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ES2024 홍보사진/CES 공식 홈페이지
사진=CES2024 홍보사진/CES 공식 홈페이지

지난 9~1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4에 많은 국내외 대기업들이 메타버스를 주제로 한 제품을 선보였다. 메타버스란 가상,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 우주라는 뜻의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을 뛰어넘는 가상 현실을 의미한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ZOOM’과 같은 비대면 회의가 활발해지며, 물리적 공간을 뛰어넘는 메타버스는 미래 산업으로 주목받았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물리적 이동이 가능해지며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줄 알았으나 CES2024에 출시된 다양한 메타버스 기기들은 진정한 의미의 메타버스를 실현시킬 수 있는 기술이 발전되어 왔음을 시사한다. 기술이 점차 발전함에 따라 메타버스가 다시 미래 산업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메타버스를 향한 우려 또한 적지 않다.

메타버스 아바타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

영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일(현지시간), 10대 소녀가 VR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낯선 사람들에게 집단 성추행을 당해 당국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직접적인 피해를 당한 것은 아니나, 가상현실에 몰입한 만큼 정신적 피해는 직접 피해에 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범죄가 발생했다. 작년 3월 16일, 일산동부경찰서는 네이버에서 운영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11살 소녀를 대상으로 그루밍 성범죄를 저지른 A씨(38)에 대해 아동청소년성보호에 관한 법률·아동복지법 위반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처벌 규정은 미비

하지만, 실질적인 처벌은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오지원 변호사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관해 설명하며 “아동성착취물은 아동, 청소년 또는 아동이나 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메타버스 내의 아바타가 사용자를 대신하는 하나의 인격체로 여겨지긴 하나, 동일 인격체로 보기에는 현행법상 어렵다는 의견이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국회 또한 다양한 법안을 발의 중에 있다. 예시로, 22년 5월, 민형배 의원이 대표발의한 성폭력처벌법개정안에 따르면 처벌 범위에는 다른 아바타의 생식기나 구강 등에 넣는 것을 포함한다. 하지만 이는 아바타에 대한 이해가 없이 보여주기식 발의라는 비판이 거세다. 제페토에서 사용하는 아바타의 경우 생식기가 구현되지 않았을 뿐더러, 기본 세팅부터 옷을 입고 있어 노출이 불가능하다. 즉,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메타버스에서 일어나는 범죄에 대해 예방 및 처벌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시점에서 기술발전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거세다.

한편 이번 CES2024에서 ‘롯데정보통신’은 쇼핑, 엔터테인먼트, 커뮤니티 등을 극사실적인 비주얼과 독창적인 인터랙티브 기술을 접목해 만든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를 선보였다. 프랑스 기업 ‘소셜드림’은 정신건강에 초점을 맞춰 VR 헬멧 내부에서 냄새를 맡고, 맛을 보고, 영상을 시청하며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는 기능을 내놓았으며, CES 최고 혁신상을 수상한 미국 제조사 ‘어퍼런스’는 직접 만지지 않아도 신경계 자극을 통해 만진 것 같은 감각을 전달하는 웨어러블 기기, ‘팬텀’을 내놓았다. 기술 발전이 진정한 메타버스의 실현을 점차 가능하게 하는 만큼 예상되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하루빨리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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