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모으고 머물게 하는 공간의 힘

작은 개인의 블로그부터 거대한 메타버스에 이르기까지 가상공간의 영향력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가상공간의 비약적 발전으로 현실 공간이 소멸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오히려 가상의 영토가 넓어질수록 실제 공간의 역할도 중요해진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공간이 우리에게 전달하는 힘은 강력하다2023년 새로운 트렌드 키워드로 떠오른 공간이 가진 힘, 공간력은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획기적으로 공간을 배치한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은 202111월 개관 이후 하루 평균 3000여 명이 방문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반가사유상은 133평이라는 넓은 방에 유리 벽을 없애고 360도 관람이 가능하도록 하여 벽과 바닥, 천장, 불상 등이 전시의 일부처럼 보이는 공간의 힘을 잘 활용한 사례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방/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방/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에서 앓 수 있듯 공간의 힘은 강력하다. 공간은 사람을 이끌고, 머물게 하고, 느끼게 한다.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는 사람을 모으고 머물게 하는 공간의 힘을 공간력이라고 정의한다.

공간력은 공간 자체의 힘으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인력, 가상의 공간과 연계되어 효율성을 강화하는 연계력, 메타버스와 융합을 통해 그 지평을 넓히는 확장력의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인력, 사람을 이끌고 머물게 하는 힘

공간의 인력이란 만유인력처럼 공간 자체의 힘으로 사람을 끌어들이고 그 안에 머물게 하는 힘이다. 실제 공간은 가상공간으로는 대체될 수 없는 고유한 장점이 있다. 실제 매장에서 스스로 거닐고 둘러볼 수 있는 둘러보기’, 상품을 만지고 냄새 맡는 등 오감으로 느끼는 감각적 쇼핑’, 직접 직원의 도움도 받을 수 있는 인적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공간의 인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여러 전략이 필요하다.

소매유통 입지에 관한 이론 중 중력 모델에서 점포의 크기가 클수록 더 많은 고객을 유인할 수 있고, 거리가 멀수록 점포의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설명한다. 중력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거리 단축을 통해 소형매장으로 고객에게 더 가까이 접근하거나, 대형매장으로써 보다 많은 고객의 방문을 유도하는 방법이 각각 이뤄지고 있으며 두 형태의 장점을 모두 가져갈 수 있는 이원하 방식이 향후 트렌드로 나타날 전망이다. 또한 재화와 서비스가 범람하는 시대에 비즈니스를 차별하기 위해서는 판매자는 연출가가 되어 소비자가 추억할 만한 경험을 제공하고 놀라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현대의 상업 공간은 사회적 교류의 장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취향이 비슷하거나 같은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으로 발전하고 있다. 브랜드의 공간은 고객의 체험을 통해 사회적 교류의 장이 되고, 능동적 참여의 경험을 이끌어내 관계가 된다. 파편화되는 나노 사회의 흐름 가운데 연결의 가치를 강화할 수 있는 수단으로 교류와 공감의 중요성은 매우 커지고 있다.

성수 샤넬 팝업스토어/이랜드
성수 샤넬 팝업스토어/이랜드

 


연계력, 가상과 현실을 연결하는 힘

이제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간은 각각이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써 존재한다. 현실 공간은 디지털 기술과 결합을 통해 온라인과 연계되어 매우 빠르게 편리해졌다. -오프 블랜딩 전략을 통해 피지털(물리적 공간을 의미하는 피지컬과 디지털의 합성어) 매장에서 고객에게 주어지는 편익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오늘날 전자상거래 업계에서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기술을 토대로 한 개인화 추천 서비스는 필수가 되었다. 나아가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온라인의 논리와 기술이 도입되어 개인화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도 첨단 기술이 적용되어 인공지능이 상품을 추천하고, 피팅룸이 세팅되고, 피팅룸 안에서 상품 추가나 사이즈 교환 등을 요청을 하기도 한다.

오프라인 매장은 고객 행동을 정밀하게 분석하기에 매우 좋은 기회의 장이다. 기업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비즈니스 모델화하고 있다. 매장 공간에 IT제품을 접목시켜 일종의 프레젠테이션 센터로 활용하여 고객이 진열대 앞에 서 있는 시간, 진열대를 그냥 지나친 고객, 고객에게 제품을 설명하는 직원의 모습 같은 데이터들을 축적하고 있다. 기업과 브랜드들은 매장에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소비자의 행동을 수집하여 정교한 통찰을 통해 쇼핑 개선에 활용합니다. 이러한 서비스를 리테일이라고 지칭한다.


확장력, 메타버스에 적용되는 공간의 힘

최근 공간 개념이 단순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이분법을 넘어 현실 세계의 재반영인 제3의 공간, 메타버스로 확장되고 있다. 공간 경험을 메타버스로 확장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 방법은 메타버스에 가상현실 매장을 개설해 현실의 오프라인 매장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다. 현대백화점 VR 판교 랜드는 스마트폰을 통해 매장을 360도로 둘러볼 수 있는 VR 백화점이다. 모바일에 현장을 그대로 담아 실제로 백화점을 걷고 있는 기분을 고객들에게 제공한다. 패션, 음악, 스포츠 등 다양한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메타버스로 진출하고 있으며 증강현실 기술 적용도 점차 일반화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공간으로의 이동을 위축시키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현실 공간의 활동에 대한 동경을 매우 크게 만들어 놓았다. 코로나19가 종식됨에 따라 억눌려왔던 소비 욕구가 다시 반동 중이며, 현실 공간이 주는 오감 체험과 현장감에 대한 욕구 또한 함께 증가하고 있다. 공간은 단순히 브랜드와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그 가치를 한층 높일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매체이다. 자신의 매장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마케팅 활동을 펼쳐나갈 수 있다. 근래 백화점과 테마파크는 현대인에게 환상적 즐거움을 안겨주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규모가 크고, 랜드마크의 역할도 수행한다. 다양한 공간적 장치를 통해 현실이 아닌 곳에 와 있는 듯한 환상감을 창조하는 셈이다. 공간이 공간만의 힘을 갖추면 고객은 자연스럽게 방문하게 되어 있다. 디지털 시대에 브랜드 가치를 알리고 고객과 소통하는 미디어로써 현실 공간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공간의 잠재적이고 실제적인 힘을 헤아려 보며 현실 공간이 갖는 장점들을 올바르게 활용하는 것이 엔데믹 시대의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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