 퍼포먼스와 강렬한 비트, 심오한 가사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하는 것이 트렌드였다. 이러한 음악은 분명 그들만의 매력과 차별성을 어필하는 수단으로써 독자적인 팬덤을 형성하며 인기를 견인하는데 많은 이점으로 작용했지만,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컨셉과 세계관은 흔히 말하는 입덕으로의 진입장벽을 높게 만들었고, 팬덤을 넘어 대중에게 어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실제로 한동안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한 남자 아이돌들이 음반시장을 싹쓸이하는 와중에도 음원 차트에서는 낮은 성적을 기록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이해하기 어렵고 비슷비슷한 컨셉의 반복에 대중은 진부함과 피로감을 느끼게 되었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피로감 없이 언제 어디서나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이지리스닝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사회적인 분위기에 따른 영향도 적지 않아 보인다. 임진모 평론가는 사회적인 현상 역시 '이지 리스닝'에 영향력을 미쳤다고 바라봤다. 그는 "경기도 안 좋고 총선도 있고 의료계 파업도 그렇고 세상이 안 좋다. 기술적으로도 그렇고 숨 고르기를 해야 할 때다. 시동을 세게 걸 순 없다"며 "앞으로도 강렬한 비트나 퍼포먼스보다는 '이지 리스닝'의 추세가 계속될 듯하다"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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