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산업, 공급 부족에 대한 문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

 

  최근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이 발전하면서, 꿈만 같던 노후 생활이 현실에 가까워졌다. 어쩌다 한 번뿐인 호텔과 리조트에서의 하루가 일상이 되고 나이가 들면서 가장 걱정되는 건강 관리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시니어 레지던스에 대한 치솟는 인기는 앞으로 관련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가늠하게 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나라다. 1970년부터 2018년까지 우리나라 노인 인구의 연평균 증가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3.3%였는데, 내년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접어든다. 우리나라가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접어드는 데 걸린 기간은 불과 7년으로 영국(50년)은 물론 미국(15년)이나 일본(10년)보다도 빨랐습니다. 약 50년 뒤 2070년에는 우리나라 2명 중 1명은 노인일 거란 전망도 나온다. 전 세계 5명 중 1명만이 노인인 것과 확연히 비교됨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세대별 평균 순자산/그래픽=조선일보 디자인팀 양인성, 박상훈
우리나라 세대별 평균 순자산/그래픽=조선일보 디자인팀 양인성, 박상훈

특히 은퇴 이후 적극적인 소비와 여가생활을 즐기는 5060세대는 ‘액티브 시니어’로 불리기도 한다. 주로 55~69세 나이대가 속하는데 이들은 탄탄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가족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소비도 아끼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이들에겐 자식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자유롭고 건강하게 잘 늙어간다는 ‘웰에이징(Well-aging)’이 중요하다. 그러면서 식생활, 보건의료, 운동, 문화생활 등 전 영역에서 강력한 소비 주체로 떠올랐다. 시장의 큰손 액티브 시니어를 타깃으로 삼은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인 것이다. 

 

 

시니어 레지던스, 어떤 곳인가?

  노후 삶 전체를 아우르는 복합주거시설, 시니어 레지던스도 파워 실버 시대에 발맞춰 주목받고있다. 액티브 시니어의 경제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더 많은 기업이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에 승부수를 던지는 모양새인데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20여 년 전만 해도 노후를 위한 공간이라고 하면 대부분  요양원을 떠올렸다. 그러나 더 이상 노인 세대가 돌봄과 부양의 대상으로만 여겨지지 않게 되면서, 노후를 위한 보금자리 개념도 변화했는데 시니어 레지던스는 이를 계기로 성장한 산업이다. 주거 시설뿐 아니라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과 생활 편의 시설을 갖췄다. 맞춤형 식사나 의료 서비스 등 리조트나 호텔급의 고품격 서비스도 제공한다. 입지에 따라 도심형, 근교형, 전원형으로, 규모(세대수)에 따라 대형(300세대 이상), 중형(130세대 이상~300세대 미만), 소형(130세대 미만)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 대표 시니어 레지던스로는 '삼성노블카운티'와 '더클래식 500'이 있다. 먼저, '삼성노블카운티'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이 2001년 용인에 개원한 대형 시니어 레지던스다. 평형(50~119㎡(15~36평))과 전망에 따라 보증금 4~12억 원, 월세 75만 원, 월 생활비 345만~655만 원이 드는데 독립적 생활이 가능한 노인들의 주거시설 타워동, 치매나 중풍 등으로 생활에 도움이 필요한 입주자를 위한 요양시설 너싱홈, 주치의 서비스가 제공되는 병원 시설과 금융회사, 식당 등이 있는 리빙프라자로 이뤄져 있다. 여기에 실내 수영장을 비롯한 스포츠센터와 문화센터도 들어서 있다. 스포츠센터와 문화 프로그램이 지역 주민에게도 개방되고, 단지 내에는 어린이집도 있기 때문에 입주민과 인근 지역 주민들이 활발한 소통이 오간다.

삼성노블카운티 공식 블로그
삼성노블카운티 공식 블로그

 다음으로, '더클래식 500'은 건국대학교 산하 기업 건국 AMC가 2006년에 설립한 도심형 시니어 레지던스다. 40층과 50층 건물 2개 동으로 이뤄져 있으며, 이마트와 롯데백화점이 도보로 연결되는 구조이다. 건국대학교병원 교수진으로 구성된 전문 의료진이 맞춤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간호사가 24시간 상주하며 건강관리를 해주는데 호텔식 생활 서비스와 야외수영장, 스파&피트니스 시설을 갖춘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비용은 단일 평형으로 2인 기준 보증금 9억 원, 한 달 생활비 644만 원 수준이다.

 

 

앞으로 더 많아질 가능성은?

  쾌적한 환경에서 원스톱 관리를 받을 수 있는 시니어 레지던스는 풍족한 노후 생활을 원한다면 한 번쯤 꿈꿔볼 만하다. 그러나 폭증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따라주지 않는 상황인데 시니어 레지던스가 지닌 희소성은 사업 진출을 부추기게 하는 매력 요인이다. 2022년 기준 전국에 있는 시니어 레지던스는 총 39곳인데 2018년 35곳에서 겨우 4곳 늘어난 수준이다. 2022년 5월 부산의 VL라우어 청약 경쟁률은 최고 256 대 1, 평균 30 대 1을 기록했다.

 그동안 정부는 민간 차원의 시니어 레지던스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정부 정책도 거동이 불편하거나 특정 질병이 있는 노인에 주로 집중됐고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에는 노인복지주택용 부동산 취득세와 재산세를 25% 감면해 주는 것 전부였다. 일본이 시니어 레지던스를 활성화하기 위해 보조금과 세제 혜택, 사업비 100%까지 가능한 대출을 지원하는 것과 사뭇 비교된다. 이에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 촉진을 위한 정책이 하루빨리 추진돼 민간 공급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기존에는 시니어 레지던스 운영사가 소유한 채 임대만 허용하는 방식이었는데 정부는 지난 19일 시니어 레지던스 수요자가 주택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이는 사업자들의 자금 조달 부담을 줄여 사업자들이 좀 더 수월하게 시니어 레지던스를 조성할 수 있도록 한다. 이미 속도가 붙은 고령화는 노후 생활에 대한 관심을 높여, 새로운 시장의 문을 열어주기도 한다. 지금은 먼일처럼 보일지 몰라도, 결국 노후 생활은 누구에게나 찾아오기 마련인데 이와 함께 부상하는 시니어 레지던스 산업도 필연적인 것처럼 보인다. 실제 정부의 지원책까지 꿈틀대기 시작한 이 산업, 이제는 얼마나 더 커지느냐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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