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그리고 삼성전자의 웨어러블 기기 산업

출처 | 삼성전자
출처 | 삼성전자
출처 |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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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6일(현지 시각), 삼성전자의 절대반지로 불리는 ‘갤럭시 링’의 실물이 처음으로 세상에 나왔다.  528평 규모의 전시장에 갤럭시 링을 보러 온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는데 자는 동안에도 큰 불편 없이 건강 상태를 확인해 주거나, 수면 무호흡을 조기에 발견해 주는 기능 등이 주목받았다. 앞서 지난 1월에는 애플이 혼합현실(MR) 기기 ‘비전 프로’를 출시해 이목을 끌었다.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면서 450만 원이 넘는 고가에도 사전 예약 대수는 시장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웨어러블 기기라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을 비롯해 전 세계 다수의 기업이 웨어러블 개발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방대한 웨어러블 기기 산업

 웨어러블 기기(웨어러블)는 ‘입을 수 있는’이라는 wearable의 뜻 그대로 옷이나 시계, 안경처럼 자유롭게 몸에 착용하고 편리하게 사용하는 IT 기기를 의미한다. 스마트폰을 따로 들고 다닐 필요 없이 IT 기기가 우리 몸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덕분에 손을 사용하지 않고도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고 전문 의료기기 없이도 건강 진단을 할 수 있다. 웨어러블을 계속 착용하고 있는 한 내 몸이 24시간 인터넷과 연결된 셈이다. 약 10년 전 웨어러블 개발 초기에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연동이 이뤄졌으나 갈수록 PC, 가전제품, 건강관리 제품 등으로 연동 범위가 한층 넓어지는 추세다.

 일상에서 가장 자주 접하는 웨어러블은 무선 이어폰과 스마트 워치다. 전 세계 출하량을 살펴봤을 때도 이어웨어와 스마트 워치가 각각 1,2위를 차지한다. 하지만 웨어러블의 종류는 이뿐만이 아니다. 머리띠나 허리띠 같은 밴드형, 목걸이나 반지, 공기청정 마스크 같은 장신구형, 몸에 부착하는 패치형 등으로 다양하다. 얼마 전에는 온디바이스 AI를 기반으로 AI 비서 기능을 수행하는 옷핀 형태의 웨어러블 AI핀이 공개되기도 했다.

 

점점 커지는 웨어러블 기기 산업

출처 | Statista
출처 | Statista

 웨어러블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우리의 삶에 깊숙이 파고들었듯이, 웨어러블 역시 머지않아 대중화될 만한 잠재력이 있다. 시장조사기관 GVR의 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웨어러블 기기의 시장 규모는 613억 달러러이며 2023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14.6%에 달한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웨어러블 기기의 출하량은 1억 8600만개 로 전년 대비 2% 늘었다. 2024년엔 시장 성장률은 10%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웨어러블 중 가장 높은 비중의 출하량을 자랑하는 이어웨어는 2026년 전 세계 판매량이 2023년 대비 15% 증가한 3억 9,381만 개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스마트 워치 역시 판매량이 같은 기간 23% 증가해 1억 9,421만 개가 넘을 전망이다.

 팬데믹을 거치며 운동과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관련 콘텐츠 소비도 늘면서 웨어러블 기기 수요도 크게 증가했다. 대표적인 것이 무선 이어폰인데 거추장스러운 선이 없어 운동을 하면서도 편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됐다. 노이즈캔슬링 등 새로운 기술도 소비자를 매혹했다. 스마트 워치 역시 업무나 운동을 할 때 정보 검색, 연락 등 간단한 정보 검색, 연락을 손쉽게 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또한, 운동량, 혈압, 심전도 등 다양한 건강 정보를 착용하는 내내 측정해 주는 등 건강 관리 차원에서도 이점이 있다.

 

웨어러블 기기를 향한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

 그러나 유사한 웨어러블 제품이 우후죽순 출시되면서 제품 차별화를 위한 기업의 고심은 깊어진다. 특히 글로벌 IT기업을 중심으로 웨어러블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는 노력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삼성은 얼마 전 갤럭시 링의 실물을 처음으로 공개한 데 이어 확장현실(XR) 기기, 웨어러블 로봇 ‘봇핏(Botfit)’, 스마트 밴드 ‘갤럭시 핏3’의 출시를 줄줄이 예고한 바 있다. 구글, 퀄컴과 함께 준비하는 XR 기기는 애플의 비전프로와 비슷한 제품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늦어도 하반기 언팩 행사에서 공개될 전망이다. 내년 초 출시될 예정인 봇핏은 걸음이 불편한 사람들의 움직임을 도와주는 입는 형태의 웨어러블 로봇으로 갤럭시 스마트폰 또는 갤럭시 워치가 있어야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 갤럭시 스마트폰과의 동기화를 강화한 갤럭시 핏3는 보급형 갤럭시 워치로 주목받는다.

 애플 역시 비전프로에 그치지 않고 스마트 링과 스마트 글래스 등의 다양한 웨어러블을 개발 중이다. 10년 전 5%에 불과했던 웨어러블 사업 부문의 매출이 꾸준히 상승해 10%에 이른 만큼, 웨어러블에서 성장성을 찾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 링’으로 불리는 스마트 링은 기존의 애플 워치에 탑재된 건강 관련 기능이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아이폰과 아이패드 같은 기존의 애플 기기와 연동됨으로써 사용자와 특정 물체와의 거리를 측정하는 기술이 적용된다. 

 

최근 애플 비전 프로 출시와 함께 커다란 XR 기기를 쓰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영상이 화제가 됐다. 애플의 애플워치나 에어팟 맥스가 새로운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것처럼, 패션, 게임, 비즈니스 등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웨어러블이 활용될 여지가 충분하다. 다만 아직까지는 효용 대비 불편함이 크다는 한계가 있다. 사전 예약 인기가 뜨거웠던 비전 프로가 환불 행렬을 맞은 것도 비슷한 이유다. 웨어러블 시장의 장밋빛 미래는 자칫 사람들 사이에서 ‘굳이’라는 인식이 퍼지는 순간 위태로워진다. 웨어러블 개발 기업이 소형화와 경량화에 목을 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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