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소비 급감 해결 위해 쌀 가공 산업 17조 시장으로 확대

 

1인당 하루 평균 1.5 공기 섭취에 불과

1인당 쌀 소비량이 30년 사이 반 토막 났다.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양곡소비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4kg으로 전년(56.7kg)보다 0.3kg(0.6%) 줄었다. 2019년 처음으로 60kg 아래로 떨어진 이후 매년 사상 최저치 기록을 세우고 있다. 1993(110.2kg)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이는 1963년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적은 양이다.

하루 3’, ‘한국인은 밥 심이란 말도 이젠 다 옛말이다. 쌀밥을 안 먹고 빵이나 면으로 대신하는 경우도 많아졌고, 다이어트로 끼니를 거르거나 다른 대체품으로 탄수화물을 채우는 경우가 많아졌다. 쌀이 주식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하루 평균 1.5 공기밖에 섭취하지 않는다. 이제는 쌀이 주식이라고 보기도 모호하다.

 

■ 왜 이렇게 쌀 소비량이 줄었을까?

코로나 19의 영향도 있다.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인해 학교, 직장 등에서의 단체 급식이 줄었고, 가정 내 식사가 늘어나면서 1인단 쌀 소비량이 크게 줄어들었다. 또한 대면 만남을 줄이면서 경조사를 챙기는 경우가 줄어들었고, 이에 떡 납품량이 감소한 것도 영향이 있다.

다음으로는 식생활의 변화이다. 매 끼니 쌀밥을 챙겼던 식습관에서 쌀밥을 대신해서 빵이나 면을 먹는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쌀 소비량이 줄어든 것이다. 다이어트를 위한 샐러드 가게, 통밀 빵, 오트밀 등 쌀밥을 대신할 수 있는 제품들이 늘어난 것도 쌀 소비 감소의 한 이유라고 볼 수 있다.

 

■ 쌀 소비 급감으로 쌀 가격 하락세, 소비자 입장에선 좋지 않을까?

쌀을 찾는 소비자는 줄고 있지만 쌀을 생산하는 비율을 거의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선 쌀이 과잉 공급되며 쌀 가격이 크게 하락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

쌀을 대신해서 먹는 빵, 면의 경우 밀가루로 생산하는데, 한국의 밀 자급률은 약 1%. 이 말은 나머지는 모두 수입 밀가루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 수확 불량, 운송 및 유통 비용 증가와 환율 변동 등의 문제로 밀가루 수입에 들이는 비용이 치솟으면, 밀가루 제품 생산 기업의 생산 비용 상승, 제품의 가격 상승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쌀 소비 감소, 쌀 초과 생산이 문제라면 농지를 줄이면 되는 것이 아닐까? 라고 질문을 던질 수도 있지만 이는 옳지 못한 생각이다. 농지는 식량 안보의 원천이고 우리 먹거리의 기본이 되는 아주 중요한 자산이다. 식량자급률은 나라의 전체 식량소비량 중 자국산 비율을 뜻한다.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지속적인 감소세로 2021년 기준 44.4%. 식량은 생존에 필수적인 것으로 식량안보를 위한 농지 확보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최대 밀 수출국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에서 수출이 줄자, 더욱 식량안보에 위협을 받은 사례가 있다.

 

■ 쌀 대신 쌀 가공식품의 확대

쌀밥의 수요는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쌀 가공식품을 찾는 소비자는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쌀 가공식품의 성장세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는 233차 쌀 가공산업 육성과 쌀 이용 촉진에 관한 기본 계획 (2024~2028)’을 내놨다. 쌀 가공식품시장 규모 17조원, 수출액 4억 달러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내건 이번 계획은 미래 유망품목 집중 육성, 국내외 수요기반 확대, 산업 성장기반 고도화 등의 3대 과제를 5년간 추진할 계획이다.

쌀 가공산업의 성장을 견인할 유망품목을 집중 육성한다. 이에는 가공 밥·, 도시락·김밥, 떡볶이, 냉동떡, 쌀증류주, 쌀음료, 쌀국수, 혼합면, 쌀빵, 쌀과자 등 10대 품목이 대상이다.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해 상품 다변화로 돌파구를 찾으며 쌀 가공식품 개발의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실제 지난해 사업체부문에서는 식료품 및 음료 제조업의 쌀 소비량이 2021년 대비 11235t() 증가한 691422t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 황성혁 농협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밥쌀용 쌀 소비는 감소하고 있지만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즉석밥, 도시락 등 가공용 쌀에 대한 1인당 소비량은 조금씩 늘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고 편리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제품이 개발된다면 쌀 소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 쌀 소비 문화 확산 '천원 아침밥'

쌀 소비 촉진과 수급 안정화를 위한 노력 중의 하나로 여러 대학에서 실시하고 있는 천원 아침밥정책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17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이 사업은 학생들에게 단 돈 1,000원으로 쌀밥, 찌개, 반찬 등이 제공되는 아침식사를 할 수 있게 한다.

