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대비 가치가 중요해진 분초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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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의 변화 속도는 '빠름' 그 자체이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출간한 '트렌드 코리아 2024'의 키워드 중 하나는 '분초 사회'이다. 가성비‧가심비 소비문화를 지나 시간 대비 가치를 중시하는 '시성비(시간+가성비)'가 떠오른 것이다.

왜 시성비가 중요해진 것일까? 돈을 아끼는 것이 중요했던 소유 경제에서 경험 경제로 경제의 패러다임이 넘어가면서 시간이 돈만큼 중요한 자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비싼 소유물을 과시하는 것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좋은 물건보다 외식·공연·여행 등의 핫플레이스를 자랑하고 SNS를 통해 업로드하는 시대로 변했다. 이러한 일들은 모두 시간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시간을 가치있게 보내는 것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당연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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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성비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까? 바로 시간의 압축이다. 영상 콘텐츠를 시청할 경우 빨리 감기로 시청하거나 배속 시청을 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LG유플러스에 따르면 자사 VOD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열 명 중 네 명(39%)이 표준 속도보다 빠른 배속으로 영상을 시청한다고 한다. 심지어 열 명 중 세 명(29%)은 2배속 이상으로 시청했다.

엠브레인 트렌드 모니터가 지난 7월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영상 콘텐츠 빨리 가기 시청 습관 관련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9.7%가 요약 영상을 본다고 응답했다. 또 본래의 영상 속도를 답답하게 느낀다는 비율의 경우 20대 31.5%, 30대 27.6% 등으로 확인됐다.

시간을 중첩해서 사용하는 행동도 자주 관찰된다. 카페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노트북으로 주 작업을 하면서 옆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거치해 놓고 N개의 스크린을 동시에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도 하다.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시간을 아끼는 시성비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햇반 잡곡밥’을 리뉴얼 출시했다. 가정에서 직접 잡곡밥을 지을 경우에는 종류별로 따로 불린 후 밥을 지어야 해 조리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이 햇반 잡곡밥은 전자레인지 2분이면 조리가 완성된다.

카카오스타일의 커머스 플랫폼 '지그재그'는 지난 9월 AI 기반 이미지 검색 서비스 '직잭렌즈'를 선보였다. 직잭렌즈는 이용자가 촬영한 이미지를 선택하면 AI가 카테고리, 색상, 패턴, 넥 라인 등 이미지 속 상세한 요소들을 분석해 유사한 상품을 이용자에게 추천하는 매칭 서비스다. 검색 기술을 토대로 원하는 상품을 빠르게 탐색할 수 있다.

이처럼 현대사회에서 시간 대비 효율을 중요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반영한 서비스가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분초사회로 변화하는 시점에서도 시간을 쪼개 쓸수록 우리가 무엇인가에 오래 집중할 수 있는 능력, 시간의 질을 관리하는 능력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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