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無)라벨 생수. 생수 겉면에 있는 비닐 라벨이 없이 플라스틱 용기로만 이루어진 생수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생수 업계의 무라벨 열풍은 2020년 1월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8.0 ECO’ 출시와 함께 시작됐다. ‘아이시스8.0 ECO’를 선두로 2021년 제주개발공사는 무라벨 ‘삼다수’, 농심은 무라벨 ‘백산수’를 연이어 출시함으로써 3대 생수 브랜드 모두가 무라벨 생수를 판매하게 되었다.

국내 생수 업계 1위 제주삼다수의 무라벨 매출은 전체 매출액의 약 40%를 처음으로 넘어서며 재작년 매출 기준 1400억 원을 달성했다. 또한,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8.0 ECO' 등의 무라벨 생수는 2022년 자체 생수 판매량의 51% 비중을 차지했다. 무라벨 생수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플라스틱 절감 효과도 함께 커지게 되었는데, 2021년 6월 무라벨 '제주삼다수 그린'을 출시한 뒤 3년간 플라스틱 약 2570t을 절감했다.

소비자들의 친환경 제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짐에 따라, 무라벨 생수는 빠르게 입지를 굳히게 되었다. 또한 2021년 투명 플라스틱 분리배출 의무화가 시행됨에 따라 라벨 분리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무라벨 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 온라인 판매 중심에서 소매 유통까지 판매 경로 늘어나

기존에 무라벨 생수는 제품명, 유통기한, 수원지 등 11개 항목의 제품 정보를 여러 개 페트병을 묶는 포장 겉면에 표시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묶음 판매만 가능했다. 낱개 제품은 제품 정보를 용기에 라벨로 부착해야 했으나 '먹는샘물 등의 기준과 규격 표시 기준 고시'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QR코드를 이용해 제품 정보를 제공하면 무라벨 낱개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필수 정보는 용기 몸통 또는 병마개에 표시하고, 기타 정보는 제품에 인쇄한 QR코드를 이용해 제공하는 방식이다. 무라벨 생수의 낱개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오프라인 판매 역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2026년까지 생수 무라벨 의무화... 생수 업계는 규제 적용 중

환경부는 2026년 1월 1일부터 생수 제품을 무라벨 제품으로 모두 전환하도록 하는 내용의 '먹는샘물의 기준과 규격 및 표시 기준'을 행정 예고했다. 낱개 생수의 경우 QR코드를 용기나 병마개에 표기해 제품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하고 비닐 라벨은 모두 없애도록 했다. 묶음 포장 제품의 경우 현재처럼 무라벨 생수 제품의 표기를 묶음 포장의 비닐 손잡이에만 제품 정보를 넣어야 한다. 이에 따라 제주개발공사는 작년 8월 업계 최초로 QR코드를 도입한 무라벨 제품 ‘제주삼다수 그린’을 출시했다. 여타 생수 브랜드들 역시 규제 기준에 부합하게 낱개 판매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 무라벨 생수 이어 무라벨 음료 출시

무라벨 열풍에 맞춰 음료업계 역시 무라벨 음료를 출시하고 있다. 이미 탄산수, 콜라, 차, 맥주까지 다양한 종류의 무라벨 음료가 출시되어 판매 중이다. 그러나 마트나 일반 음식점에서 무라벨 음료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무라벨 생수와 마찬가지로 무라벨 음료 역시 박스 형태의 묶음 판매 형태로 이루어지며 온라인 판매가 주가 되고 있다. 병마개와 QR코드를 활용해 낱개 판매가 가능해진 무라벨 생수와 달리, 음료업계는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한 상황이다. 자체 설문조사 결과 무라벨 생수를 구매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는 76.7%인 반면, 무라벨 음료를 구매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는 37.2%였다. 무라벨 음료가 무라벨 생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편화가 덜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직접 특정 브랜드의 무라벨 음료를 찾는 소비자가 아니라면, 무라벨 음료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라벨 생수와 같은 방법으로 무라벨 음료의 오프라인 낱개 판매가 진행된다면 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무라벨 음료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