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높아지는 주문 진입장벽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인스타 감성


 요즘 식당이나 카페에서는 외국어로 된 간판과 메뉴판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인스타그램에서 외국 분위기를 내는 곳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며 등장하게 됐다. 따라서 젊은 층이 현지식당에 방문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면서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한 장소로 많이 찾는다. ‘인스타그래머블’이란 SNS인 인스타그램(Instagram)과 -할 수 있는(-able)의 합성어로,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이라는 뜻이다. MZ세대에게는 트렌디하고 예쁜 곳에 가서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주위를 둘러보면 흔히 말하는 ‘인생샷’을 건지기 위해 사진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식당과 카페가 ‘인스타 감성’이라는 트렌드를 잘 파악해 컨셉에 맞게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외국어 간판과 메뉴판에 눈살을 찌푸리는 이들도 있다.

 

외국어로 표기된 메뉴판과 간판


카페 메뉴판 / 업체 등록 사진
카페 메뉴판 / 업체 등록 사진

 

 바로 주문의 진입장벽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가게의 컨셉에 과도하게 집중한 나머지 메뉴판의 본질적인 역할이 흐려졌다. 영어로 된 메뉴판에 한글로 부가 설명이 표기되지 않아 이 메뉴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한 카페의 메뉴판에 'M.S.G.R'라는 항목이 있었다. 가격을 제외하고는 추가적인 내용이 없어 많은 이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메뉴 'M.S.G.R'는 미숫가루의 영어 자음을 따서 만든 이름이었다. 이에 사람들은 ‘중장년층과 노년층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식당 간판 / 업체 등록 사진
식당 간판 / 업체 등록 사진
식당 간판 / 업체 등록 사진
식당 간판 / 업체 등록 사진

 

 이와 같은 주문의 진입장벽은 비단 메뉴판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점주들은 가게의 간판에도 외국어만 기재해 소비자의 혼돈을 초래했다. 실제 외국어 간판을 보면 일어의 경우 한글이 아닌 영어를 추가해 부가적인 설명을 도왔고, 영어의 경우 작게나마 한글로도 표기되어 있지 않았다. 이에 외국어에 친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은 ‘궁금하지만, 거리감이 느껴져 들어가지 못한다’고 밝혔다. 더하여, 미리 가게 외관을 찾아보고 가지 않는 이상 근처에서 헤매기도 하는 것이다.

 

옥외광고물법


 그렇다면 이에 대한 법적 규제는 없을까? 사실 있다. 옥외광고물법 제12조 일반적인 표시 방법에 따르면, ‘광고물의 문자는 원칙적으로 한글 맞춤법,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및 외래어 표기법 등에 맞춰 한글로 표시해야 하며, 외국 문자로 표기할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한글과 병기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옥외광고물 시행령 제5조에 따르면 ‘면적이 5㎡ 이상이면서 4층 이상에 설치될 경우’에만 법이 적용된다. 따라서 모든 외국어 간판을 사용하는 가게를 규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가게 내부에 있는 메뉴판은 옥외광고물법의 적용 범위에 들지 않는다. 즉, 앞서 언급된 사례들이 실질적으로 제재 및 처벌받기는 어렵다.

 외국어 표기에 대한 제재가 어려운 시점에서 점주들은 간판과 메뉴판의 본질적인 목적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모두가 어려움 없이 주문하고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한글을 같이 이용해 보는 건 어떨까. 이로써 소비자의 이해를 돕는다면 친절한 간판, 메뉴판이 될 것이다. 친절한 매개체의 확산으로 메뉴 주문 시 손님이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가 점차 감소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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