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가 대세이다. 이는 우리 모두가 체감하고 있는 요즘 마케팅의 민낯이다. 우리가 말하는 콘텐츠, 즉 마케터들이 쫓고 있는 콘텐츠란 무엇인가? 우리가 콘텐츠라고 주목하는 것들을 보면 보통 B급 영상, 인플루언서의 숏폼, 캐릭터 마케팅, 브랜드 세계관 등 제품과 서비스는 어디 두고 이야기로 점철된 것이 대부분이다. 디지털이 시장 점유(Market Share)가 아닌 시간 점유(Time Share)를 지향하는 생태계인 만큼, 이는 변화에 대응하려는 뉴노멀 마케팅의 접근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케터는 매출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디지털의 한 쪽에서는 퍼포먼스에 기인한 세일즈형 광고가 성행한다. 이런 연유로 많은 소비자들은 모바일 화면을 끊임없이 침투하는 푸시형 광고에 눈살을 찌푸리며 스킵(Skip)을 누른다.

 

 

이러한 마케팅 방식은 매체 소비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나온다. 소비자들은 쇼핑을 하고 싶을 때 이커머스에 들어가서 상품들을 살피지만, 평소에는 영상을 보고, 음악을 듣고, 지인들과 소통하며 디지털 라이프를 즐기고 싶어한다. 디지털이 매체로밖에 보이지 않는 마케터들은 무엇이 되었든 저비용 고효율으로 소비자에게 접근할 틈새를 노리는 자세를 취한다. 소비자의 모바일 행태를 잘 이해하면 언제 유희형 콘텐츠를 내보내고 언제 구매형 정보를 내보내야 할지 답이 나오는 데도 말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콘텐츠’이거나 ‘정보’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콘텐츠도 아니고 정보도 아닌 ‘푸시형 광고’들이 떠돌아 다닌다.

 

 

유희형 콘텐츠들은 기존에 보아 왔던 제품 중심의 마케팅과 사뭇 달라 재미로 시선을 사로 잡는다. 그 중 소비자에게 신박함을 인정받은 첫 도전자만이 고객의 관심 속에 판매로 연결되는 행운을 거머 쥔다. 소비자들이 후발주자에는 금세 식상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짝퉁에게는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시선을 오래 두지도 않는다. 이처럼 많은 마케터에게 콘텐츠는 일단 어렵다. 본인이 제작자도 아니고 크리에이터도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은 이런 유희성 콘텐츠가 아닌, 소비자의 필요를 요하는 정보성 콘텐츠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그리고 나의 이야기를 도울 기업을 소개한다. 바로 ‘와디즈(wadiz)’이다.

 

 

와디즈는 어떤 플랫폼인가?

 

와디즈는 우리나라 최초의 펀딩 플랫폼이다. 최근 그들은 ‘라이프디자인 펀딩 플랫폼’이라는 규정 하에 비즈니스의 방향성을 진화시키는 중이다. 라이프디자인 펀딩이라니. 다소 생소한 느낌이다. 도대체 와디즈는 무엇을 파는 기업일까?

 

와디즈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종합 D2C(Direct to Customer) 플랫폼을 지향한다. 그 만큼, 펀딩을 통해 누구나 판매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자 한다. 보통 펀딩 프로젝트는 사전 예약의 특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안정적으로 수요를 예측하면서 재고 없이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장점을 갖는다. 또한, 펀딩 참여율을 보면서 소비자 반응을 미리 볼 수 있어서 시제품의 테스트 베드(Test Bed)로 활용하기에도 유용하다. 필요한 후원금을 목표 금액으로 설정하고 서포터들의 펀딩 참여를 통해 목표 금액이 되었을 때 제작과 판매가 진행되므로, 기업은 와디즈 펀딩을 통해 제품의 가능성을 본 팬들과 호흡하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그렇다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업 구조적으로는 안전한 모양새이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소 불편함이 따른다. 소비자는 자신이 펀딩한 제품이 성공해서 제작과 판매를 하기까지 기다림의 시간을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30분만에 2억 완판’ 신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와디즈를 통해 펀딩에 참여하는 고객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펀딩에 이해도가 높은 고객들은 좋은 제품이라면 언제든지 펀딩할 준비가 되어 있다. 따라서, 여기에만 있는 특별한 제품’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이는 모든 플랫폼이 갖춰야 할 독보적 자원(Originality)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들의 핵심 역량은 MD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제품이 독특하지 않더라도 제품의 특장점을 특별하게 만드는 ‘보여주는(Conspicuous) 판매 방식’이 관건이다.

