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카메라를 다시 찾는 이유

 

Y2K에 스며드는 MZ세대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는 이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기존 기성세대는 사진을 소유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둬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하고, 이를 인화해 소지하곤 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도래하고 난 뒤로 사진의 희소성이 줄었다. 사진을 인화할 필요 없이 여러 번 촬영하고 삭제하는 게 비교적 쉬워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필름 카메라, 디지털카메라 그리고 캠코더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바로 유행은 돌고 돌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Y2K가 다시금 유행하면서 예전에 쓰이던 패션과 물품이 소환되고 있다. Y2K는 Year(연도)의 Y, 숫자 2, 1,000을 뜻하는 Kilo의 합성어로, 2000년대 세기말 감성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이 세대를 경험해 보지 못한 이들도 SNS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하고 있다.

이로써 여러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레트로 마케팅이 등장했다. 레트로 마케팅이란, 소비자의 향수를 자극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즉, 과거의 제품 등을 현대 소비자에게 맞게 재해석하는 것이다. 여기 레트로 마케팅을 활용한 카메라가 있다.

 

아날로그 감성, 필름 카메라

코닥 필름 카메라 / 카카오톡
코닥 필름 카메라 / 카카오톡

 

오늘날 스마트폰 촬영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필름 카메라.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선명한 화질이 아닌 특유의 바랜 색감을 지닌다. 또한 사진을 촬영 직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스마트폰과 차이가 있다. 필름 카메라는 정해진 필름의 수량을 다 쓰면 사진관에 가져가 현상 및 인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실물 사진을 접하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게 필름 카메라의 매력이다. 초점과 손 떨림의 유무 역시 나중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용자들은 인화된 사진을 보며 촬영 당시를 회상할 수 있다.

 

필름 카메라 앱 Dazz / App Store
필름 카메라 앱 Dazz / App Store

 

그러나 급증한 필름 카메라의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필름 값이 인상됐다. 2023년을 기준으로 필름 한 롤의 가격은 약 18,000원이며, 인화까지 포함하면 5만 원 정도 드는 셈이다. 이에 소비자는 필름 카메라 앱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앱을 통해서도 필름 카메라 특유의 색감과 화질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인화 과정 없이 사진을 바로 확인할 수 있어 과거와 현재의 촬영 기법이 결합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필름 카메라 앱 ‘Dazz’는 각자 다른 느낌을 선사하는 필름을 종류별로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사진 측면에 촬영 날짜까지 기재되어 있어 많은 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디지털카메라의 부활

카메라 이미지 / Pixabay
카메라 이미지 / Pixabay

 

오래전 유행했던 디지털카메라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지난 1월 걸그룹 ‘뉴진스’가 발표한 ‘Ditto’의 뮤직비디오가 주목받으면서 관심이 되살아났다. ‘뉴진스’가 캠코더로 과거 학창 시절의 모습을 촬영하는 장면이 많은 이들의 향수를 자극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젊은 층은 뮤직비디오의 장면을 디지털카메라로 패러디했다. 결과물의 뿌연 화질이 감성이라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실제로 올해 초, 소비자들은 빈티지 디카 매장에 줄을 서서 카메라를 구입하기도 했다.

 

미니카메라 / 카카오톡
미니카메라 / 카카오톡

 

사그라들지 않는 디지털카메라의 인기로, 미니카메라도 출시되었다. ‘디토(Ditto) 감성 카메라’로도 불리는 이 카메라는 디지털카메라와 비슷한 기능을 한다. SD카드를 꽂은 채로 촬영한 사진은 컴퓨터로 옮겨 받을 수 있다. 또한 카메라에서 제공되는 스티커를 이용해 사용자의 개성대로 촬영이 가능하다. 즉, 현대 촬영 기법이 가미된 것이다. 이는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약 1,382건의 선물 후기를 자랑하며 소비자의 인기를 끌었다.

 

유행 따라가는 레트로 마케팅

필름 카메라 앱과 미니카메라는 레트로 마케팅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옛 감성을 그리워하는 이들을 위해 카메라를 오늘날의 버전으로 재탄생시켰기 때문이다. 전자의 경우 스마트폰과 접목했고, 후자는 현대의 사진 효과 기법과 손잡았다. 이와 같은 레트로 마케팅은 기성세대에겐 추억과 그리움을, 신세대에게는 신선함과 새로움을 제공한다. 그러나 복고의 유행에만 치중하면 다소 지루하고 촌스러울 수 있기에 자사의 정체성도 고려해야 한다. 앞으로 여러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레트로 마케팅 사례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소비자평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