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심비, 포미족, … 우리는 이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나요?
보편적인 관점에서 소비 선택의 최우선적인 기준은 경제성이어야만 한다. 십시일반 돈을 모아 크고 확실한 행복을 이루는 것이 과거의 성공이었다면, 현대 사회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일상을 포기하며 돈을 모으더라도 드라마틱한 성공을 이루기 힘들다는 인식이 널리 뿌리내려버린 지금, 불확실한 미래보다 작은 투자로 당장 분명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요소에 대한 관심이 크게 확대된 것이다. 일상을 구성하는 크고 작은 요소들에 깊이 틈입한 ‘가심비’ 소비는 2022년 현재, 어디까지 왔을까?
지난 8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 3-4분기 전국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9% 상승했다고 한다. 유류값을 제외하고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바로 ‘외식업’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식재료나 유통 물가 상승과 더불어 주목할 만한 점인 ‘맡김차림(오마카세)’라는 새로운 트렌드의 급부상은 청년 세대의 소비 경향성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음식의 대략적인 종류만 골라 식당에 방문하면 대접 받을 메뉴의 종류 및 요리 방식, 순서 등을 셰프에게 온전히 맡겨 식사할 수 있는 식사 방식이 바로 ‘맡김차림(오마카세)’으로, 인당 적게는 5만원에서 많게는 50만원 상당의 고가를 자랑하고 있다. 2030 세대인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는 금액이지만, 12월 1일 기준 인스타그램에 ‘오마카세’를 검색할 경우 56만 건의 게시글을 확인할 수 있는 등 분명한 수요층을 확보하고 있다. 실제로 일정 수준 이상의 인지도를 가진 오마카세 식당의 경우 한 달 전부터 예약이 꽉 차있는 현상을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다.
명품에 대한 소비 또한 마찬가지이다. 고급 명품 브랜드의 3대장인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의 2021년 매출은 전년 대비 최소 26%에서 최대 40%까지 증가한 바 있다. 회계법인 삼정KPMG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대형 백화점의 매출의 절반 가량을 MZ세대라고 불리는 젊은 소비자들이 차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반응하여 샤넬은 내년 3월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북촌에서 자사 모든 향수를 체험할 수 있는 팝업 매장 ‘조향 마스터클래스’를 열어 고객들을 오프라인 공간으로 초대한다. 단순히 향수를 접하는 것을 넘어서서 직접 향수를 만들어보는 등의 이벤트를 기획한 것이다.
특별한 경험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은 이 뿐만 아니다. 특별함과 럭셔리함을 상징하는 ‘호텔’을 둘러싼 소비 행태는 어떨까?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호텔(Hotel)과 바캉스(Vacance)를 합성한 단어인 ‘호캉스’가 급격한 트렌드로 떠오르기 시작했고, 유명 호텔 업체 또한 기존의 숙박권을 업그레이드하여 호텔 내 레스토랑에서 식사할 수 있는 패키지나 주변 관광지들과 협업한 티켓, 숙박 자체에 부가 옵션을 더한 ‘24시간 스테이’, ‘레이트 체크아웃’ 패키지 운용을 통해 호텔의 궁극적인 가치를 ‘일상을 벗어나 경험하는 특별한 휴식’으로 변화시켰다. 숙박을 제외하고도 흥미로운 경향성은 계속된다. 올해 겨울, 노보텔 앰버서더, 쉐라톤 등의 고급 호텔은 직접 크리스마스 케이크나 연말 파티 음식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선보인다. 특히 노보텔 앰버서더 동대문은 호텔 셰프가 직접 준비해주는 각종 핫/콜드 디시, 디저트 메뉴, 와인 등을 제공하며 소비자들로 하여금 호텔의 편리함과 고급스러움을 집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8만원을 내며 망고 빙수를 먹으러 신라 호텔에 방문하는 소비자들이 망고의 ‘천상의 맛’ 만을 기대하고 있지 않는다는 사실은 당연하다. 나 자신의 가치 증명, 일상의 즐거움을 위해 기꺼이 소비할 수 있는 용기라고도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ESG 경영과 기업의 역할에 대한 국민 의식 조사'에서는 답변자의 70%가 ESG 우수기업 제품 구매 시 동일 제품 대비 2.5~7.5%를 더 지불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그저 경제성 높고, 싸게 구매할 수 있는 소비를 지향하던 기존 행태를 벗어나 소비로써 나 자신의 사회적 가치를 증명하고자 하는 욕구가 적극적으로 반영된 것이다.
한국국토정보공사의 보고서 ‘대한민국 2050 미래 향해’에 따르면 2015년 500만 여 가구에 해당하는 1인 가구가 2030년 700만 가구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예측치를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하는 청년 세대의 가치관이 가져온 변화는 막대하다. 이는 보다 훌륭한 기술, 그리고 시장 경제성의 중요도가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기존 산업군에서 정량적 가치에 치중된 제품/서비스 분석 및 전략 수립이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성적인 가치에 대한 깊은 고찰과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