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종이사전은 다 어디로 갔을까?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가장 치명적인 위협은 무엇일까? 아마 압도적인 무게로 변화하는 세상 속에 기업이 파고들 빈틈이 없어지는, 통제불능한 시대의 발전일지도 모른다.

코닥 PROSPER 7000 터보 프레스 / 한국코닥 공식 홈페이지
코닥 PROSPER 7000 터보 프레스 / 한국코닥 공식 홈페이지

1888년 설립된 기업 이스트만 코닥은 필름을 이용한 아날로그 카메라를 개발하며 카메라의 역사에 큰 영향을 준 기업이다. 최초로 휴대용 카메라라는 개념을 만들고, 나아가 1달러 카메라 등을 연이어 개발하며 젊은 이들을 중심으로 카메라를 사용화시키며 성공궤도를 달리고 있었으나, 디지털 카메라가 필름 카메라의 성장을 위협할 것이라며 개발을 해놓고도 이를 상용화하지 않는 치명적인 실수로 인해 2012년 결국 파산보호 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코닥의 몰락은 카메라의 시대가 디지털로 완전히 넘어갔다는 기술적 변화를 의미함과 동시에 기업 운영에 있어 시대의 변화를 과소평가하지 않아야 한다는 교훈을 남기기도 한다.

이처럼, 예견된 변화를 눈 앞에 두고서도 잘못된 판단 하나로 기업의 존폐가 달라지기도 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의 변화를 대표하는 것 중 하나는 종이로 된 문서의 디지털화이다. 일본의 출판사인 고단샤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총 매출액중 전자책의 매출(690억 엔)이 처음으로 종이책(662억 엔)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디지털화에 따라 사양산업으로 여겨지던 출판 산업에서도 돌파구가 보이게 된 것이다. 

브리태니커 사전 소개 / 브리태니커 공식 홈페이지
브리태니커 사전 소개 / 브리태니커 공식 홈페이지

돌파구의 선구자는 영국의 출판사이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백과사전인 브리태니커이다. 1768년 발간 이후, 250여 년의 시간 동안 제 자리를 지켜오고 있으나 브리태니커 또한 세월의 힘을 피할 수는 없었다. 강적은 2001년 등장한 위키피디아였다. '우리 모두의 사전'이라는 캐치프라이즈를 기반으로 웹 사이트 내에서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무수한 창구들의 등장에 브리태니커는 결국 2012년 인쇄본의 생산 중단을 결정하는 결말을 맞았다. 

그렇지만, 브리태니커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50년의 세월이 브리태니커에게 가져다 준 것은 명성 뿐만이 아니다. 그 시간 동안 축적한 데이터와 좋은 평판, 인지도를 통해 가장 먼저 시야를 돌린 곳은 온라인 교육 사업이다. 90년대까지 교재 출판 정도에 불과하던 교육 사업의 규모를 확대하여 2001년 온라인 사업 '브리태니커 디지털 러닝(Britannica Digital Learning)'을 시작한 것이다. 변화에 대처하는 속도가 느리고, 개인화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종이책의 단점을 극복하여 학생과 직접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고, 개개인에게 맞춘 학습 지도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끌어 현재는 전 세계 2500만 여 명이 브리태니커의 온라인 교재를 활용하고 있다.

아동 도서 'Return to FACTOPIA' / 브리태니커 북스 공식 홈페이지
아동 도서 'Return to FACTOPIA' / 브리태니커 북스 공식 홈페이지

이들의 시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범람하는 디지털 시대의 가장 큰 골칫거리로 여겨지는 '가짜 뉴스(Fake News)' 를 파괴하고자 브리태니커 온라인 사전을 크롬 확장 프로그램으로 발표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떨어지는 불특정 다수가 공동 편집하는 타 온라인 사전 사이트에 반해 브리태니커는 여전히 업계 최고의 신뢰도를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이 저자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 중 노벨상 수상자만 무려 110명에 달한다 .

세계는 무궁무진하게 변화한다. 그리고 그 변화의 여파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느껴진다. 시대가 변하면서 수도 없이 많은 상품과 서비스들이 우리 곁을 스쳐갔다. 그 중 일부는 남아있고, 또 일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지금 당장 위기가 닥치지 않는다 하더라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자산과 그 가치에 대해 명확히 파악하고, 변화하는 시대, 나아가 그 안에 있는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혁신 또한 기업이 놓쳐서는 안 될 덕목이다. 

저작권자 © 소비자평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