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기록하는 나만의 방법, 이제는 모두의 트렌드가 되다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가 가까워졌다는 것은 바깥 공기만 맡아도 있는 계절이 왔다. 그리웠던 사람을 만나고, 미뤄왔던 일들을 해내며 모두가 각자 나름의 방법대로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을 지금, 누군가는 다가올 내년을 위해 작고 소중한 행복을 추구하곤 한다. 이맘 때쯤 되면 어딘가 들뜬 마음에 자꾸만 다이어리가 눈에 밟히는 이들이 바로 이런소확행 찾아 헤매는 일인 것이다.
나를 위한 소비, 자신을 위한 시간 투자가 유행을 넘어 당연한 일이 되면서 자기계발이 의무가 되는 세상이 찾아왔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 지나간 시간을 어떻게 기록할 고민한 끝에 새로운 선택지가 트렌드가 되고 있는 지금, 다이어리로 표현되는 우리들의 개성을 알아보자.

다이어리 꾸미기 예시 / 고블린 판매 네이버 스토어 페이지
다이어리 꾸미기 예시 / 고블린 판매 네이버 스토어 페이지

가장 먼저 살펴볼 특성은 백지에 각자의 개성을 표현하는 일명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라는 트렌드이다. ‘다꾸족 등장에는 6 다이어리의 부활이 가장 영향을 미쳤다. 속지를 취향껏 선택하고, 표지나 내용 등을 자유로이 선택할 있다는 자율성이 가장 장점인 6 다이어리를 비롯해 일반적인 일기 형식에서 벗어나 스크랩 목적으로 다이어리를 채우는 사람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다꾸라는 말에서도 있다시피, 이들의 목적은 일기보다는 꾸미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이어리에 대한 높은 관심은 이를 꾸미기 위한 스티커나 마스킹 테이프, 포스트잇 등에 대한 관심을 덩달아 끌어올렸고, 문구 시장의 성장 폭도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실제로 지난 2017 시장조사기업 글로벌 인더스트리 애널리스트 보고서에 따르면 2024 문구 시장의 규모가 2350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었고, 이는 정보통신(IT) 시장의 예측치에 비해서도 많은 수치이다. 코로나19 인해 개인의 생활에 대한 자유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혼자 즐길 있는 취미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다이어리에 대한 인기는 더욱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는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도서  / 교보문고 홈페이지
도서 / 교보문고 홈페이지

백지에 채워넣을 있는 내용 중에서는 불렛저널이라는 새로운 개념도 있다. 이는 일정정리를 위한 아이콘을 뜻하는 불렛(Bullet)’에서 파생된 개념으로, 총구 모양처럼 동그란 도트가 찍혀있는 노트에 각자가 목적에 따른 아이콘이나 규칙을 설정하여 작성하는 다이어리 작성 기법이다. 라이더 캐롤의 저서 <불렛저널> 통해서 본격적인 인기를 끌게 기법인 만큼, ADHD 앓고 있는 환자들의 행동 교정을 위해 개발된 기법은 실제로 사용해본 많은 이용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대중적인 다이어리 작성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개인의 개성을 표현하고, 자유롭게 내용을 구성할 있다는 점에서 개인화 주요 키워드로 떠오르는 현대 사회의 경향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고 있다.

행운 수집 다이어리 / 아무개씨 공식 홈페이지
행운 수집 다이어리 / 아무개씨 공식 홈페이지

한편, 하루하루를 모두 기록하는 대신 특정한 이벤트 만을 기록하기 위해 제작된 다이어리도 있다. 문구 제작 기업 아무개씨에서 판매하고 있는 행운 수집 다이어리 바로 예시이다. 1년을 기준으로 제작되었지만, 일상적인 일정이나 일을 기록하는 대신 77개의 행운을 기록할 있도록 짜여진 구성은 특별한 개성을 추구하는 이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2023 낼나다 / 낼나 공식 홈페이지
2023 낼나다 / 낼나 공식 홈페이지

디지털 시대의 한복판에 있는 지금, 다이어리조차 온라인으로 작성하는 ‘MZ 세대또한 눈여겨 볼만 하다. 아이패드나 갤럭시 탭과 같은 태블릿 PC, 그리고 스마트 펜슬 등이 널리 보급되고 있는 발전 상황에 맞추어 다양한 노트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일기를 작성하는 사용자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있다. 실제로 포털 사이트에 아이패드 다이어리 검색하면 사용할 있는 속지 양식, 작성 방법은 물론 온라인으로 작성한 다이어리를 아카이브 형식으로 공유하는 게시글도 확인할 있다. 디지털 기기 간의 호환성이 높아지고, 단순 여가 뿐만 아니라 공부나 또한 디지털 기기로 해결하는 일이 많아지며 아날로그의 대명사라고 불리던 일기 영역 또한 일정 부분 디지털 상으로 이동한 것이다. 실제로 모바일 문구점 '낼나'는 지난 2021년 태블릿PC용 다이어리를 출시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비단 개인 사용자에게만 관찰되는 것은 아니다. 프랜차이즈 카페 스타벅스는 선구자로서 매년 일정 기간 스타벅스를 방문하여 정해진 횟수의 음료를 구매하면 선착순으로 다이어리를 수령할 있는 프리퀀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브랜드가 가진 이미지를 통해 자연스럽게 구매를 촉진하는 것은 물론 다이어리를 휴대하는 개별 고객을 통해 브랜드를 반복적으로 홍보할 있는 창구를 확보한 것이다. 다른 기업 또한 예외는 아니다. 멀티플렉스 브랜드인 메가박스에서는 다이어리 구매 영화 음식 쿠폰을 함께 제공하며 구매자의 재방문을 유도했고, 대한항공에서도 자사 마일리지를 통해 홈페이지 내에서 다이어리를 판매하고 있다.

배우 이동욱 시즌 그리팅 / 사운드웨이브 판매 페이지
배우 이동욱 시즌 그리팅 / 사운드웨이브 판매 페이지

주목할 만한 움직임은 K-POP 산업 내의 움직임이다. 앨범의 굿즈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엔터테인먼트 산업 내의 MD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했고,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시즌그리팅이다. 매년 , 수많은 아이돌 그룹의 소속사는 아티스트의 화보집, 포토 카드, 다이어리, 캘린더 등을 포함한 상품을 판매한다. 해당 년도의 시즌그리팅은 당해에만 구매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희소성을 갖게 되고 충성도 높은 팬덤은 소장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이를 구매하는 선택을 밖에 없는 것이다.

자기계발 개성 이제 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필수 요소로 여겨진다. 두가지 키워드의 교집합 속에서 다이어리라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음에 따라 이러한 트렌드에 대한 깊은 관심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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