 

 

보여주는 디지털 판매 방식

 

이들은 제품 판매 전문가이다. 와디즈가 제품을 잘 판매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은 ‘얼마나 잘 보여줄 수 있는가?’이다. 몇 년 전 봇물처럼 등장한 미디어 커머스 기업처럼, 이들이 디지털에서 물건을 파는 방식은 조금 다르다. 이들의 물건 판매 방식을 미디어 커머스 대표회사인 블랭크 코퍼레이션(Blank Corporation)의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블랭크 코퍼레이션은 SNS를 기반으로 제품 특징을 담은 영상과 구매 링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미디어와 커머스를 결합하며 한때 유통시장의 패러다임을 흔들었다. 대표적으로 성공한 제품이 ‘마약 베개’와 ‘퓨어썸 샤워기’이다. 이 회사가 판매를 만드는 전략은 ‘공감’과 ‘소통’이며, 이를 위해 ‘콘텐츠’를 수단으로 활용한다. 이들은 제품의 장점을 나열하지 않는다. 우리 제품이 정말 좋다”는 점을 설득하기 위해 임팩트 있는 영상을 만든다. 푹신함을 강조하기 위해 계란을 밟아도 안 깨지는 베개 영상이나, 한강물도 이 샤워 필터를 거치면 깨끗해진다는 실험 영상 등을 통해 사용 전과 후가 확실히 다른 장면을 보여주며 ‘눈에 바로 보이는 설득’을 지향한다. 눈으로 확인 가능한 이들의 콘텐츠는 소비자의 공감과 소통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설득의 수단이다.

 

[ 블랭크 코퍼레이션 히트 상품 : 마약베개, 퓨어썸 샤워기 ]
[ 블랭크 코퍼레이션 히트 상품 : 마약베개, 퓨어썸 샤워기 ]

이들은 왜 이런 방식을 택한 걸까? 독특한 영상으로 소비자의 시선을 강탈해서 스킵을 방지하고 어떻게든 보게 하려고? 그것도 맞긴 하다. 하지만 그들의 노림수는 따로 있다. 와디즈가 ‘라이프디자인 펀딩’을 주창하는 맥락도 이와 같다.

 

 

디지털에서 제품을 체험시키는 기술

 

디지털 세상이 열리며 쇼핑에도 크게 두 가지 길이 생겼다. 목적형 쇼핑과 탐색형 쇼핑. 목적형 쇼핑은 보통 이커머스 사이트로 들어가서 원하는 상품을 검색하고 비교 검색을 통해 구매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기에 제품 및 가격 비교가 관건이며, 소비자는 기업 정보보다 소비자 정보에 더 높은 신뢰도를 보인다. 이에 비해, 탐색형 쇼핑은 놀면서 구매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시선을 끌어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최근 탐색형 쇼핑에서 브랜드가 강조되고 있는 이유이다. 이처럼, 목적형 쇼핑은 이성적 문제해결 과정을 거치는 데 비해, 탐색형 쇼핑은 감성적 충동구매의 성향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와디즈는 이 중 탐색형 쇼핑을 공략한다. 하지만 이들의 접근은 조금 독특하다. 형태는 목적형 쇼핑처럼 보이지만, 펀딩이라는 행위를 붙여 탐색의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그리고 탐색의 가능성을 올리기 위해 ‘제품에 기반한 브랜딩’을 시도하며 가치를 끌어올린다. 이들이 공략하는 것은 ‘소비자가 원하는 진짜 정보’를 주는 것이다. 단순히 제품에 스토리를 붙여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를 대신한 체험’을 전달하는 것이다. 생각해 봐라. 소비자가 어떻게 디지털에서 물건을 사는지를. 광고에서 주장하는 정보는 못 믿겠으니, ‘내가 검증할 수 있도록 눈으로 확인시켜 주든가’, ‘경험해 봤던 사람이 강력 추천을 하든가’가 아니겠는가. 이들이 소비자를 사로잡는 비법은 ‘간접 체험형 정보’의 제공이다.

 

 

제품 시각화 : 제품을 콘텐츠로 만드는 비법

 

이들은 간접 체험형 정보를 지루하지 않게 제시하며 놀면서도 눈에 띄도록 콘텐츠로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고 실험하는 중이다. 이는 브랜딩을 통해 판매를 올려야 하는 마케터라면 꼭 알아야 하는 기법이다.

 

이들 역시 제품을 콘텐츠로 만드는데 ‘스토리’를 활용한다. 스토리는 가장 가성비가 좋은 판매 수단이다. 단, 여기서의 스토리는 ‘브랜드형’이 아닌 ‘제품형’이다. 제품을 둘러싼 모든 요소들이 스토리의 소스로 활용된다. 제품의 매력 요소, 제조한 장인 이야기, 특허 기술, 사용 혜택, 새소식 등 우리 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에 집중해서 커뮤니케이션 소재를 개발한다. 그리고 이를 어떻게 시각적으로 드러낼지를 고민한다.

 

이들은 제품 선정부터 명확하게 그려지는 제품을 선택하여 기획한다. 그리고 와디즈 펀딩, 자사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홈쇼핑 등 매체 특성에 맞는 보여주기 방식을 개발한다. 이때는 소비자의 검색량을 분석해서, 제품 특성과 연결되는 트렌드 니즈에 어필하도록 제품 콘셉트를 잡고 콘텐츠 스토리를 개발한다. 이들의 ‘제품 시각화(Product Visualization)’가 극에 달하는 순간이다.

