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요계엔 리메이크 열풍이 불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캐럴이나 겨울 분위기의 시즌송이 원래도 한창 발매되는 시기지만, 최근에는 가수들이 과거의 히트곡을 자신들의 방식으로 재해석하여 새롭게 공개하고 있다. 지난 가을부터 이른바 복고 열풍으로 인해 아이돌 그룹뿐만 아니라, 솔로, 소속사 단위로 여럿이 모여 함께하는 프로젝트까지 리메이크 앨범들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의 히트곡들을 현재의 감성에 맞춰 재편곡한 후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Y2K’ 흐름이 짙어지는 중이다.

(리메이크 곡인 '캔디'를 발매한 가수 NCT DREAM/SM ENTERTAINMENT)
(리메이크 곡인 '캔디'를 발매한 가수 NCT DREAM/SM ENTERTAINMENT)

그룹 NCT DREAM은 지난 19일 미니음반 ‘캔디’를 발표했다. ‘캔디’는 1세대 인기 아이돌 그룹 H.O.T.가 1996년에 발매한 정규 1집 ‘캔디’를 리메이크하여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것이다. 형형색색의 오버사이즈 털장갑과 널널한 바지, 눈 밑에 포인트를 준 물감은 물론, H.O.T 멤버들이 트레이드마크처럼 선보였던 엉덩이춤과 망치춤까지, 과거 H.O.T의 캔디 무대를 고스란히 재현했다. 그 결과 발매일 기준 일주일 간 159만1000장의 초동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멜론, 지니, 벅스 등 각종 음원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보이그룹 미래소년(MIRAE)도 같은 소속사 선배 그룹 SS501가 지난 2005년에 발매한 ‘스노우 프린스’를 리메이크하여 공개했다. 이들은 ‘스노우 프린스’를 MZ세대의 요즘 감성으로 재해석해 팬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걸그룹 씨스타 출신 가수 소유도 과거의 아련한 감성을 다시 소환했다. 여러명의 가수들이 참여하는 리메이크 프로젝트인 ‘다시, 별’을 통해 첫 번째 음원 ‘돌스’(Dolls)를 선보인 것이다. ‘돌스(Dolls)'는 걸그룹 나인뮤지스가 과거 타이틀곡으로 내새워 활동했던 곡으로, 유튜브의 여러 채널에서 ’숨은 명곡‘으로 통하는 곡이다. 가수 테이는 리메이크만 벌써 두 번이다. 지난 9월 각종 음원차트들을 휩쓸며 이미 큰 인기를 끌었던 버즈의 ‘모놀로그’를 리메이크한 것에 이어, 가수 한동근의 노래인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를 연달아 리메이크해 자신만의 섬세한 목소리를 담아낸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리메이크 음악이 꾸준하게 발매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음악 분야에서 리메이크는 여러 방면으로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리메이크 음악을 통해 중장년층을 타켓팅할 수 있다. 중장년층은 다양한 매체로 음악을 즐기는 10대, 20대들과 달리 대중음악에 대한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따라서 리메이크 음악을 통해 과거에 인기를 끌었던 곡으로 중장년층의 주의를 집중시키면서 이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대중음악에 대한 고민의 결과인 것이다. 이러한 리메이크 음악은 중장년층이 요즘 활동하는 가수들의 음악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고, 이는 결과적으로 아이돌을 포함한 요즘 세대 가수들의 인지도를 올려주기 때문에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리메이크 음악은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구세대와 신세대 모두를 저격할 수 있기도 하다. 리메이크 음악은 구세대의 그 시절 추억을 소환시키는 것과 더불어, 동시에 신세대에게는 새로운 명곡으로서 다가오게 된다. 리메이크된 음악은 신세대들로 하여금 구세대 사람들이 어떤 음악과 어떤 문화를 즐겼는지에 대해 궁금증을 유발하게 한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NCT DREAM의 ‘캔디’ 리메이크 이후, 유튜브에선 H.O.T.의 ‘캔디’ 뮤직비디오에도 원곡을 찾아보러 온 사람들의 최신 댓글이 눈에 띄게 게시되고 있다. 따라서 하나의 곡으로 두 세대를 모두 아우르며 문화공유를 이루는 일석이조 전략이 된다. 또한, 리메이크 음악의 대부분은 과거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었던 곡들을 재발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 세대의 감성에 알맞게 적절한 편곡을 한다면 비교적 쉬운 방법으로 흥행이 보장된다는 이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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