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욜로를 넘어서 갓생이다. 갓생붐이 불었다. 갓생은 앞에 붙어 그 단어를 높여주는 ‘갓(god)‘과 ’인생‘이 합쳐진 신조어로, 무언가 목표한 바를 이뤄내는 삶이다. 그 목표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혹은 매일 책 읽기같이 쉽게 성취할 수 있는 것이어도 괜찮다. 사소한 것이라도 스스로가 만족할만한 삶을 살면 된다. 학점도 잘 받고 친구도 많이 사귀면서, 좋은 스펙을 쌓는 사람이 갓생을 실현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캐시워크 챌린지 모음 / 출처: 캐시워크 인스타그램 캡쳐
캐시워크 챌린지 모음 / 출처: 캐시워크 인스타그램 캡쳐

사람들은 자신의 갓생을 인증하고 싶어한다. 이러한 성향을 이용해 ‘갓생’은 마케팅에서도 핫한 키워드다. 걸을 때마다 포인트가 쌓이는 앱태크 서비스인 ‘캐시워크’는 영양제를 먹는 습관을 길러보자는 취지의 챌린지를 진행했다. 14일동안 매일 영양제를 먹은 인증샷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면, 성공한 사람들에게 CU 기프티콘을 제공하는 형태였다.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얻으며 10기까지 진행됐다. 캐시워크는 영양제 챌린지뿐만 아니라 미라클모닝 챌린지, 홈트레이닝 챌린지 등 갓생러들을 자극하는 여러 챌린지로 마케팅 성과를 거두었다. 오디오 플랫폼 플로(FLO)도 ‘오늘부터 갓생 1일’ 챌린지를 진행했다. 하루 10분 이상 오디오 콘텐츠를 청취했을 때 스탬프를 제공하고, 총 획득한 수에 따라 최대 1만5000원까지 ‘갓생 지원금’을 지급하는 형태였다.

갓생을 돕는 어플과 커뮤니티들도 많이 등장했다. 물 마시는 간격을 정해놓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알람이 울리는 어플, 목표한 바를 이뤄내면 상금을 주는 어플 등 그 종류도 아주 다양하다. 공통적인 특징은 다른 사람들의 성취도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친구와 할 일을 공유하며 어느 정도 달성했는지 서로 확인할 수 있는 어플, 공부시간을 기록하고 같은 앱을 사용하는 모든 사용자 중 공부 시간 몇 위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어플 등이 있다. 다른 사람들의 활동을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다는 점은 어플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동기부여가 된다. 실제로 이러한 자극이 필요해서 어플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갓생은 코로나 이후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이게 되었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확실성이 커졌다. 또한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는 등 자율적으로 주어지는 시간을 관리해야 했다. 이에 작은 성취로 무력함을 극복하고, 효율적인 시간관리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갓생을 다짐하며 번아웃을 극복하고 건강한 마음을 가지게 된 사람도 많다.

그러나 부작용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갓생을 추구하다보니 그렇게 살지 않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때로는 그 삶을 강요하기도 한다. 한 기자는 이를 두고 ‘정상성 신화’라고 표현했다. “‘저런 조건을 모두 충족하지 않는 너는 비정상인’이라는 공고한 사회적 믿음이, 그 이전에 사람이 한 가지 방식으로만 살아가야 사회 구성원으로서 1인 분을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신화”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일찍 일어나지 않은 사람을 게으르다고 생각하고 이것이 보편적인 생각이 된다. 그래서 늦게 일어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일찍 일어나라고 강요한다. 갓생은 하나의 틀이 되었고, 그 틀 밖의 사람들을 잘못됐다고 생각하게 한다. 비교로부터 오는 우월감과 자괴감이 자기혐오의 시작점이 된다.

갓생, 한번쯤 살아봐도 좋다. 그러나 도전하지 않아도 좋다.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매일 운동을 하지 못해도, 목표한 것을 다 이루지 못해도 당신의 삶은 가치 있고, 충분히 살만 하다. 열심히 살아보는 것도 좋지만 잠시 멈춰서는 용기가 필요할 때도 있다. 그 쉼을 두고 ‘잘했다’, ‘잘못했다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숨이 턱 끝까지 찼어도 계속 달리라고 말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잠시 멈춰서서 스스로를 돌볼 수 있어야 한다.  잠깐 쉬어가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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