 

어떤 포인트를 어떻게 드라마틱하게 연출할 것인가? 이들은 제품의 특장점을 잘 보이게 하기 위해 반드시 소비자 관점에서 시각화 아이디어를 찾는다. 소재의 배합으로 기존에 없던 상품 구성을 만들거나(극세사+면100수 소재의 배합), 패키지보다 제형이나 질감을 잘 표현해서 마치 직접 경험하는 듯한 느낌을 주거나, 특허나 장인을 등장시켜 제품이 만들어지는 공정의 품질을 상상하게 한다. 꼭 최저가가 아니더라도 가성비 있는 제품으로만 보여도 성공이다. 제품력은 기본이지만 결국 소비자의 감각과 인식과의 싸움이다. 제품에 부착된 ‘구매의 가치’가 결국 긴 구매의 시간을 기다리게 하며 이들을 팬으로 만들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 박홍근 홈패션(2021) : 9만원대 이불 런칭으로 2억 펀딩액 달성 ] *그림: 와디즈 홈페이지
[ 박홍근 홈패션(2021) : 9만원대 이불 런칭으로 2억 펀딩액 달성 ] *그림: 와디즈 홈페이지
[ 제주도산 돼지 바비큐 몽다리(2019) : 1천명을 사로 잡으며 1361% 펀딩 달성 ] *그림: 와디즈 홈페이지
[ 제주도산 돼지 바비큐 몽다리(2019) : 1천명을 사로 잡으며 1361% 펀딩 달성 ] *그림: 와디즈 홈페이지

 

마치 광고 크리에이티브 개발처럼

 

이들이 하는 제품 시각화의 방법을 보니, 마치 광고 크리에이티브를 개발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광고 크리에이티브 역시 광고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이라는 오감을 활용하여 각종 이미지와 영상과 카피로 소비자를 공략할 솔루션을 준비한다. 이때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시각적 정보처리이다. 디지털에서는 후각, 미각, 촉각을 경험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많은 자극이 시각과 청각으로 몰린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오감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오감을 어떻게 해석하게 만들 것이냐’ 라는 기획이다. 오감을 해석한다는 게 뭘까?

 

이를 광고 프로세스에 빗대어 이해해 보자. 광고를 만들기 위해 설계해야 하는 두 가지 기둥이 있다. 한 가지의 기둥은 ‘메시지’이고, 다른 한 가지는 ‘표현 방식’이다. 먼저, 무엇을 말할 것인가의(what to say) 메시지 콘셉트가 있어야 하고, 그 다음에 이를 어떻게 말할 것인가(how to say)의 크리에이티브 콘셉트가 있어야 한다. 쉬운 예로, 에이스 침대의 유명한 광고 사례를 들어보겠다. 당시 에이스침대의 광고 목표는 1990년대 침대시장의 주 소비층으로 부상한 중산층에게 에이스침대를 차별적으로 알리는 것이었다. 이들은 ‘침대는 온몸이 온전히 닿는 유일한 가구이므로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라는 크리에이티브 콘셉트를 찾아냈다. 침대를 과학에 비유하는 인사이트’를 통해 침대를 느끼는 오감이 새롭게 해석되었다. 제품의 시각화도 이와 같은 원리에 따른다.

 

 

이제는 판매도 디자인이 필요하다

 

앞서 와디즈가 ‘라이프디자인 펀딩 플랫폼’을 지향한다고 했다. 왜 라이프 디자인이겠는가? 멋진 그림을 보여주는 것만이 라이프 디자인 기업이 할 일이 아니다. 제품을 바라보는 안목과 정교한 스타일을 통해 내가 구현하고 싶은 라이프스타일의 삶을 채워 나가게 도와주는 것도 라이프 디자인 기업이 해야 할 일이다. 제품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취향을 디테일하게 그려내는 방식 또한 또 다른 브랜딩의 접근이다.

 

과거에는 USP(Unique Selling Point)의 메시지 하나로 판매의 설득을 시도했지만, 디지털에서는 도드라지게 체감할 수 있도록 소비자의 결핍과 욕구를 감각적으로 시각화 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이 고도화될수록 제품의 기능과 속성을 넘어 제품의 경험에 시선을 맞추고 감각의 상상력을 극대화해보는 노력이 더욱 필요해질 것이다. 이것이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결국 마케터는 소비자를 바라보는 ‘망원경’과 ‘현미경’의 두 가지 도구를 잘 다뤄야 하는 것을. 우리가 와디즈에게 배워야 할 것은 소비자 심리로 판매를 디자인하는 현미경의 기술이라는 것을.

 

※ 본 기고문은 한국마케팅협회 디지털마케팅 CEO과정 22기 교육내용을 바탕으로 저자의 의견을 담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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