이 정책은 학생들에게 양질의 아침식사를 제공해 아침식사 결식률을 줄이고, 아침식사 습관화와 쌀 소비문화 확산에 도움을 주고 있다. 아침식사를 거르는 것은 하루 평균 쌀 섭취량 감소에도 큰 영향을 주는 식습관으로, 이를 개선하고 장기적인 아침식사 습관을 들이게 하는 것은 쌀 소비를 촉진하는 방법 중에 하나이다.

전한영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쌀 공급과잉 구조를 완화하기 위해 앞으로도 쌀 소비 촉진을 위한 다각적인 정책을 발굴하고 홍보도 강화하겠다""천원의 아침밥 등 쌀 중심의 식습관 형성과 쌀 가공산업을 육성해 전후방 연관 산업의 동반성장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가루 쌀이 밀가루를 대신한다!

수입 밀 대체 효과가 큰 쌀빵·쌀국수·쌀과자 제품 개발과 시장 육성에도 주력한다. 이를 위해 가루 쌀을 사용 확대가 크게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가루 쌀을 밀가루로 대체하기 어려웠던 것은 바로 기존의 쌀은 가루로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들고, 또 가루로 만드는 과정에서 품질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가루 쌀은 이러한 단점을 개선한 새로운 종류의 쌀이다.

가루 쌀이 밀가루를 대체하게 되면 쌀의 수요가 늘면서 쌀 농지를 지키면서 쌀의 수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볼 수 있다. 현재 가루 쌀로 만들 수 있는 가공식품은 베이커리, 맥주, 아이스크림, 소시지, 어묵 등 다양하다. 국내산 가루 쌀로만 만든 건강한 디저트, 글루텐 프리 간식, 가루 쌀로 만든 라면 등이 있다.

 

해태제과는 지난해 10, 가루 쌀 바로미2’로 만든 오예스 위드미를 출시했다. 전량 수입 밀가루로 만들던 오예스에 국산 가루 쌀을 섞어 제조한 프리미엄 쌀 초코 케이크다. 국내 제과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가 개발한 가루 쌀 바로미2를 제품화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우리 땅에서 키운 신선한 원재료로 만든 건강한 초코케이크라며 우리 쌀 소비 활성화를 통해 많은 농민들과 상생하기 위해 가루 쌀을 활용한 더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히며 쌀 소비량 증가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밝혔다.

 

■ 글루텐 프리 가루 쌀,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

가루 쌀은 기존에 밀가루를 사용해서 만들던 음식 대다수를 대신할 수 있을 만큼 그 활용도가 높다. 심지어 쌀에는 글루텐이 없다. 글루텐은 곡물에 함유된 불용성 단백질로 일부 사람에게 소화 장애나 알레르기를 일으키는데, 밀가루에도 글루텐이 들어 있다. 글루텐 프리 식품이 세계적인 건강 먹거리로 인정받으면서 쌀 가공식품에 대한 관심도 늘었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원의 조사에 따르면 밀가루 대신 쌀, 가루 쌀을 선호하는 이유는 23.7%가 더 건강해서, 19.1%가 더 맛있어서, 15%는 글루텐이 없어서라고 제시되고 있을 만큼 건강한 먹거리를 위한 가루 쌀에 대한 사람들의 선호도도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가루 쌀에 대한 아쉬운 점으로 소비자의 75%가격이 비싸서라고 답했다. 그 예로 푸드림스의 '글루텐프리 제빵용 쌀가루 1kg'의 경우 8,800원이지만 백설의 '강력밀가루 1kg'은 약 2,500원 정도로 아직 쌀가루와 밀가루 간의 가격 차이는 심한 것으로 나타난다.

가루 쌀의 보편화를 위해 가격 조율이 된다면 수입에 의존하는 밀가루의 소비를 줄이고, 과잉 공급 문제를 겪고 있는 쌀 소비 하락을 해결할 수 있는 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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