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창작자가 될 수 있는 세상 속 새로운 질서를 세우기 위해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에 대해 알아보자.
시대의 변화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콘텐츠가 있을까? 인간의 본능 저변에 깔린 소속의 욕구를 기반으로 한 ‘음악’이라거나, 머나먼 과거의 종교적 의식으로부터 시작되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무용’조차도 기술의 발전과 생활양식의 변화에 발맞춰 그 창구를 달리해왔다.
수많은 ‘새로움’이 등장하고 또 사라지는 세상 속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은 웹 드라마, 웹 소설 등으로 대표되는 웹 콘텐츠들이다. 초기 투자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고, 개인이 손쉽게 창작자가 될 수 있다는 점, 빠르게 변화하는 휘발성 트렌드에 대처할 수 있는 융통성 등을 무기로 한 웹 콘텐츠는 실제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디지털 기기를 보유하고 평소 드라마를 시청하는 전국의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 중 81.6%의 응답자가 TV 드라마를 재편집한 ‘클립 영상’을 시청해본 적 있다고 답변했다. 또한, 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만 유통되는 웹드라마를 시청해본 경험이 있는 사용자 또한 전체의 40.8%에 달했다.
드라마는 당연히 TV를 통해 전달된다는 기존의 관념을 완전히 뒤집어 손쉽고 간편하게 예술을 소비할 수 있는 창구로 이동하려는 움직임은 이 뿐만 아니다. 구독자가 248만명에 달하는 유튜브 채널 ‘플레이리스트 오리지널 PLAYLIST ORIGINAL’의 대표 작품인 ‘연애플레이리스트’는 총 4개의 시즌을 도합하여 총 조회수 4억 뷰라는 신드롬을 일으켰다. 공감과 일상을 키워드로 한 채널 ‘짧은 대본’ 또한 편 당 100만 회에 육박하는 조회수를 보이며 TV 방송 혹은 그 이상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COVID-19의 확산, 1인 가구의 증가 등 사회적인 요인들로 인해 개인의 취향이 가장 중요한 소비 선택 기준이 되고, 이를 일정 부분 엄격히 존중 받을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며 두드러진 또다른 변화는 바로 ‘웹소설’ 시장의 급격한 확장이다. 매년 출판계의 흐름을 공유하는 대한출판협회의 ‘출판시장 통계’에 웹툰과 웹소설 및 전자책 플랫폼 기업을 출판 통계 대상에 포함시킨 것에서 그 상징성을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대한출판협회가 발간한 통계에서도 웹소설을 포함한 전자책 플랫폼 기업(카카오엔터테인먼트, 탑코, 문피아, 키다리스튜디오 등)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14.3% 상승하며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웹소설은 과거 출판사나 서점 등 오프라인의 환경에서만 유통될 수 있었던 출판계에서 홀대받았던 ‘장르소설’에 대한 접근성을 크게 확대함과 동시에 디지털 시대에 맞춰 오디오북, 맞춤형 클래스 등 부가적인 상품과의 결합을 통해 소비자와 종사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끌어 그 영역을 확장시켜나가고 있다.
이렇듯 기존 오프라인에서 다양한 형태의 매체로 존재하던 콘텐츠들이 ‘온라인’이라는 하나의 구심점에 모이게 됨에 따라 고려해야 할 시사점 또한 날로 증가하고 있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좁은 유통 경로를 통해 확산되던 콘텐츠는 이를 규제/감독할 권한을 가진 기관이 명확했으며 이에 따라 선정성이나 폭력성을 포함하는 기타 유해성에 대한 관리가 비교적 우수하게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기관의 부재를 전제로 하는 소셜 미디어 상의 유통은 그 책임의 소재나 관리의 의무에 대해 대응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웹소설을 둘러싼 새로운 형태의 산업군이 형성되면서 국제표준도서번호(ISBN)의 도입 문제나, 도서 정가제 논란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존에는 출판의 범주에 해당되지 않아 자유로울 수 있었던 영역이 시장 규모의 성장에 따라 논쟁의 시발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당분간은 각종 진통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웹 콘텐츠 시장에 대한 전망은 밝다. 기존 출판계나 드라마 시장과 웹 콘텐츠 시장 간의 긍정적인 피드백이 작용하고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한다면 사용자들의 개인적인 취향이나 여건에 맞게 성장해나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도 있다. 또한, 한국에서 예술이 가지고 있었던 진입 장벽을 허물 수 있음에 따라 시장 자체의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해볼 수도 있다. <해를 품은 달>, <김 비서가 왜 그럴까>,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 등의 웹소설은 이미 드라마화 되어 많은 이들의 열광을 불러일으킨 만큼 ‘고급 중간 문학’이나, ‘수익으로부터 자유로운 영상의 생산’이 전무했던 한국 예술계 또한 사용자의 소비 패턴 변화를 기반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할 수 있는 것이다.
변화하는 세상에 대응하는 능력은 현대 사회에서 생존 능력과도 같이 여겨지고 있다. 고유의 것을 지키며 새로운 것을 마주할 수 있을 때, 그 시너지가 가져올 저변의 확대에 대해 깊이 기대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