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일상이 된 커피와 카페

 

  종로나 강남을 방문해 본 분이시라면 공감하실 거다. 한 블록에 하나씩, 심지어는 횡단보도 바로 맞은편에 또 다른 스타벅스가 있다는 사실을, 어디 종로나 강남, 그리고 스타벅스뿐일까? 대한민국에서 카페를 찾는 건 식다 못해 차가워진 죽 먹기다. 전국에 자그마치 10만 곳이 있다. 이미 우리나라 카페 시장은 경쟁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있음에도, 시장에 진출하려는 새로운 플레이어의 등장이 끊이질 않는다. 한국 카페, 어쩌다 이렇게 많아진 걸까?

 

커피, 카페 한국인의 일상이 되다.

  카페 수만큼이나 한국인들의 커피 사랑은 대단하다. 밥보다 커피를 더 많이 먹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 우리나라의 연간 커피 소비량은 357잔으로, 프랑스(551잔)에 이어 2위이다. 적어도 하루에 한 잔은 꼭 커피를 마신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에스프레소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대용량 아메리카노를 주로 마신다는 점을 고려하면, 용량 면에선 세계 최대 커피 소비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발에 차이는 게 '카페'…3년새 50% 또 늘자 "출점 규제해달라" (2023.05.01)
출처 : 머니투데이 "발에 차이는 게 '카페'…3년새 50% 또 늘자 "출점 규제해달라" (2023.05.01)

 

 150년 전 커피가 한국에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해도 커피는 선진국의 음료, 상류층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소수의 지식인들이 주로 찾는 다방 중심의 커피 문화가 있었는데 1970년대 동서식품이 세계 최초로 커피믹스를 개발하면서 커피 대중화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부드럽고 깔끔하면서도 달달한 맛이 꼭 한국인의 ‘취향 저격’이었다. 이후 1999년 스타벅스가 한국 1호점을 열면서 에스프레소 중심으로 커피 문화가 옮겨갔는데 커피를 테이크아웃해 마시는 문화가 확산됐다. 1인당 국민소득이 늘고, 편히 쉬거나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커피 수요가 계속 증가했는데 현재는 식사 후 커피를 마시는 게 당연해졌고, 커피 한 잔으로 얻는 여유와 위로를 마다하는 사람이 없다.

 

프렌차이즈 vs 개인 카페, 어딜 더 많이 갈까?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와 소형·저가 프랜차이즈 카페, 개인 카페 등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사람들은 더 많이 찾는 카페는 어디일까? 전국 20~59세 소비자 2,000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1위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였다. 2위는 소형·저가 프랜차이즈 카페, 3위는 개인 카페였다. 사람들이 프랜차이즈 카페를 찾는 이유로는 ‘기프티콘을 사용하기 위해서’, 또는 ‘가격이 저렴하고 집에서 가까워서’가 가장 많았다. 반면 프랜차이즈 카페에 비해 더 많은 돈을 내는(8,157원) 개인 카페를 찾는 이유로는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고 음료가 맛있어서’가 가장 많았다.

 거의 매일 마시다시피 하는 커피. 그렇다면 한 달에 커피에 쓰는 돈은 얼마나 될까?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작년 기준 성인의 한 달 커피비는 10만 4천 원 정도였다. 1년이면 약 120만 원에 달하죠. 올해 400~500원씩 오른 커피값을 고려했을 때, 커피비는 더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카페 포화상태, 망하진 않을까?

   커피 시장의 규모는 2021년 약 6조 원에서  8조 6,000억 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몇몇 카페들은 이런 성장세 속에서도 좀처럼 고전을 면치 못하는데 단꿈을 품고 카페 시장에 뛰어든 자영업자들은 많아도 너무 많은 경쟁자에 가까스로 버티는 실정이다. 업계를 평정한 일부 카페는 나날이 확장세를 떨치는 데 반해, 나머지 카페들은 수익 부진의 안갯속을 헤어 나오기 어렵다. 대표적인 것이 카페베네인데 2012년 2,200억 원대 매출까지 기록했던 카페베네는 2020년 187억 원까지 내려앉았다. 매장 수 역시 2013년 1000호 점까지 돌파했지만, 잇따른 실적 악화와 신규사업의 실패로 작년 기준 236개까지 줄었다. 기업회생절차를 거친 이후 브랜드 리뉴얼을 감행하면서 재기를 다짐했으나, 여전히 카페 시장에서 휘청이는 모습이다.

 

출처 : 국세청 제공
출처 : 국세청 제공

 

 소규모 자본으로 창업한 영세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상반기 서울에서 새로 연 카페는2,587곳이었는데 폐업한 카페도 1,239곳에 달했다. 카페의 평균 존속 기간은 3년 1개월에 그쳐 다른 업종에 비해(100대 생활업종 평균 사업 존속 연수 8년 9개월) 1/3 수준에 그쳤다. 가뜩이나 치열한 시장에 새로운 카페가 우후죽순 늘어나며 이익 나눠 먹기 현상이 심해지고, 고물가로 인해 원가 부담도 커진 탓이다. 1년 단위로 원두를 대량 선구매하는 프랜차이즈 카페와 달리, 개인 카페는 원두 도소매 유통업체를 통해 소량으로 발주를 넣기 때문에 원자잿값 인상의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이처럼 우후죽순 늘어나는 프랜차이즈 카페에 가맹점주의 손해가 늘어나자,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라는 목소리도 커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 출점 제한 조치를 뒀다가 2년 만에 폐지한 바 있는데 당시 기존 가맹점에서 반경 500m 이내 신규 출점을 금지하도록 했다. 그러나 가맹이 아닌 직영으로 운영되는 스타벅스가 규제를 피해 가면서 실질적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럼에도 가맹점주는 다시 출점 제한 조치가 부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랜차이즈 카페 본사의 자체 규정만으로는 도저히 과열된 커피 시장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소비자평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